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김성훈 감독이 스포츠한국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이 기사에는 영화 '터널'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터널'을 연출한 김성훈 감독(45)의 존재를 알게 된 후 딱 세 번 놀랐다.

처음은 김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 '끝까지 간다'의 언론시사를 봤던 2014년의 일이다. 관객의 예측을 끝없이 비껴가며 호기심과 긴장을 유발하는 '끝까지 간다'의 모양새와 속도감에 깜짝 놀랐다. 김성훈이라는 감독은 어디서 튀어나온 신동인지 매우 궁금했었다.

두 번째 놀란 일은 '끝까지 간다'의 성공이후 몇몇 행사에서 김성훈 감독과 짧게 대화를 나눠본 후다. 이미 비평과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거머쥔 이후였지만 데뷔작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이후 7년간의 공백기동안 겪었던 고생담을 숨기지 않고 털어놓는 솔직함과 단 한 편의 영화로 신데렐라라 표현돼도 모자라지 않을 성공을 거두고 '끝까지 간다'로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영화상은 모두 휩쓸며 각광 받았음에도 두 어깨에 단 1g의 무게도 얹혀있지 않은 모습에 놀랐다. 변소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고 영화 개봉 직전 취재진에게 급호감을 보이다가도 성공을 거두고 나면 얼굴색을 바꾸는 영화인들도 종종 보아 왔던 터라 기사화 될 가능성이 없는 질문 하나에도 성의를 다하는 김성훈 감독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터널' 김성훈 감독이 스포츠한국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세 번째는 김 감독의 세 번째 연출작 '터널'을 보고 나서다. 공포감, 스펙터클, 짠내 등 재난 영화의 대표적 상징들을 예상했지만 영화 도입부 터널이 급작스럽게 무너지는 순간부터 터널에 갇힌 이정수(하정우)의 유쾌한 생존기가 펼쳐지는 과정, 그리고 이정수를 구하기 위해 그의 아내(배두나)와 구조대장 김대경(오달수) 및 인부들이 혼신을 다하는 모습과 그에 대비되는 터널 밖 사람들의 이기적 행태까지 따라가다 보면 공포, 유머, 분노, 슬픔 등의 상반된 감정들이 켜켜이 쌓인다.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과연 이정수를 살릴 수 있을 것인가'라는 단 한 가지 대전제를 의문으로 품고 여기에 이정수의 감정 상태에 따라 감정의 파고를 함께 넘다보면 진심으로 피해자의 고립감과 절망에 가깝게 다가가게 된다. 영화의 엔딩스크롤이 올라갈 무렵 양심에 손을 얹고 몇 가지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내가 이정수라면?', '나의 가족이 이정수라면?', '내가 구조대장이라면?'등 질문의 유형은 여러 가지다. 영화 한 편을 보고나서 마치 고해성사를 마치고 난 듯 한 경건함과 숙연함을 느끼게 되는 생소한 경험도 따른다. 영화 '터널'을 보고 나서 김성훈 감독의 보살 같은 미소와 한결 같은 예의바른 태도는 자신의 연출자로서의 뜨거운 야심과 무서운 뚝심을 감추기 위한 것이 아니었나하는 의문마저 들었다.

'터널'의 개봉 직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김성훈 감독을 만났다. 이날 대화의 주요한 주제는 하정우, 배두나, 오달수 등 주연배우들의 활약상부터 VIP 시사회에 참석해 레드카펫에까지 오른 라나 워쇼스키 감독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양했다. 김성훈 감독은 잽처럼 치고 들어가는 영화에 대한 가벼운 비판들에 대해서도 별반 미동 없이 경청했다. 김성훈 감독은 "내게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갈증의 해소 과정이고 부끄러움을 덜어가는 과정이다. 만약 관객들이나 비평 쪽에서 이번 영화에 부족한 점이나 모자란 점을 느낀다면 잘 듣고 취합해서 다음 영화에서 덜 부끄럽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

- '터널' VIP시사회에 라나 워쇼스키 감독이 참석했다. 매우 보기 드문 풍경인데.

▲ 배두나 배우가 미드 '센스8'의 국내 촬영 때문에 '터널'의 인터뷰나 홍보 일정에 참여를 못해 매우 미안해했다. 그래도 한국 촬영분이 밀려버리면 이후 베를린, 몰타 등 전 세계 일정이 틀어진다더라. 마침 운 좋게도 전날 밤을 새워 '센스8' 촬영을 했고 '터널' VIP시사회 날이 쉬는 날이라 워쇼스키 감독에게 "한국에 온 김에 내 영화의 시사회에 가자"고 제안했다더라. 다행히 로카르노 영화제 때문에 영어 자막작업 해둔 게 있어서 라나 워쇼스키 감독을 비롯한 '센스8' 팀을 위해 영어 자막이 들어간 상영을 진행했다.

