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괴물의 아이' 사진=얼리버드픽쳐스 제공.
[스포츠한국 장서윤 기자]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건 무엇때문이며, 과연 인간이 동물보다 낫다고 할 수 있을까?

심오한 철학적 주제를 담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신작 애니메이션 '괴물의 아이(수입 얼리버드픽쳐스 배급 CGV아트하우스, 리틀빅픽처스)'가 25일 한국 관객들과 만났다.

'괴물의 아이'는 버림받은 소년 렌을 통해 인간과 짐승, 그리고 신의 세계를 그린 작품이다. 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렌은 인간의 세계에서 좌절을 겪은 인물이다. 우연히 괴물 쿠마테츠와 만난 렌은 그의 제자가 되고 둘 사이에는 우정과 사랑이 싹튼다.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가는 렌과 쿠마테츠는 부자지간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되고 렌은 '큐타'라는 새 이름도 얻게 된다.

어느덧 17세가 된 소년 큐타는 다시금 자신이 떠나 온 인간의 세계를 그리워하고 카에데라는 소녀를 만나면서 쿠마테츠와 갈등을 빚는다. 갈등은 곧 인간 세계와 자신을 길러 준 짐승의 세계에서 균열을 느끼는 큐타의 정신세계를 그리고 있다.

작품이 주는 메시지에 주력하지 않더라도 영화는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 요소가 많다. 평범하게 살던 소년 큐타가 어느날 갑작스럽게 다가 온 판타지 세계와 맞닥뜨리고, 괴물을 만나 사제지간이 되고 다시 가족과 같은 관계로 발전하는 모습은 각 캐릭터들의 매력과 개성 속에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스토리로 이어진다.

영화 '괴물의 아이' 사진=얼리버드픽쳐스 제공.
특히 사람인 큐타와 괴물 쿠마테츠 사이가 조금씩 가까워지고 동질의식을 느끼게 되는 장면은 소소한 재미와 웃음을 유발한다. 여기에 '신'이 되고 싶어하는 호랑이, 원숭이, 돼지 등 동물의 형체를 띠고 있는 동물들은 일본의 토착신앙을 의미하는 요소로 일본 애니메이션 속에 숨어 있는 애니미즘(생물에 신이 깃들어 있다는 사상)을 엿볼 수 있는 요소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작품의 미덕은 인간의 따뜻함을 지닌 '휴머니즘'에 있다. '가족'이란 단지 핏줄로 연결된 피붙이가 아니라 삶을 함께 하며 성장해가는 공동체라는 사실을 작품 내내 일깨워주고 있다. 이같은 주제의식은 감독의 전작인 '시간을 달리는 소녀' '늑대 아이'와도 궤를 같이 한다.

아쉬운 점은 작품의 초, 중반과 후반부의 분위기가 급격하게 바뀌면서 주제의식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인간과 신의 세계를 넘나들며 사람과 동물의 공존, 그리고 가족의 의미에 대해 철학적인 메시지를 친근하게 풀고 있다는 점에서는 애니메이션계 수작으로 꼽힐 만하다.

영화 '괴물의 아이' 사진=얼리버드픽처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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