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손여은이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 조현주 기자] 54부작의 긴 항해를 마친 얼굴로는 보이지 않았다. 따뜻한 기운은 아직도 그를 감싸고 있었다. 가족들끼리 둘러앉아 밥을 먹는 장면을 찍으을 때는 "이런 신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행복한 미소가 그의 입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배우 손여은(33)은 최근 종영한 KBS 2TV 주말극 '부탁해요, 엄마'(극본 윤경아, 연출 이건준)를 통해 이혼의 아픔을 간직한 싱글맘 선혜주 역으로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냈다. 2014년 종영한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이하 세결여)에서 종잡을 수 없는 '밉상' 계모 채린 역으로 대중들의 시선을 붙들었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 약해보이지만 강단 있는, 상반되는 매력을 뽐냈다.

"제가 완벽한 타입은 아니에요. 빈틈도 많고 실수도 많이 해요. 뭐도 많이 흘리고 다니고요. 그런 점이 혜주랑 닮았어요. 혜주는 자기가 알아서 다 잘 한다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거든요. 그런 설정들이 매력 있었어요. 대사나 상황이 기발했죠. 또 자기 할 말은 다 해요. '자뻑'도 있고요. 그런 밝고 맑고 순수한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극 중 그는 임산옥(고두심)의 아들 이형규(오민석)와 결혼했다. 차가운 남자였던 형규는 혜주의 순수한 마음에 녹아내렸다.

"서로 반대라서 끌렸어요. 혜주는 형규가 살던 세상에서는 보지 못한 인물이에요. 처음에는 어이가 없다가 자꾸 피식피식 웃음이 나고, 혜주가 주변 사람들을 사랑으로 끌어안는 순수한 모습을 보고 웃기 시작했어요. 얼음장 같이 차갑던 남자의 마음에 열리고 그 과정서 사랑이 싹 트인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까 혜주가 정말 대단한 능력자네요."

손여은은 나이가 믿기지 않은 동안의 여배우였다. 그러한 그가 초등학생 아들을 둔 역할을 이렇게 훌륭하게 소화해낼지 그 누가 알았을까? 그는 "내가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이기 때문에 그 마음을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런데 제가 아이를 워낙 좋아해요. 처음부터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접근했어요. 엄마 역할을 해보기도 했고요."

엄마 역할보다 그를 힘들게 했던 것은 수많은 갈등이었다. 형규와 결혼을 하기까지도 쉽지 않았다. 결혼을 하고 나서도 임산옥의 병세를 몰랐던 형규-혜주는 철없는 불효자였고, 시청자들의 미움을 받기도 했다.

"혜주 입장에서는 어머니가 아픈지를 모르잖아요. 어렵게 결혼을 해서 알콩달콩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여러 갈등들이 조장되면서, 그게 드라마의 중요 부분을 많이 담당하게 된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로 인해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분들이 많았던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는 역할을 잘 해낸 게 아닐까 해요."

호흡을 맞춘 오민석은 최고의 파트너였다. 촬영 당시 오민석은 강예원과 함께 MBC '우리결혼했어요' 촬영을 했지만 그는 "몰입을 워낙 잘해줘서 방해될 일은 없었다"면서 "'우결' 팬들이 '부탁해요, 엄마'를 보고 내 팬이 되기도 했다. 좋았다"고 말했다.

"우리 커플 때문에 드라마를 본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정말 좋았죠. 힘도 났고요. 빤하지 않은 커플이라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될지 예측이 안 된 커플이라고 좋아해주셨어요. 도대체 언제 서로의 감정을 알아차리나 답답하다가도 형규가 프러포즈를 했잖아요. 평범한 커플이 아니라서, 너무 어울리지 않는 인물들이라서 신선하게 봐주신 것 같아요."

길거리 캐스팅으로 연예계에 입문한 그는 2005년 드라마 '돌아온 싱글'로 데뷔를 했다. 이후 긴 무명 시절을 겪었다. '세결여'는 그의 인생을 바꾼 작품이었다. "어리둥절했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알아봤다"던 그는 "사람 일은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겠더라. 그냥 돌아다녀도 못 알아봤는데 갑자기 알아보니까 놀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런 그가 '세결여' 이후 차기작인 '부탁해요, 엄마'까지 꽤 오랜 시간 공백기를 가졌다.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인 일이 있었어요.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아버지가 아프셔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어요. 돌이켜 보면 그 시간들이 참 소중한 시간들이에요."

그런 시간들을 보내고 만난 '부탁해요, 엄마'로 그는 또 다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요새 SNS를 하는데 외국 팬들도 많이 생겼어요. 외국에서도 우리 드라마를 많이 보더라고요. 직접 편지도 보내주고 우리 커플이 나오는 장면을 캡처해서 올려주기도 하더라고요. 감사해요. 제가 1년 반 정도 쉬다가 작품을 하게 됐는데 이렇게 또 사랑을 받게 됐어요. 앞으로 제가 더 많이, 가까이 다가가야겠다구나 싶더라고요."

어떤 모습을 기대해도 좋을까? 그는 "나도 내가 어떤 캐릭터를 맡게 될지 기대가 된다"면서 "많이 늦기 전에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실 저는 개성 있는 외모가 아니에요. 늘 그게 단점이라고 생각했어요. 튀는 외모가 아니라 배우로서 마이너스가 되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한 적도 있죠. 그런데 지금은 아니에요. 실제로 '저게 너였어?', '이런 것도 되구나'라는 말을 들을 때 기분이 제일 좋아요. 그게 저의 장점이라고 생각하고요. 그걸 계속 활용하면서 앞으로도 좋은 연기를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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