'터널' 김성훈 감독이 스포츠한국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 워쇼스키 감독의 첫 소감은.

▲ "정말 대단한 영화다. 영리한 연출력을 느낄 수 있었고 내가 세계에서 가장 좋아하는 배우 중 한 명인 배두나는 이번 작품에서도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표현해냈다. 그녀 특유의 남다르고 리얼한 감정 연기가 돋보였다. '터널'은 웃음도 눈물도 있는 정말 훌륭한 영화였다"라고 말했다 들었다.

- 최근 들은 '터널'에 대한 반응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 하정우 배우와 절친한 '군도'에 나왔던 김재영 배우가 해준 이야기가 꽤 인상 깊었다. 지금 이 시대에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었다고 하더라.

- 이정수 역은 100% 하정우를 위한 맞춤옷으로 보인다. 본명도 김성훈인데 그와 첫 인연은.

▲ 처음엔 시상식에서 한두 번 만났고 이름이 같으니 뭔가 호감이 갔다. '끝까지 간다' 끝나고 2014년 11월 초 하와이 영화제에 갔을 때 마침 휴가차 하와이에 왔던 하정우를 하와이 입국장에서 만났다. 그 이후 와이키키 밤거리에서 슬리퍼 끌고 다니다 마주치고 그랬다. 그 때는 좀 멋쩍었지. 그러다 지난해 봄 하정우와 원래 친분이 있던 장원석 대표가 매우 조심스럽게 '터널' 책을 건넸다. '허삼관'을 마치고 '아가씨'를 촬영 전 휴가를 떠나던 자리였고 하 배우가 귀국한 뒤 첫 미팅 다음날 바로 '합시다'라고 하더라. 그 날은 마치 선보러 가는 기분이랄까, 나는 마음을 정하고 나간 자리이고 하 배우는 아마 반쯤 정하고 왔을 거다. 그 때는 같은 걸 바라보는 것 같지만 아직 어딜 바라보는지 모르는 상태였겠지.

- 하정우, 김성훈, 장원석 세 남자의 오사카 워크숍은 벌써 유명하다.

▲ 아무래도 서울 보다는 외국에서 하정우를 못 알아볼 테니 오사카에 3박 4일 여행을 가서 시나리오의 1신부터 100신을 모조리 검열했다. 오사카의 거리를 걸으면서 대화도 했고, 기찻길 바로 아래 카페에 앉아 "이 신은 너무 좋다", "여기서 더 웃길 수 없을까", "이 곳에서는 더 뜨거운 감정을 가지고 싶다" 등 다 체크를 했다. 기차가 '우드드드' 소리를 내며 지나가니 더 집중해야 했다. 마치 내 영화 '끝까지 간다'의 긴장과 이완처럼 말이다. 사실 내가 쓴 이야기이기에 다른 사람의 조언이나 제안을 듣는게 항상 편한 건 아니다. 그런데 이 친구는 접근법이 너무 좋았던 게 융단폭격 식으로 농담을 쏟아낸다. 아이디어가 막 쏟아진다. '제가 앞뒤 생각 없이 던질 테니 받아주세요. 아니면 과감히 흘려보내도 좋아요'라고 하니 내 마음도 열릴 수밖에. 연출의 경험을 가진 배우이다 보니 콜라보가 좋았다. 시나리오를 살찌우면서 하정우를 더 알아가게 됐다. 보통 한 작품을 하다보면 감독과 배우가 친해지기도 하지만 틀어지기도 하잖나. 감독이 배우를 가장 사랑할 때는 상식적인 행동 하에 연기를 가장 잘 할 때인데 하정우와는 작업을 하면서 점점 더 가까워졌다.

- '터널'에서 하정우 최고의 장면을 꼽아본다면.

▲ 이미 잘 하는 줄 알았지만 '저렇게 잘했나'하는 장면이 많았다. 나는 이성애자이지만 이번에 하정우를 바라보며 순간 너무 사랑스러웠다. 역시 최고의 장면은 '나 살아있는데'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항상 엄청난 준비를 해오는 배우지만 이 대사에서는 유연성을 충분히 두기로 했었다. 서로 '현장의 그 순간을 믿자'고 이야기 나눈 후 어떻게 나올지 저조차 몰랐다. '그 장면에선 고함을 질러도 좋고 울어도 좋다. 느낌이 나오는 대로 가자'고 약속했었다. 배두나가 라디오에 나와서 하는 이야기를 다 듣고 언제 나올까 기다리고 있는데 '어 안 되는데'라며 수줍은 듯 텀을 주고 다시 '나 살아있는데'라고 부끄러운 말투로 말하는데 정말 미칠 정도로 흡입력이 좋더라. 마치 터널 밖 사람들에게 내가 여기 살아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부끄러워하는 듯한 쑥스러워 하는 듯한 말투에 완전히 흔들렸다. 그 지점에서의 홀드가 너무 좋았다. 자신의 아내에게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는데 어떻게 받아들일까. 토할 수도 고함을 칠 수도 있는 장면이었는데 지금의 모양으로 나왔다. 정말 어떤 경지에 이른 것 같다.

