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 '굿바이 싱글'서 철없는 여배우 고주연 역 열연
미혼모 소녀와의 우정 통해 성장해가는 과정 완벽 소화
40대 중반을 넘어서 정상을 유지하는 비결은 불끓는 열정

사진제공=호두엔유엔터테인먼트
[스포츠한국 최재욱기자] 가짜가 하나도 없는 진짜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영화 ‘굿바이 싱글’(감독 김태곤, 제작 호두엔유엔터테인먼트) 개봉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김혜수는 진심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었다. 이제 연기 인생 30년을 향해 가는 그에게서는 현대인이면 누구나 갖고 있는 허세나 약삭빠름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연기에 대한 열정 하나로 앞만 보고 나가는 우직한 소가 연상됐다.

‘굿바이 싱글’은 인기가 하락해가는 대한민국 최고 진상 여배우 고주연(김혜수)이 뜻하지 않게 아기를 갖게 된 외로운 소녀 김단지(김현수)를 만나면서 벌이지는 임신 스캔들을 그린 코미디 영화. 외양은 황당한 코미디로 보이지만 내면에는 현대인들의 외로움, 대중문화의 허상, 미혼모, 대안가족 등 예민한 소재들을 다룬다.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진실된 메시지에 감동받아 출연을 결심한 김혜수는 프리 프로덕션 단계부터 깊게 관여하며 영화의 완성에 일조했다. 인터뷰 내내 열정적으로 영화에 대한 애정을 피력한 김혜수의 진심의 종류를 살펴보았다.

#공감=김혜수와 영화 속 고주연은 닮은 듯하지만 다른 인물. 연예계 대표적인 골드미스인 게 비슷하지만 성격은 전혀 다르다. 김혜수는 대가족들과 함께 살아왔기에 고주연처럼 외로움과 결핍에 몸서리치지 않는다. 고주연이 ‘현실감각’이 전혀 없는 백치미 넘치는 ‘어른 아이’라면 김혜수는 모든 면에서 진중한 ‘진짜 어른’이다. 그러나 싱글로 46년을 살아온 한 여자로서 ‘내 편을 만들고 싶은’ 고주연의 마음은 공감됐단다.

“아무리 대가족들과 살았다고 해도 외로움을 느끼죠. 아무리 가족들과 유대감이 깊다고 해도 못할 이야기도 있잖아요. 또한 가족들도 다 어른이 돼 각자의 가정을 갖게 되면서 혼자라고 느낄 때가 많아요. 그럴 때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이야기가 통하는 내 친구들이 가장 확실한 내 편이고 또다른 가족이에요. 그래서 이 작품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공감됐어요. 그렇다고 이 영화가 메시지를 강렬하게 내세우는 영화는 아니에요. 코미디죠. 결핍을 갖고 있는 두 여자가 서로를 채워주고 위안받으며 가족이 돼 과는 과정이 마음에 와 닿았어요. 사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은 3년 전만 해도 ‘대안가족’이 이렇게 부각되는 사회 현상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요즘 더욱 조명받는 걸 보니 그만큼 싱글족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사진제공=호두엔유엔터테인먼트
#열정=김혜수는 말 그대로 연기 베테랑. 이제 긴장감을 좀 늦추고 즐기며 일할 만도 하지만 그의 사전에 타협이란 절대 없다. 더욱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고 열정이 강렬해지고 있다. ‘굿바이 싱글’에서 가장 관객들을 울리는 장면은 결말부 미술대회 신. ‘어른 아이’였던 고주연이 단지의 편이 돼 처음으로 ‘어른’처럼 행동하는 장면이다. 고주연은 이 장면에서 미술대회 참가를 막으려는 학부모와 대회 주최측을 진심 어린 말로 설득한다. 김혜수는 이 장면을 하루 종일 무려 50테이크 넘게 촬영했다. 제작진이 오케이를 냈지만 본인이 욕심이 나 추가 촬영을 요청하며 진심을 다해 연기했다.

