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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올레' 개봉을 앞두고 만난 신하균이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스포츠한국 김소희 기자] "시작은 '소통'이었어요. 제가 말주변이 없다보니 제 안의 감정을 전달하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말 잘하는 사람이 가장 부럽기도 했죠. 무언가가 있는데 표현할 방법이 없어서 답답했거든요. 그러던 중 친구들과 영화를 보러다니다가 좋아하게 됐어요. '저거다'라는 생각에 영화에 발을 들여놓게 된 거죠."

배우 신하균(43)은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배우다. 화려한 미사여구에 능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말하는 걸 듣는 쪽이기에 그와 대화를 이어나가는 게 쉽지만은 않다. 그런데 1998년에 데뷔해 배우인생 19년이 지나도 여전히 배우로서 고민하고, 허세를 부릴 줄도 모른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 본인이 출연한 작품이 한 작품이라도 남아 있다면 굉장히 행복할 거라는 그는 생각보다 더 소박한 멋스러움을 가진 사람이었다.

영화 '올레'(감독 채두병·제작 ㈜어바웃필름)로 돌아온 신하균을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만났다. '올레'는 퇴직 위기에 놓인 대기업 과장 중필(신하균), 사법고시 패스만을 13년 째 기다리는 고시생 수탁(박희순), 그리고 겉만 멀쩡하고 속은 문드러진 방송국 간판 아나운서 은동(오만석) 세 남자의 무책임한 일상탈출을 그린 영화다.

팍팍한 인생 앞에서 어찌할 바 모르고 있던 이들은 제주도에 상갓집을 가야한다는 목적으로 한 곳에 뭉치게 된다. 신하균은 극 중 첫사랑과 제주도에서 조우할 생각에 남몰래 기대감을 갖고 여행 아닌 여행을 떠난다. 그 와중에 20대의 주무대인 '게스트하우스'에 발을 들여놓은 아재들은 새 사랑을 갈망하는 청춘본색이다.

"시나리오 보면서 친구들 생각이 많이 났어요. 일상에 치여 살다보니 어느새 중년이 되어버린 친구들의 어릴 때 모습밖에 머릿속에 없는 거죠. 좀 안 돼보이고 불쌍한 녀석들에게 영화를 통해 위로해주고 싶었어요."

극 중 중필은 20년 전 첫사랑을 추억한다. 물론, 거기에 사로잡혀 살진 않는다. 귀이개를 찾으려다 우연히 떨어진 머리핀을 보고 첫사랑을 기억할 뿐이다. 불혹을 이미 넘긴 그에게도 첫사랑이 있을 터. 유부남 박희순, 오만석과 함께 호흡을 하다보면 결혼 얘기에 익숙해질 법도 하다.

"20년 동안 한 여자만을 생각하는 순애보요? 병이죠 병.(웃음) 대부분 그렇듯 아름다운 추억쯤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마음 한켠에 작은 방이 있는 정도예요. 사실 결혼 얘기를 들어도 결혼 생각은 별로 안 들어요. 희순 형이랑 만석 씨랑 만나면 다른 얘기를 더 많이 하고요. 가끔 결혼 얘기 나오면 그냥 듣지만 현실적으론 와닿진 않죠."

얼굴이 잘 알려진 신하균도 낯선 여자에게 번호를 딴 경험쯤은 있다. 그러면서도 "공격적이진 않다"고 적극적으로 부정했다. 이상형은 밝고 귀여운 스타일의 여성이다. 20대 때는 '올레' 중필처럼 소심하고 용기도 없어 잘 표현을 못한 남자였다. 이토록 낯가림 심한 그는 최근 여자가 아닌 스킨스쿠버에 사로잡혔다. 자격증도 소지한 나름 실력파 다이버다.

"배우 김동욱 씨의 추천으로 하게 됐어요. 자격증이 있어야 물에 들어갈 수 있어요. 아직 물에 들어간 건 50회 정도밖에 안 돼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죠. 어릴 때부터 물을 좋아했어요. 수중 촬영을 하다보면 기본적인 훈련을 받거든요. 그런 게 쌓여서 금방 배웠어요."
  • 영화 '올레' 개봉을 앞두고 만난 신하균이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신하균은 연기에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하려고 하는 편이다. '올레'를 위해 오만석과 한두 달 동안 플라맹고 기타 연습에 돌입했다. 연기는 개인적인 능력과 영감, 컨디션에서 나오는 거지만 연주는 개인의 노력에 달려있다고 생각한 까닭이다. 영화 '복수는 나의 것'을 찍을 때 청각장애인들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해 연구하기도 했다. 이렇듯 워낙 완벽을 추구하다보니 '올레' 촬영 중 친구로 등장한 박희순의 뒷통수를 때릴 때도 가급적 세게 때리려 했단다.

"죄송했어요. 머리를 맞는 게 정말 기분이 나쁘잖아요. 그런데 살살 때릴 순 없잖아요. NG도 몇 번이나 냈어요. 희순 선배는 굉장히 ‘쿨’하게 받아주셨어요. 그런데 또 나중에 되갚아 주시더라고요.(웃음) 희순 선배가 평소에 저를 굉장히 자주 놀리는데요. 다 저를 위해서 그런 거래요."