- 김태성 촬영감독도 하정우의 첫 촬영에서 극찬을 했다던데.

▲ 첫 촬영 장면이 주유소 장면이었다. 하 배우가 싱크대에 물을 버리고 차로 가는 장면이었는데 김태성 촬영감독이 "하정우 라인이 이렇게 멋있나. 괴물이네“라고 하더라. "마치 배흘림 양식이랄까 엔타시스 양식으로 걷는다. 싱크대에서 차까지 거리나 카메라 각도를 다 계산해서 걷는다. 저 친구는 멋을 안다. 자기의 타고난 매력과 후천적으로 생긴 절제된 표현미로 참 매력적으로 걷는다"고 하더라. 촬영감독만의 시각이 또 따로 있는 것 같더라.

- 웃음이라곤 기대 못한 상태에서 이정수의 생존기를 통해 웃음을 터뜨리게 되는 건 하정우 본인의 긍정성과 유머 넘치는 평소 태도, 기존 작품 속 캐릭터들의 위트에 빚진 부분이 있는 것 같다.

▲ 눈을 뜬 순간부터 밤에 잠들 때까지 주변 사람을 골탕 먹이고 웃기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뇌가 두 개가 있나 싶을 정도로 끊임없이 웃기고 아이디어를 던지고 옆 사람이 개그를 받아줄 때까지 한다. 옆의 동료로서 저에게 큰 에너지를 준다. 나이로는 나보다 어린 연기자이지만 배워야 할 점은 어마어마하다. 본인 스스로 항상 에너지를 가지고 있고 또 그 에너지를 전염시킨다. 본게임을 하면서 그에게 점점 더 믿음이 갔다.

- 스폰지처럼 눈물을 머금고 있는 것 같은 엄청난 슬픔을 표현한 배두나도 눈길을 끌던데.

▲ 사실 슬픈 연기를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 그냥 울면 되니까. 그런데 배두나는 슬픔을 몸에 달고 있는 친구 같았다. 몸에 안고 있다고 할까. 안 보이려고 하는 게 삐져나오더라. 이정수에게 마지막 이야기를 하고 난 라디오 스튜디오 복도 장면에서 디렉팅을 했다. '두나씨, 세현은 카메라 앞에서 절대 안 울고 저 쪽 계단실에서 울 것 같아요'라고. 남편한테 작별 편지를 어떻게 보면 사형선고와 같은 걸 대리로 읽어주고 온 것인데 사람들 앞에서는 절대 안 울다가 갑자기 울음이 튀어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실 기계적, 이성적으로 표현했는데 내 말이 초라할 정도로 너무 뛰어난 연기를 보여줬다. 나중에 되짚어서 '실제 저 연기를 요구하려면 어떻게 디렉팅 했어야 하는가? 이성적 언어로 불가능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 고위 관료와 기자를 너무 얄밉게 묘사했다. 과장 20%를 보태 관객들이 기자 직종에 대해 불신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도 든다.(웃음)

▲ 전적으로 기자 역을 너무 훌륭히 소화해준 유승목 배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제 잘못이 아니다.(웃음) 다음번 영화에서 좀 만회해 보겠다. 장관 역에 대해서는 오해가 좀 있다. 애초 시나리오 작업 당시 성별을 정하지 않았고 이후 캐스팅 과정에서 여성이 너무 없지 않나하는 질문들이 좀 있었다. 그 때 장관 역에 여성 배우를 캐스팅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이 있었다. 사실 우리 영화에는 일차원적 악당이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 장관 역에 김해숙 배우를 캐스팅할 때 이 인물조차 귀여운 구석이 있기를 바랐다. 아마 그 인물이라면 곱게 자랐을 거고 유학도 다녀오고 엘리트 교육만 받은 그런 케이스일 거다. 헬기에 정수와 같이 타려는 것도 정수의 손도 잡아주고 싶고 덕담도 들려주고 싶은 심경 아니었을까. 특정의 누구를 묘사하려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 측의 대척점에 선 인물을 상징하려 했다. 혹시 불편하게 느낀 분들이 있다면 웃고 넘어가 주시고 용서해 주길 바란다.