“가장 익숙하고 전형적인 방법으로 우리가 하고 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장면이었어요. 그러나 전형성을 뛰어넘을 뭔가가 필요했어요. 진심인 거죠. 그래서 고주연이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말이 뭘까 감독님과 많이 고민했어요. 현장에서 여러 말이 보태지고 빠지면서 상황의 생생함이 담겨졌어요. 정말 오십 번 가까이 찍었지만 뭔가 부족하고 아쉽게 느껴지더라고요. 좀만 더 감정이 올라오면 될 것 같아 ‘한번 더'라며 욕심을 냈죠. 모두 7~8시간을 서서 쉬지 않고 연기했지만 지치기보다 으샤으샤 하는 분위기였어요. 지켜보는 스태프들 울고 같이 연기하는 배우들도 울고 정말 잊을 수 없는 촬영이었어요.”

#우정=영화에서 가장 흥미를 끄는 부분은 세대를 뛰어넘어 우정을 나누는 김혜수와 김현수의 '연기케미' ‘모녀 관계’로 말해도 무방할 나이차지만 두 여배우는 마치 친구처럼 서로에게 의지하며 위로받는 모습을 사랑스럽게 연기해낸다. 김혜수는 김현수뿐만 아니라 영화에 함께 출연한 서현진, 곽시양, 또한 전작 ‘차이나타운’에 함께 나온 박보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만면에 미소가 가득했다. 그만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후배들에 대한 사랑이 넘치기 때문이리라.

“김현수는 영화 ‘도가니’에서 처음 봤는데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도가니' 후 시간이 4~5년 지났는데 어떻게 컸을지 궁금해서 추천을 했어요. 만나 봤는데 얼굴이 주는 느낌이 좋더라고요. 깨끗한데 이면에 뭔가 불러일으키는 게 있어요. 그러나 단지 역할이 정말 중요하기에 다른 아역배우들도 많이 만나봤어요. 잘하는 친구들이 많았지만 진심이 와 닿는 건 역시 현수였어요. 만장일치로 선택했어요. 역할이 돌고 돌아 결국 현수에게 돌아온 거죠. 현수의 연기가 좋은 건 트레이닝 되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본인이 안 느껴지면 연기를 못해요. 결국 모든 감정이 다 진짜였던 거죠. 그런 파트너랑 연기를 하니 저도 진심으로 연기할 수밖에 없어요. 시너지 효과를 본 거죠. 최상의 파트너였어요.”

#동지애=김혜수는 많은 후배 여배우들의 롤 모델로 꼽힌다. 여배우들이 할 역할이 갈수록 줄어드는 현재 상황에서 40대 중반을 넘어서도 변함없이 정상의 위치를 유지하는 그의 모습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만하다. 누아르, 액션, 로맨틱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에 출연하며 장르적으로 40대 여배우가 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김혜수는 아직은 마음이 청춘이기에 ‘누구의 롤모델’이란 찬사가 어색하고 민망한 모양이었다. 그보다 여배우로서 동지애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사진제공=호두엔유엔터테인먼트
“얼마전 VIP 시사회에서 배우들이 주로 있는 관에서 무대인사를 하는데 누군가 허리를 굽히며 다가와 ‘축하해요’라며 꽃다발을 안겨주더라고요. 보니까 조민수 선배님이셨어요. 깜짝 놀랐어요. 정말 감동받아 눈물 날 뻔했어요. 그리고 나서 주위를 둘러 보니 엄정화, 송윤아, 김민정이 있더라고요. 모두 손을 꽉 잡아주고 안아주며 좋아해줘 감동받았어요. 여배우로서 서로의 마음을 잘 알 수 있더라고요. 그날 뒤풀이 자리에서 후배배우들이 저에게 ‘선배님이 이렇게 해줘 정말 감사하고 존경한다’고 말하는데 내가 하지 않은 일까지 말하니 고마우면서도 민망하더라고요. 더욱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어요.”

사진제공=호두엔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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