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조현주 기자] 정겨웠던 골목길과 마지막 인사를 했다. 케이블채널 tvN 금토미니시리즈 '응답하라 1988'(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 이하 응팔)이 16일 막을 내렸다. 시청률 19.6%(닐슨코리아 / 유료풀랫폼 가구 /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케이블채널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앞으로 연예계를 이끌어나갈 새로운 얼굴들은 물론 중년 연기자들의 재발견까지 이뤄졌다. 무엇보다 극의 주축이 됐던 '쌍문동 5총사'에 대한 애정이 크다. 쌍문동 골목에서 태어나고 함께 놀고, 성장하고, 10대의 추억을 쌓았던 이들은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안겼다. 혜리, 류준열, 박보검, 고경표, 이동휘는 '응팔'이 낳은 최고의 수혜자로 등극했다.

캐스팅 단계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혜리는 연기자로서 완벽하게 인정을 받게 됐다. 그는 공부 잘하는 언니와 남동생 사이에서 자란 설움 많은 둘째 성덕선 역을 맡았다. 혜리는 천방지축 덕선을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공부는 못하지만 마음씨는 예쁜 덕선을 제대로 표현했다. 특히 가족들에게 둘째로서의 절절한 설움을 토로할 때는 많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할 정도로 발군의 연기 실력을 뽐냈다. 여기에 자신의 '큰 코'를 망설임 없이 망가뜨리는 등 예뻐 보이는 것보다 온전히 덕선을 잘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호감도를 높였다. 특출한 것은 없지만 그래서 더 정감이 가고 귀여운 캐릭터를 오롯이 표현하며 가장 주목할 만한 20대 여배우로 등극했다. '응팔' 출연 배우 중 가장 많은 CF를 찍으며 '광고퀸'에 등극하기도 했다. 소속사 측에 따르면 혜리는 올해 안에 신중하게 차기작을 선택해 또 다른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여심을 뒤흔들었다. 2014년 단편 영화로 데뷔한 류준열이 첫 TV 작품부터 제대로 매력을 뽐냈다. 찢어진 두 눈과 두툼한 입술 그리고 유달리 도드라진 광대 등 류준열을 미남이라고 정의내리긴 어렵다. 하지만 그의 연기를 보면 그가 잘생겼다고 느껴진다. 그가 맡은 정환은 세상사에 불만 많고, 부모에게 무뚝뚝한 아들이다. 좋아하는 덕선을 짓궂게 놀리고 표현 한번 제대로 못한다. 그러나 정환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덕선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다. 덕선이 만원버스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자 그의 뒤에서 붉으락푸르락하게 팔 핏줄을 세웠다. 비가 내리는 날 덕선이 도서관에서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자 도서관까지 가서 우산을 전해준 뒤 "일찍 다녀"라고 툭 한마디를 내뱉는다. 류준열은 첫사랑을 향한 순수한 설레임을 제대로 표현하며 많은 여성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때문에 결말이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가 아니자 네티즌들은 폭동 수준의 반응을 쏟아내고 있는 중이다.

혹시나 했더니 '어남택'(어차피 남편은 택)이었다. 순진무구해보이지만 저돌적이고, 승부사 기질이 있다. 결국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는 맞았다. 극 중 박보검은 이창호를 모델로 한 천재 바둑기사, 최택 6단으로 분했다. 택은 천재 바둑소년으로, 바둑계의 돌부처로 불리는 대한민국 국보급 바둑기사다. "밖에 나가서는 대통령보다 더 극진한 대접"을 받는 택이지만 쌍문동 친구들에게 그는 '등신'이자 돈 많이 버는 친구다. 혼자서는 할 줄 아는 게 없다. 젓가락질도 못하고, 영화관도 못 찾는다. 친구들은 "사람들이 왜 너한테 지는 거냐?"면서 의아해한다. 그저 순둥이인줄만 알았던 그가 갑자기 러브라인의 중심축으로 훅 들어왔다. 그러면서 '어남류'와 함께 '혹남택'(혹시 남편은 택) 이라고 불렸다. 결국 정환이 우물쭈물하며 기회를 놓칠 때 택은 생애 최초 기권패를 하며 덕선에 달려갔고, "우린 친구잖아"라고 말하는 덕선의 입을 덮치며 자신의 마음을 확실하게 표현했다. '꽃미남' 박보검은 '상남자스러운' 모습까지 보여주며 쌍문동 5총사 중 가장 다채로운 매력을 드러냈다.

연상녀를 향한 과감한 돌진은 결국 사랑으로 이어졌다. 극 초반 고경표가 연기한 선우는 덕선이 짝사랑하는 친구로 나왔다. 선우는 어른스럽다. 어린 나이에 아빠를 잃었기에 일찍이 집안의 기둥이 된 그는 엄마의 일을 도와주고 어린 동생과 놀아주는 다정한 아들이자 오빠다. 쌍문 고등학교 전교 회장이자 쌍문동 골목 모든 엄마들의 워너비 아들로 손꼽히는 '엄친아'다. 또래보다 어른스러운 그의 모습에 덕선 역시 빠져들었다. 그러나 그가 좋아하는 인물은 덕선이 아닌 바로 보라(류혜영)였다. 아빠 장례식장에서 "이럴 땐 그냥 울어도 돼"라며 어깨를 내어줬을 때 그의 마음은 보라에게로 향했다. 보라와 비밀 연애를 시작하며 다소 응석받이로 변하기도 했으나, 6년이 흐른 뒤 의젓하고 훤칠해진 의대생으로 등장한 선우는 보라와 다시 사랑을 시작했다. 동성동본으로 양가 부모의 반대에 휩싸였지만 결국 두 사람은 결혼에 골인했다. 고경표는 엄마를 지극히 생각하는 효자 아들로, 다소 밋밋한 모범적인 모습을 선보였으나 보라를 향해 과감히 돌진하는 연하남의 매력을 어필했다. 그가 보라와 선보인 진한 키스신은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근의 공식은 알아도 인생을 모르는" 친구들과 달리 이동휘가 연기한 동룡은 자신의 인생을 즐길 줄 아는 개성 강한 친구다. 학생 주임 아버지와 '보험왕' 어머니를 둔 동룡은 집에 들어가는 걸 싫어하고, 덕선이보다 더 공부를 못한다. 아무데서나 방귀를 뀌고, 독서실에서 야한 잡지를 보거나 의자를 올려놓고 바닥에서 자는 것이 일상이다. 특히 동룡은 예쁜 여고생 출몰 지역, 빨간 비디오, 야한 영화 상영극장 등 특이 정보에 귀가 밝아 친구들 사이에서 정보통이다. 그러나 동룡의 더 큰 장점이 있다. 친구들의 고민을 상담해주고, 해결사 역할까지 톡톡히 한다. 따뜻한 말 한 마디를 던질 줄 아는 '쌍문동 5총사'의 든든한 버팀목이기도하다. 여기에 뛰어난 청각과 후각을 자랑하며 극에 깨알 같은 재미 역시 안기기도 했다. 이동휘는 비중은 그리 많지만 매 장면마다 자신의 역할을 100%해내며 시청자들로부터 "동룡이 분량을 늘려 달라"는 요청을 제일 많이 받았던 인물이다. 극 중 그의 대사인 "덕선아 어디 있니? 내 말 들리니?"는 '응팔'의 최고 유행어가 됐을 정도로 시청자들은 그의 능청스럽고, 맛깔 나는 연기력에 감탄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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