- 사실 이 영화를 보고 온 국민이 가장 마음 아팠던 세월호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 세월호 사건이 거론될 것은 너무 당연하고 그 대답에서 계속 도망갈 수만은 없다. 하지만 하정우 배우가 손석희 앵커의 JTBC '뉴스룸'에서 잘 답해줬다. 제작발표회 당시 질문이 나왔을 때 단 2분짜리 클립만으로 그 일에 대해 답한다는 게 매우 조심스러웠다. 어떤 말을 해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원작 소설은 2013년작이니 세월호 사건 이전에 나온 게 맞다. 사실 의도적으로 세월호 사건을 가져오지 않았다. 그랬다면 투자사인 쇼박스에서도 부담스러워 했겠지. 그들조차 영화적으로 받아들였기에 단 하나의 이견도 없었다. 우리 영화는 세월호, 혹은 삼풍백화점 사고, 성수대교 붕괴 등 사건 하나하나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 시스템이 붕괴되고 생명이 경시됐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를 그렸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여전히 세월호 사건의 자장 속에 있기에 많은 분들이 그 일을 연상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 재난영화의 핵심 중 하나가 재난이 해소되며 관객들이 카타르시스를 얻는 것인데 '터널'은 오히려 피해자의 적막감과 고립으로 인한 절망감에 관객을 최대한 가까이 밀착시킨다. 이정수의 감정 그래프뿐만 아니라 관객들의 감정 그래프도 이미 디자인돼 있다는 걸 느꼈다.

▲ 관객들도 정수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기를 바랐다. 같이 한 번 느껴보자고 제안하고 싶었다. 정수가 가지는 딜레마에 동참시키고 싶었다. 처음 민아가 물을 달라고 할 때 정수의 눈이 클로즈업되면서 눈의 떨림이 보이지 않나. 물이 많은 물병을 줄까, 적은 병을 줄까 잠시 고민을 한다. 그건 단순히 남성이 여성에게 친절을 베푸는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인 문제이고 생존의 문제다. 두 번째로 민아가 물을 달라고 할 때 반응이 두 가지더라. 민아가 민폐녀라는 반응과 이정수가 그래도 물을 줬으면 좋겠다는 반응 말이다.

하지만 그 두 가지 마음이 정수가 자기 차에 가서 물을 가져왔을 때는 일치했으면 했다. 그 순간 민아의 모습을 본 관객들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을 거다. 인간의 존엄성을 느끼지 않았을까. 그 짧은 찰나의 순간들에 관객들 스스로 '나라면 물을 줄까'하는 고민을 던지고 싶었다. 감정의 그래프는 매번 디자인하는 편이다. 내가 가지고 가야할 극적인 그래프가 있다. 그 때 인물의 행동에 따라 관객들은 웃을까, 울까? 그 반응들은 모두 화학 반응과 같아서 물리적 예상과 모두 맞지는 않는다. 다만 이런 건 있다. 만일 연출적인 면에서 감정이 부족하다면 그 감정의 완성은 관객들이 해주신다. 내가 모르는 간극을 관객들이 채워준다. 영화하는 사람들은 다 안다. 만일 제가 세련된 연출력을 가졌다면 감정을 더 응축시켰을 테고 관객들이 지루함을 느낀 부분이 있다면 내 한계와 약점일수 있겠다.

- 하정우에 의하면 김성훈 감독이 배우들에게 많은 걸 열어놓고 연출하는 반면 굉징히 꼼꼼하고 독한 면도 있다더라. 탱이의 배변 장면에서 실제 똥을 눌 때까지 몇 시간이고 기다린다던지 구조대장(오달수)이 터널에서 후진하는 2차 붕괴 장면에서 실제로 돌덩이들과 분진들을 포클레인에서 떨어뜨리는 등 CG보다 실제 촬영한 장면이 많다던데. 수직구조를 위한 굴착기 장면등도 영화에 사실감을 배가한다.

▲ 재난 장면을 CG보다 실제 촬영으로 진행해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이 이야기의 기초는 무너진 터널 안에 갇혀진 사람이다. 무너지는 것들이 가짜처럼 보이면 진실성이 떨어질 거라 생각했다. CG만으로는 이런 물리력을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안전을 보장한 상태에서 직접 현장을 만들었다. 오달수 선배가 후진하는 장면에서 떨어지는 낙하물 중 큰 것들은 특효팀이 제작한 걸 크레인에 매달아 직접 떨어뜨렸다. 실제 바위나 돌이 아닌 제작한 소품이어도 무게가 있기 때문에 달리는 차에 맞으면 위험했다. 타이밍을 잘 맞추는 게 중요했고 특수효과팀과 촬영팀이 호흡이 잘 맞아 사고 없이 안전하게 찍을 수 있었다. 터널의 수직 시추 장면은 영월에서 찍었다. 당시 항타기라는 기계를 2대 빌렸는데 대여료만 1억 가까이 든 걸로 안다. 헬기로 포클레인을 옮기는 장면은 실사와 CG를 결합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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