세 남자의 나이가 비슷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현장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박희순은 "신하균의 뒤치다꺼리를 도맡았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세 사람이 모이면 '아재 개그'가 쉴 새 없이 터져나온다. 신하균은 요즘 오만석의 아재 개그에 흠뻑 빠진 모양새다. '남편'은 '남의 편'이라는 농담에 오만석이 박희순을 보며 "형은 형편없다"고 말해 한참을 웃었다고 전했다.

"희순 선배, 만석 씨 모두 영화 속 캐릭터랑 실제랑 완전히 달라요. 술 마시자는 분위기도 만석 씨가 주도해요. 계산하는 것도 만석 씨예요. 그렇게 몰래 하고 가더라고요. 고치려고 해도 잘 안 되던데요. 희순 선배는 수탁처럼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는 사람이 절대 아니죠. 굉장히 유쾌하고 후배도 잘 챙기고 매너도 좋아요. 실제론 제가 중간자적 입장이에요. 그냥 술자리에서 밝아지고 유쾌해지는 사람이랍니다."

신하균이 '올레'에 가장 먼저 캐스팅이 됐다. 2번 타자는 박희순. 박희순과 신하균은 대학교 선후배 사이로 알고 지낸 지 오래돼 촬영이 오히려 기대되기도 했다. 그러나 오만석이 맡은 은동 캐릭터를 두고 캐스팅이 지연됐다. 개성 강한 중필과 수탁 캐릭터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야 하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만석 씨가 맡은 역할은 연기도 잘해야 하고 나이대도 저희랑 맞아야 했어요. 그런데 만석 씨 이름이 처음 나왔을 때 '아 맞다, 잘 맞겠다. 해주시면 정말 고맙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평소 오며가며 만난 적은 있는데 친구 사이로 발전한 건 '올레'를 통해서예요. 촬영장 분위기도 정말 좋았어요. 한 명이 끌고 가는 영화가 아니고 각자 캐릭터가 명확하다보니 분담이 되었죠. 이야기 자체도 여행 아닌 여행에서 겪는 친구들의 이야기여서 부담 없이 찍었는 걸요."

평소 자신이 어떤 배우가 되어야 할지 생각을 많이 한다. 대중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구도 항상 가지고 있다. 작품에 임할 때 민폐를 끼치는 것도 싫어한다. 드라마, 영화를 가리진 않지만 안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보고 싶은 '욕심쟁이'다. 지금은 꽂히는 작품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배우는 선택되어지는 일이고, 그 안에서 제가 선택을 해야 하기에 계획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저는 평소 배우들과 관계를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서로가 편하면 생각도 많이 알 수 있어요. 그런 데서 영감을 많이 얻거든요. 작품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호흡이라고 생각하다보니 편한 자리에서 감독님의 연출 생각과 배우들의 방향성을 듣고 고민해 나가는 편이에요."
  • 영화 '올레' 개봉을 앞두고 만난 신하균이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혼자 음악을 틀어놓고 멍 때리는 시간이 소중하다"고 고백할 정도로 혼자만의 시간을 중요하게 여긴다. 피규어도 좋아하고, 청소도 열심히 한다. 영화 '순수의 시대' 이후 이틀에 한 번은 헬스장에 가는 운동 홀릭이다. 버림 받은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와 키우는 따스함도 지니고 있다. 또 1940년대 재즈 음악까지 섬렵할 정도로 남다른 음악지식을 자랑한다. 음악을 사랑해 장르는 가리지 않는다. 더운 날엔 EDM이 제격이고, 힙합 경연 프로그램인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 전 시즌을 빠짐 없이 챙겨보았다.

"'쇼미더머니'를 배우들이 좋아해요.(웃음) 비와이를 응원했어요. 재즈도 영화를 보면서 관심을 갖게 됐는데 듣다보니 좋더라고요. 예능도 즐겨봐요. 그런데 자신이 없네요. 보는 건 좋아하는데 제가 한다고 생각하면 상상이 안 돼요. '삼시세끼'요? 평소 불고기랑 제육볶음 쯤은 만들 줄 알아요. 요리는 재밌을 거 같아요."

인터뷰가 끝나갈 때가 되어가자 비로소 한쪽으로 몸을 비스듬히 기대는 신하균이다. 술, 음악 얘기가 나오자 표정까지 밝아진다. 애주가 답게 술은 정신 건강을 위해 마시고, 안주는 중요하지 않다. 재즈를 들을 땐 막걸리가 딱이라는 말은 애주가 끝판왕 답다. 오늘 인터뷰가 끝나면 박희순, 오만석, 채두병 감독과 막걸리 한 잔 할 거라고 자랑하며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는다.

"나이를 잘 생각하고 살지 않는 거 같아요. 우리나라에선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나이에 이뤄야 할 것들에 대해 강요 아닌 강요를 하잖아요. 왜 40대에 놀면 안 되나요? 저 역시 40대라고 해서 기준을 두고 살고 싶진 않아요. 50대 계획도 세워놓지 않았어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고 싶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귀기울이고 싶어요. 아직 철이 덜 든 것일 수도 있겠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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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6/08/24 07:00:25   수정시간 : 2016/08/24 09:4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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