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석. 사진=김봉진 인턴기자 multi@hankooki.com
[스포츠한국 장서윤 기자] "바람둥이요? 그보다는 그간 보여주지 않았던 제 능청스러움을 보여드릴 수 있어 좋았어요."(웃음)

케이블TV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이후 배우 유연석에게 붙는 수식어는 의례히 '로맨틱 가이'였다. 부드럽고 상냥하면서도 여자에게 깊은 배려심을 보여주던 그 남자가 다소 도발적인 모습으로 돌아왔다. 14일 개봉한 영화 '그날의 분위기'(감독 조규장 제작 (주)영화사 문)에서 그는 '찍은 여자는 무조건 넘어온다'는 신조를 지닌 매력적인 스포츠 에이전트 김재현 역으로 분했다.

제목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 영화는 기차에서 만나 우연히 하룻밤을 보내게 된 남녀의 우여곡절 러브스토리를 담고 있다. "밥 먹을래?"같은 일상적인 말처럼 "나랑 잘래?"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재현 역은 유연석에게는 낯설지만 충분히 흥미로운 도전이기도 했다.

"초반에 '나랑 잘래?'같은 다소 노골적인 대사와 상황을 그려나가면서도 매력적인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저는 꽤 재미있었어요. 물론 처음 촬영할 땐 '저런 말을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하지?'란 생각에 어색하기도 했죠. 재현은 꼭 '바람둥이'라기보다 능청스러운 면을 많이 지닌 인물이라 그동안 반듯한 역할을 주로 해 왔던 저의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 더 맘에 들었어요."(웃음)

극중 부산행 기차에서 만난 두 남녀는 우연히 일로 인해 얽히면서 자연스럽게 인연을 쌓아간다. 남녀 관계에 대해 솔직한 대사 톤을 담은 이 작품은 데이트 무비에 알맞은 로맨틱한 톤으로 완성됐다. 그러나 시나리오의 시작은 로맨틱 코미디라기보다 '격정 멜로'에 가까웠다고.

유연석. 사진=김봉진 인턴기자 multi@hankooki.com
"처음 접했던 시나리오는 색깔로 표현하자면 '새빨간색'이었어요. 사랑에 대해 날것의 느낌이 강렬한 모습이었죠. 수정 작업을 거치면서 로맨틱 코미디로 방향을 잡았고, 기차라는 공간이 주는 상황 속에서 '비포 선라이즈'나 '연애의 목적'같은 영화를 떠올렸죠. 그래서 탄생한 톤은 지금처럼 분홍색이 됐네요."(웃음)

개인적으로는 '새빨간 색'을 선호했던 그인 만큼 좀더 현실적이고 성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느낌이 더 가미됐으면 어땠을지 아쉬운 부분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발칙한 대사 속에서도 두 남녀의 설렘이 자연스럽게 묻어난 지점이 마음에 든다"라며 웃음짓는다.

이번 작품으로 처음 만난 문채원과의 호흡은 영화 속 두 주인공처럼 '밀고 당기기'가 있어 흥미로웠다고.

"채원씨는 현장에 완벽하게 준비를 해 와서 계획대로 하는 편이라면 저는 현장의 분위기에 따라 바꿔보는 편이에요. 소품이나, 소리나 작은 부분 하나하나가 배우에게 미치는 영향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다르게 시도해보면 채원씨가 받아들이기도 하고, 아니면 다시 서로 얘기를 해 보는 그런 재미가 있었어요."

그는 현장에서 영화 속 장면이나 대사 등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출해 실제로 작품에 다수 반영되기도 했다.

유연석. 사진=김봉진 인턴기자 multi@hankooki.com
"두 사람이 처음으로 서로 미묘한 감정을 느끼는 장면이랄지, 마지막 엔딩 신에 담긴 여주인공의 대사도 아이디어를 냈는데 감독님이 적극적으로 받아주셨어요. 사실 보통은 촬영이 끝나면 술을 잘 마시지는 않았는데 이번에는 매번 감독님과 맥주 한 잔씩 하면서 작품 아이디어를 여럿 공유했죠. 그래서인지 애착이 남다르기도 해요,"

연기자가 아닌 연출자의 관점에서도 작품을 바라보면서 자연스럽게 최근의 성 담론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도 됐다.

"이제는 사랑과 성에 대한 얘기는 연령을 초월한 것 같아요. 이 작품이 출발하는 소재는 '하룻밤 사랑'이지만 주고 있는 메시지는 '그 하룻밤의 분위기를 바꾸게 하는 무언가'거든요. 결국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어린 친구들이 본다고 해서 이해를 못 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연기와 작품에 대해 그는 마르지 않는 샘처럼 쉬지 않고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를 스타덤에 오르게 해 준 '응답하라 1994'를 비롯해 근 몇년간 쉼없이 작품에 출연한 데 이어 최근에는 '벽을 뚫는 남자'로 첫 뮤지컬에 도전하기도 했다. 지치지 않고 일하는 비결이 있는지를 물으니 "매번 새롭다"는 답이 돌아온다.

"똑같은 일이 매번 쳇바퀴처럼 굴러갔다면 쉬지 않고 일 하는 걸 견뎌낼 수 있었을까 싶은데 늘 다른 장르에 대한 도전과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다 보니 재밌게 할 수 있었어요. 특히 뮤지컬은 항상 품어왔던 무대라는 공간에 대한 동경을 실현시킬 수 있는 기회였구요.(웃음) 사실은 소속사에서 올 겨울에는 휴가를 준다고 했는데 그 휴가 기간에 제가 택한 게 뮤지컬이거든요."

유연석. 사진=김봉진 인턴기자 multi@hankooki.com
호기심이 많은 평소 성격때문일까? 앞으로도 미지의 영역에 대한 도전은 계속하고 싶단다.

"'잘했던 캐릭터를 한번 더 해봐야지'란 생각보다 두렵고 걱정되기도 하지만 제 안의 다른 이미지를 계속 꺼내 보여주고 싶어요. 한 가지에 국한되거나 머무르기보다는 꾸준히 다른 시도를 하고 싶어요. 아직은 계속해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유연석. 사진=김봉진 인턴기자 multi@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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