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 사진=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 장서윤 기자] 담백하면서도 고급스럽다. 감성 싱어송라이터 라디(Ra.D)의 곡이 오랜 시간 꾸준히 대중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어떤 인공적인 느낌은 배제한 채 노래와 연주 그 자체에 세심하게 집중하는 데 있다. 그런 완벽함을 추구하는 성향 때문일까? 지난 2002년 데뷔 이래 라디는 대중적인 행보보다는 곡을 쓰고 만드는 싱어송라이터와 프로듀서의 역할에 더 힘써왔다.

'엄마'와 '아임 인 러브'(I'm in love) '오랜만이죠' 같은 곡이 방송 활동 큰 사랑을 받는 동안에도 그는 방송 활동은 거의 자제한 채 자신의 레이블 운영과 곡 작업에 몰두해왔다. 그런 그가 드디어 데뷔 15년만의 첫 단독 공연 '어바웃 러브'(About love)로 12일 오후 7시 서울 중구공감센터 공감홀에서 팬들과 만난다. "며칠 남지 않은 공연 준비에 정신이 없다"면서도 행복한 미소를 감추지 않는 그는 15년만의 관객과의 데이트가 꽤 설레는 표정이었다.

▲ 무려 데뷔 15년 만에 첫 단독 공연이다. 싱어송라이터로서 많은 명성을 얻고 있음에도 15년만에야 처음 공연을 열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데뷔 이후 싱어송라이터와 프로듀서 역할을 하다 보니 공연이나 행사같은 활동에 대해 준비를 하지 못했다. 창작활동을 최우선시하다보니 다른 부분에 시간이나 에너지를 투자할 여유가 없었다. 또 하나는 그동안 2008년에 시작한 독립레이블 리얼콜라보를 통해 후배 아티스트들을 육성하는 데 힘썼다. 브라더수 주영 디어 시에나같은 아티스트들의 활동을 지원했고 지난해 10월 소속 아티스트들과 결별하면서 자연스럽게 내 활동으로 돌아와 1인 기획사가 됐다. 그러면서 다시금 나에게 집중하게 됐는데 활동을 안하고 있었음에도 내 음악을 꾸준히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제는 팬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큰 맘 먹고 직접 공연 연출도 준비하게 됐다. 음원 발매에 맞춰 방송(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도 준비 중이다.

▲ 그동안 '엄마' '아임 인 러브' 같은 노래는 잘 알려져있지만 활동이 없어 '얼굴 없는 가수'처럼 알려진 부분이 있다. 이번엔 전면으로 나서면서 어떤 고민을 했나

라디. 사진=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적극적으로 활동해보자고 생각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나에 대한 방향성을 많이 고민하게 되면서부터였다. 뮤지션으로서 '나를 어떻게 포지셔닝할까? 음악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레이블을 7년간 운영하면서 얻은 결과는 나는 음악을 사업성으로 접근하기보다는 협업하고 노하우를 알려주는 부분을 더 재미있어 한다는 지점이었다. 예를 들면 콜라보레이션 활동같은. 음악을 하는 것 자체를 무엇이라고 단정지을 순 없지만 앞으로는 공연을 꾸준히 하는 뮤지션이 될 거라는 의지가 생겼다.

▲ 7년간 레이블을 운영하고, 다시 1인 기획사가 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경험도 많이 했을 것 같다.

애정을 가지고 운영을 해 왔고 다행히 브라더수 주영 같은 함께 했던 친구들이 잘 돼서 기쁘다. 지금도 꾸준히 연락을 한다. 그동안 내가 그들에게 할 수 있는 방향 제시나 노하우 전수 등은 성심성의껏 했다고 자부한다. 원석을 발견해서 다듬어가는 매력을 느꼈달까. '돈을 벌려고' 음악을 하지는 않았다는 점도 내겐 자부심으로 남아 있다. 물론 회사 운영을 책임지는 역할이 쉽지는 않았다. 많이 배웠고, 이후에 다시 후배들을 영입해 레이블을 운영한다면 좀더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 직접 공연 연출자로도 나섰는데 공연에서만 볼 수 있는 라디의 매력은 어떤 게 있을까?

개인적으로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하는 데 대한 로망이 있는데 아직 한번도 못해봤다. 이번에 보여드리려고 열심히 연습 중인데 잘 될 것 같다.(웃음) 비보잉도 준비 중인데 아마 더 나이들기 전에 제대로 할 수 있는 기회이지 않을까 싶다.

라디. 사진=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 이번 공연에 동료 가수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고 들었다.

원래 부탁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 "나 공연한다"고 주위 분들에게 조심스럽게 얘기했더니 흔쾌히 도와주더라. 특히 게스트로 서는 정인과는 오랜 친구인데 늘 주는 것 없이 받기만 하는 것 같은 마음이다. 다이나믹 듀오, 김조한, 김범수,2PM 우영 등도 선뜻 응원 영상에 응해주는 등 바쁜 스케줄에도 두말 없이 도와줘 무척 고맙더라.

▲ '엄마'같은 곡은 최근 MBC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에서 두 번이나 불렸을 정도로 발표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곡을 쓸 때 자신만이 지닌 비법같은 게 있나

계속해서 내 노래를 들어주고 기억해주신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엄마'란 곡은 군 제대 후 집안 형편이 가장 어려웠을 때 쓴 곡이다. 당시 집에서 홀로 곡 작업을 하고 있는데 주인집 아주머니가 와서 집세가 석 달 밀렸다고 하시더라. 어머니가 내색하지 않으셔서 전혀 몰랐던 일이었고 미안한 마음에 아르바이트라도 해야겠다 싶어 구인 사이트를 뒤지고 있는데 어머니가 '뭐하는 거냐?'라며 '나는 네가 음악을 하길 바란다'고 화를 내시더라. 그때 든 여러가지 감정을 담은 노래가 '엄마'다. 사실 요즘엔 어머니와 종종 싸우기도 하지만 그 때를 생각하면 항상 뭉클해진다.

▲ 공연과 함께 7일 발매한 신곡 '싶은데' 와 '굿 걸'(Good girl)은 꽤 달달한 분위기의 로맨틱한 곡이다.

라디. 사진=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사랑을 막 시작하는 남자의 설레는 마음을 담았다. 연인을 앞에 두고 여러가지 생각이 많아지는 남자의 복잡한 심경을 그렸다. 싱글 커버 사진 속 고양이는 내가 직접 키우는 아이인데 고양이의 모습이 꼭 여자랑 비슷하다는 생각에 이번에 같이 하게 됐다.(웃음)

▲ 오래 기다려 준 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가 있을 것 같다.

'반갑습니다. 라디입니다.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잊지 않고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제대로는 처음이네요. 앞으로는 부지런하게 만나 뵐게요'란 말이 앞선다. 올해는 또다른 싱글 발매와 공연도 계속 해 볼 예정인데 처음 해 보는 이런 도전에 나 또한 설레고 두근거리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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