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민. 사진=935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한국 장서윤 기자] 이제는 '악역 연기의 대명사'로 떠오른 남궁민은 진중하면서도 유머러스함을 갖춘 모습이이었다. 법조계를 무대로 급박하게 전개된 스토리가 빛난 SBS 드라마 '리멤버'를 마치고 한숨을 돌리는 것도 잠시, 자신이 연출한 단편 영화와 집필중인 시나리오 얘기로 눈빛을 빛내는 그는 '리멤버' 속 악역 남규만의 모습을 모두 지운 채 소년다운 미소를 보여주었다.

그래도 몇 달간 '버럭'연기에 집중한 덕에 아직까지 '남규만'과 '남궁민' 사이에서 헷갈린다는 그에게서는 이제 안정감있게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는 베테랑 연기자의 모습이 엿보였다.

▲ 몇 달간이나 악역 캐릭터로 산다는 게 심리적으로 쉽진 않은 지점이었을 것 같다. 사실 가지고 있기 굉장히 힘든 캐릭터였다. 끝나자마자 바로 빠져나온 것 같다. 그런데 이전보다 화는 굉장히 늘었다.(웃음) 욱하는 게 좀 생긴 것 같다. 이런 지점도 내게 큰 경험이 된다. 일상에서는 해볼 수 없는 부분이니. 연기하면서 하나를 또 발견하는 것 같다. 이전과 같진 않겠지.

▲ 드라마 중반 부분부터는 즐기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20부작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무섭게 가면 호흡이 너무 길어 보는 사람도 힘들겠단 생각이 들더라. 감독님과 상의해 13~14부 정도부터는 위트있는 모습도 보여야겠다는 계산이었다. 가끔씩 헛웃음이 나올 수 있는 정도의 느낌을 주려고 했다. 애드리브도 꽤 많았는데 심지어 대사를 통째로 바꾸기도 했다. 없는 대사를 넣기도 하고. 감독님과 작가님이 많이 믿어주시고 내가 남규만이라는 믿음을 지우지 않게 해 주셨다. ▲ 화내는 연기가 많았는데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을지도 궁금하다.

남궁민. 사진=935엔터테인먼트 제공.
작품은 심각했지만 촬영할 때는 웃음이 넘쳐났다. 내가 뭔가 할 때마다 스태프들이 너무 좋아해주셔서 미움을 받으면서도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미움만 받았으면 캐릭터가 산으로 갔을텐데 감독님이나 스태프들이 옆에서 격려해주셔서 감사했다.

▲ 이제는 '분노 연기의 노하우'가 쌓인 것 같다. 남규만 캐릭터를 만들면서 어떤 점에 집중했나

남규만의 일상에 대해 많이 생각해봤다. 밥먹으면서 어떤 대화를 나눌까, 직업적으로는 어떨까하는. 중요한 건 정말로 화를 내야 하는데 극중 대부분에 장면에서 화를 내다 보니 다양하게 연구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표정도 여러 방면으로 연구하고 때론 폭발하기도 하고 옆차기도 하고 책상을 뒤집기도 하면서 다양한 '화'에 대해 연구한 시간이었다.

▲ 극중 캐릭터와 실제 '남궁민' 사이에서 헷갈리지는 않았나

순간순간 몰입하려고 노력했다. 촬영이 없을 때도 자의식 어딘가에서는 남규만을 염두에 둬야 했고. 방송을 통해 서진우(유승호)에게 악행을 하는 모습을 볼 때면 너무 슬프기로 했다. 남궁민과 남규만 사이에서 가끔씩 헷갈리기도 한 것 같다. 가끔씩 연기하다 거울을 보면 너무 못돼보여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남궁민. 사진=SBS 제공.
▲ 유아인이 연기한 영화 '베테랑'의 조태오 캐릭터와도 많은 부분 비교하는 시선이 있었다.

나도 이제 연기 경력 17년차인데 누군가와의 비교가 별로 의식되지는 않는다. 다만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는 알 것 같다. 누군가보다 잘 하겠다거나 욕심을 부리고 연기한 적은 없었다. 나를 비우니 연기가 좀더 편해지는 것 같고 그런 것들이 내 연기를 좀더 완성시켜주는 것 같더라. 오히려 '어떻게 하면 더 못 돼 보일까'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함정이다. 그저 남규만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 최근 단편 영화를 연출해 영화제 출품도 계획중이라고 들었다.

스스로 평가하기에 난 연기보다 연출이 나은 것 같다.(웃음) '라이트 마이 파이어'란 작품인데 이틀만 다 찍었다. 그동안 연출을 정말 하고 싶었고, 단순히 연기자 출신이 겉멋들어서 하는게 아니라 오랫동안 준비해왔음을 모여주고 싶었다. 거창하진 않지만 재미있게 봐 주셨으면 좋겠다. 내가 영화를 볼 때도 '내 스타일이야' 라고 보는 게 있는데 그럴 때 굉장히 즐겁다. 내 영화로 뭔가 감명받는다기보다는 그저 즐겁고 흥미롭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 차기작 계획은 어떤지 궁금하다.

좋은 작품이 들어오면 하겠지. 아마 금방 볼 수 있을 것 같다. 예전에는 '연기할 때의 즐거움이 뭘까?'라고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게 없었다. 그러다 그저 맡은 역할을 소화해냈을 때의 즐거움을 아는 순간 연기가 편해지고 일도 잘 풀린 것 같다. 그런 즐거움을 마다할 수 없다. 아직 남궁민으로 소진할 수 있는 게 많이 남겨진 것 같으니까.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