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싱글'서 골드 미스 여배우 고주연 역 맡아
"30년 연기 경력 쌓을 수 있던 비결은 도와주고 믿어준 분들 덕"
'한공주' 이수진 감독·'터널' 김성훈 감독·'설국열차' 봉준호 감독과 함께 작업하고 싶어

'굿바이 싱글'에 출연한 김혜수 (사진=호두앤유 제공)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16세인 1986년 영화 '깜보'로 혜성처럼 데뷔해 톱스타의 자리를 지켜온 것만 30년. 그 누구보다 큰 화제 속에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인기와 관심은 그만의 것인양 오랜 시간 곁을 떠날 줄 모른다.

'별'이라는 단어가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여배우 김혜수(47)의 이야기다.

그와 이름을 나란히 했던 많은 여배우들이 별다른 작품 활동 없이 CF만으로 수억대의 수입을 올리며 우아하게 지낼 때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줄기차게 주연 여배우의 자리를 지켰다. 그렇게 해서 영화 '타짜'(2006) '모던보이'(2008) '도둑들'(2012) '관상'(2013) '차이나타운'(2014) 등 대표작은 탄생했다.

올해의 활약을 보면 저절로 감탄사가 튀어나올 정도다. tvN 드라마 '시그널'로 안방 극장 시청자를 쥐락펴락하며 시상식을 휩쓸더니 여름 극장가에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부르는 영화 '굿바이 싱글'(감독 김태곤)로 찾아왔다.

그가 연기한 '굿바이 싱글' 속 골드 미스 고주연은 시상식 전날 시술을 받아 퉁퉁 부은 입술 때문에 시상식에 불참하고 함께 출연한 연하남 지훈(곽시양)과 스캔들을 일으키는 사고뭉치 여배우다. 오랜 친구이자 매니저 같은 스타일리스트 평구와 아버지 같은 소속사 김대표(김용건)는 고주연의 천방지축 사고를 막아주기 바쁘다. 연하 남친이 바람을 피우자 진정한 내 편을 가지고 싶다고 결심하는 고주연은 어느 날 산부인과에서 만난 임신한 여중생 단지(김현수)를 보고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실행에 나선다.

'굿바이 싱글'에 출연한 김혜수 (사진=호두앤유 제공)
'굿바이 싱글'은 얄궂게도 '시그널'에서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나눴던 이재한 형사 역의 조진웅이 주연을 맡은 '사냥'과 나란히 지난달 29일 개봉해 첫 날은 박스오피스 1위를 뺏겼으나, 이틀째인 지난달 30일 박스오피스 1위와 누적관객수 1위를 차지했다.

영화의 개봉 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김혜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화장기 전혀 없는 맨얼굴에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인터뷰 현장에 임하는 모습부터 매우 인상적이었다. 1시간여 만남으로 사람의 특징을 논한다는 것부터 어불성설이겠지만 화면 속이 아닌 현실 속 김혜수는 주위 사람들에겐 친절하고 스스로에게는 엄격하며 30년 넘는 연기 경력에 걸맞은 깊은 철학과 깊이를 지닌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얼굴만큼 생각도 예뻤다.

- 소속사인 호두앤유에서 제작한 영화라 더 열심히 임했나.

▲ 전혀 그렇지 않다. 작품을 택할 때는 내가 하고 싶은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거다. 한 번 선택했으면 또 제대로 해야한다. 소속사가 제작사이기 때문에 출연한다는 생각은 0%도 없었다.

- 작품의 기획 회의에도 자주 참여했다는데.

'굿바이 싱글'에 출연한 김혜수 (사진=호두앤유 제공)
▲ 고주연 역의 내가 가장 먼저 캐스팅 됐다. 감독님이 시나리오 작업만 2년을 혼자 하셨다는데 그 이후 함께 의견도 나누고 회의도 하며 캐릭터를 만들어 갔다. 이 작품만 그런게 아니라 대부분의 작품드링 배우들끼리 혹은 스태프들끼리 혹은 제작진과 함께 다양한 회의를 한다.

- 아역으로 시작해 30년을 활동해 왔다. 극 중 고주연도 배우라는 신분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오늘 이 자리까지 오기까지 가장 어려웠던 점은.

