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계상. 사진= 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스포츠한국 장서윤 기자] "남자들은 누구나 찌질한 모습이 조금씩은 있는 것 같아요. 돌아보면 저 또한 치기어리고, 센 척하고 싶은데 눈치만 보고 있었던 그런 시절이 있었죠."

연애가 주는 안정감 덕일까? 배우 윤계상은 편안하고도 열려 있는 모습이다. 몇년 전 인터뷰 때만해도 섬세하고 예민한 배우의 선이 읽혔던 그에게는 데뷔 17년차를 맞은 여유로움인지 개인적인 행복감에서 오는 건지 모를 관대함이 가득 차 있다.

각자의 옛 연인의 결혼식장에서 마주친 두 남녀가 우연히 함께 보낸 하룻밤으로 인해 인연을 엮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극적인 하룻밤(감독 하기호, 제작 연우무대, 스토리지)'은 윤계상에게는 지난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자 개인적으로는 '마지막으로 도전하는 청춘 로맨스'라는 의미를 담은 영화다.

극중 남자주인공 박정훈(윤계상)이 옛 연인 마주연(박효주)의 결혼식장에서 만난 정시후(한예리)는 주연의 신랑 김준석(박병은)의 전 여자친구. 만남부터 범상치 않은 두 사람은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하룻밤을 같이 보낸 후 서로에게 알 수 없는 끌림을 느끼며 만남을 이어간다.

"정훈은 자격지심도 많고, 한마디로 찌질하죠.(웃음) 자신과 준석의 조건을 비교하며 한없이 초라해지기도 하고 그래서 더 멋있는 척, 괜찮은 척 하기도 하구요. 그런데 저는 그런 모습이 너무 순수해서 풋풋해 보였어요. 제 20대 시절이 오버랩되기도 했구요. 저 또한 눈치도 많이 보고, 맘 속으로 재다가 놓치는 기회나 인연이 많았거든요."

윤계상. 사진= 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실제로 극중 정훈은 남들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돌아서면 자신의 비루함에 홀로 괴로워하는 청춘의 표상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20~30대는 내 모습이 남들에게 어떻게 비쳐지는지가 중요한 나이인 것 같아요. 남자들은 늘 여자 앞에서 멋진 사람이고 싶어하고, 자신이 초라하다고 느끼는 모습을 참을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거든요. 오히려 남자가 여자보다 더 약하죠.(웃음)"

그래서 이 작품은 그에게 자연스레 자신의 지나온 날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제게 이 작품은 '청춘에 대한 이야기'로 다가와요. 실수해도 괜찮은 예쁜 나이가 그립고, 추억처럼 새록새록 떠오르죠. 아마도 제가 마흔, 쉰이 돼서도 그때가 그리울 거에요. 한심했던 내 모습을 떠올리며 미소지을 수 있는 청춘 영화, 로맨틱 코미디라는 점이 제 마음을 울렸거든요."

영화 속 베드신은 수위가 그리 높진 않지만 섹스에 대한 가감없는 대화가 이어지는 솔직함이 돋보인다.

윤계상. 사진= 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윤계상은 "정말 다행스럽게도 함께 연기한 한예리 씨가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후배라 베드신에 대해 편하게 얘기할 수 있었어요. 사실 남자배우로서 베드신은 굉장히 긴장되고 신경쓰이는 부분이거든요. 한예리 씨와는 매 장면 하나 하나 몸의 각도부터 대사까지 세심하게 상의하고 터놓고 말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라고 들려준다.

사랑에 관한 영화지만 작품은 최근 '3포 세대'로 지칭되는 20~30대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기도 한다. 극중 정훈도 기간제 교사로 일하며 앞날을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이면서 더 많은 갈등을 겪게 되는 인물이다.

"'삼포 세대'라는 단어를 사실 근래에 들었어요. 젊은이들이 얼마나 살아가기 힘들면 그런 단어가 나올까 싶어 너무 안타까웠죠. 하지만 살아가면서 절대 포기하면 안돼는 것들 중 하나가 사랑인 것 같아요. 사랑이 없으면 과연 살아갈 수 있을까요? 저 또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돌아보면 값비싼 물건을 지녔을 때가 아닌, 사람들 사이에서 사랑과 충만감을 느꼈을 때거든요."

영화의 주제와 맞물려 최근 사랑과 인간관계에 대해 더 소중함을 느꼈다는 그는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건 '내 주위에 좋은 사람이 많아야 행복해지는구나'라는 거에요. 그래서 최근에는 관계에 대해 많이 노력하고 있죠"라며 웃음짓는다.

지난해 오랜만에 그룹 GOD로 뭉친 순간이 그랬고 이제는 서로의 활동에 공개적으로 응원도 보내주는 연인 이하늬와의 관계도 그렇다.

윤계상. 사진= 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한 바퀴를 돌아 데뷔 17년째를 맞다 보니 다신 만날 것 같지 않던 사람도 또 보게 되고 어느덧 동료, 선후배란 이름이 되어 제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아플 때 아프다고 전화 한 통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도 정말 큰 행복이란 걸 새삼 느끼고 있는 요즘이에요."

이제는 스스로도 조금씩 성숙해지고 있는 것 같다는 윤계상의 '행복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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