▲ 사실 백상예술대상 시상식 소감에 대해 많은 말씀들이 있더라. 나처럼 오래 한 배우가 계속 도전해 나갈 때 그 동력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와준 분들과 또 지켜봐주신 많은 분들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 생각은 시상식이어서 특별히 준비한 게 아니라 항상 하고 있는 생각이다. 나보다 더 잘 하는 혹은 가능성 있는 분들이 많은데 나를 지금까지 작품에 써주는 분들이 있다는 건 방금 말한 내용 때문 아니겠나. 어릴 때 연기를 시작한 아역 배우 한 사람이 진짜 배우로 성장하는 데에는 그 한 명의 존재론 힘들다. 그를 잘 보호해주고 양질의 배우로 성장 시켜주는 모든 주위 사람들, 가이드 해주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절대 나 혼자 되는 일이 아니다. 나처럼 오래한 배우들이 또 다시 무언가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는 건 믿고 지켜봐주는 분들 덕분이다.

- 극 중 직업이 여배우임을 강조하려고 S라인이 자주 드러난다. 몸매 관리의 비결은.

▲ '차인나 타운'에서 엄청 불리는 체중 조절을 해놓은 상태였는데 이 작품은 반대다. 제가 어깨나 몸통이 다른 배우들보다 크다. 허리도 짧다. 평소에 대식가다. 많이 먹는다. 하지만 운동을 안하는 편이니 도리가 없다. 무조건 안 먹고 체중 조절을 한다. 별수 있겠나. 칼로리가 줄어야 살이 빠지잖나. 양은 많지만 칼로리를 줄이는 것에는 단호박, 곤약, 버섯, 콩나물이 도움이 된다.

- 평소 라면을 절대 안먹는다는 소문이 있던데.

▲ 라면을 어떻게 안 먹나. 단 참고 참다가 엄선해서 먹는다.(웃음)

- 드라마 '짝'이나 영화 '신라의 달밤' 등에 이어 또 코미디 장르다. 코미디에 대한 자신감인가.

▲ 얼마 전 TV에서 '신라의 달밤'을 하는데 내 친구들이 보고 있더라. 바로 '야, 채널 돌려'라고 했다. 제가 유머 감각이나 위트가 선천적으로 부족하다. 코믹한 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제가 한참 왕성하게 활동할 때 코미디가 트렌드였다. 원래 본인이 못하면 뭔가 더 자꾸 할려고 하잖나. 코미디에 대한 자격지심 때문에 그 당시엔 자꾸 뭘 더 할려고 했다. 분위기를 띄울려고 노력했달까. 그러다 보니 자꾸 과잉이 되더라. 일부러 가혹하게 평가하려는게 아니고 그 당시엔 좌절도 되더라.

- 그럼에도 불구하고 '굿바이 싱글'을 택한 이유는.

▲ 3년 전 이 시나리오를 받았다. 그 때 당시 개인적으로 좀 힘든 일이 있었는데 평소 절친인 네 명의 친구들에게 굉장한 위로를 받은 적이 있다. 가족이 아닌 친구들에게 말이다. '이들이 진짜 내 편이구나'하고 느낀 상황이었기에 가족이 아닌 이들이 모여 가족처럼 살아가게 되는 이 작품의 메시지가 굉장히 와닿았다. 10대 미혼모 문제를 사회적으로 풀겠다는 게 아니라 결핍된 사람들끼리 만나 연대하게 된다는 진심이 너무 와닿았다.

- 개인적 이야기로 들어가보자. 작품을 하지 않을 때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 쉴 때는 무조건 집에 있는다. 사람과 만나 이야기 나누는 것도 좋아하지만 워낙 집에서 요리하고 책 읽는 걸 즐긴다. 한 번 푹 빠지게 되는 작가가 있으면 한국에 책이 안들어와 있어도 아마존에서 구해 번역을 맡긴다. 뭔가 하나에 꽂히면 빠져 나오지 못하는 편이다. 음악도 그렇고 가구 디자인 등에도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한다.

- 아역 김현수를 보며 자신의 어렸을 적 생각도 났을텐데.

▲ 나는 중 3때 데뷔했는데 현수는 그보다 더 일찍 데뷔했다. 자연스럽게 내 어릴 적 생각이 난다. 현수의 의젓한 모습이 귀여웠다. 자기가 느껴야 연기로 풀수 있는 모습도 좋았다. 나는 '깜보' 촬영할 때 밤을 새본 적이 없다. 촬영하다가 내가 잠들면 현장이 철수하곤 했던 기억이 난다.(웃음)

- 작품을 고를 때 일관된 기준이나 원칙이 있나.

▲ 사람을 좋아할 때도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이유가 다 다르지 않나. 작품도 마찬가지다. 내 마음에 드는 사람만 고를 수도 없다. 다만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공감이 가고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이야기 속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담당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때론 역할보다 그 이야기에 동참하고 싶어서 하는 경우도 있다. 그 이야기를 내가 전면에 나서서 이끌어 가느냐 혹은 써포트 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또 어떤 사람들이 모으느냐도 중요하다. 향후 몇 개월을 밀도 있게 집중적으로 어떤 사람들과 보낼 것인가는 작품 외적으로 매우 중요한 선택 사항이다. 사람이 매우 중요하다. 내가 누구를 만나서 내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겪어 내느냐는 중요하다.

- 극 중 단지가 낳은 신생아를 바라볼 때 표정이 정말 자애롭다. 아기를 바라보는 표정이 남다르던데.

▲ 제가 아이들을 정말 많이 좋아한다. 그 때 촬영 당시 고주연 속에 김혜수의 심정도 있었던 것 같다. 여성이 아이를 대할 때 느끼는 감정은 좀 남다른 것 같다. 그 짧은 순간에 신생아인 아기가 진짜 웃음을 지어주는데 만감이 교차하더라.

- 마동석과 호흡이 너무 잘 어울린다.

▲ 마동석은 외관 자체가 남성성이 엄청 강렬한 사람이다. 하지만 이 배우의 가장 큰 강점은 악역을 하건 잔인한 역을 하건 혹은 힘을 쓰는 역할을 하건 인간미가 강렬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배우라는 직업이 없는 것도 해내야 하지만 마술이 아니어서 전혀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걸 꺼내기는 힘들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마동석은 자상하고 따뜻하고 배려가 체화된 사람이다. 인간미가 있다.

- 김용건 배우와는 극 중 친부녀지간 같은 호흡을 보인다.

▲ 김용건 선생님은 가장 어른이시기도 하고 영화를 떠나서 제가 애기때부터 방송국에서 뵙던 대선배님이시다. 늘 저를 따뜻하게 대해주시고 예뻐해주셨다. 평소 막내 후배들이나 스태프들의 이름도 다 기억하시고 따뜻하게 대해 주신다.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시다. 권위의식이 없고 늘 젊고 세련된 위트 있으시다. 양화 현장은 늘 물리적으로 과도한 중압감이 있는데 마동석 씨나 김용건 샘이 오시면 현장이 늘 유쾌했다.

- '시그널2'의 제작 소식이 들려온다. 당연히 함께 하는 건가.

▲ 우리 일에서는 좋아서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하는 게 더 중요하다. 김원석 감독은 정말 최선의 최선을 다 하는 사람이다. 초긴장 상태로 현장에서 일 하지만 기본을 놓치지 않는 게 너무 좋다. 정말 '시그널' 팀은 기대를 뛰어넘는 최고의 팀이었다. 질적인 작품을 한다고 느끼며 촬영했다. 특히 처음부터 끝까지 피해자의 관점에서 이야기한다는 점이 좋았다. 이재한, 차수현, 박해영 모두 직간접적으로 범죄 피해자이다. 원래 팀 그대로 뭉친다면 당연히 함께 해야하지 않겠나.

- 10년 뒤엔 어떤 배우일까.

▲ 10년 뒤 배우를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 앞으로 함께 하고 싶은 감독이 있다면.

▲ 배우는 선택 받는 직업이다. 선택할 수 있는게 아니다.

-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말도 있잖나.

▲ '한공주'라는 영화를 너무 잘 봤다. 이수진 감독님과 꼭 한 번 함께 해보고 싶다. '터널'을 만든 김성훈 감독님도 매우 궁금하고 봉준호 감독님도 한 번 꼭 불러주시면 좋겠다.(웃음)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