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프라이드'에 출연하는 배우 배수빈(사진=김지수 인턴기자 multi@hankooki.com)
[스포츠한국 최나리 기자] 최근 연극이나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배우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아리랑’ 등 뮤지컬 무대를 통해 입지를 굳혀 가고 있는 배우 안재욱을 비롯해 지난 2013년 연극 ‘광해, 왕이 된 남자’에 이어 올해 연극 ‘프라이드’로 또다시 무대에 오른 배수빈, 올 상반기 뮤지컬 ‘그날들’로 전국투어 공연까지 성황리에 마무리한 유준상과 지창욱, ‘택시 드리벌’ 공연을 앞두고 있는 김수로, 박건형, 남보라 그리고 ‘벽을 뚫는 남자’로 첫 뮤지컬 출연을 결정한 유연석까지. 많은 스타배우들이 너도나도 공연 무대 도전을 선언하며 관객과 소통해 왔거나 새로이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는 앞서 단순히 티켓 파워만을 위해 아이돌그룹 멤버 등을 뮤지컬 주인공으로 내세우던 것과는 사뭇 다른 현상이다.

먼저, 그 동안 안방극장과 스크린이라는 매체를 통해 한 단계 거쳐지며 대중에게 어필해 왔던 배우들이 이제는 관객들과 같은 공간에서 더욱 가깝게 직접적으로 소통하고 싶어하는 것을 주된 이유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자신들의 분위기 전환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판단도 함께 한다.

안재욱은 결혼 후 첫 작품으로 뮤지컬 ‘아리랑’을 선택하면서 “뮤지컬을 통해 내가 원하는 모습에 한층 다가가는 것이 자랑스럽다는 아내의 응원에 뿌듯하다”라고 전하며 “다양한 주제를 아우를 수 있는 뮤지컬로 관객에게 희망을 주고 소통하고 싶다”라고 밝힌 바 있다.

뮤지컬 '아리랑'에 출연하는 배우 안재욱(사진=김봉진 인턴기자 multi@hankooki.com)
또한 배수빈은 연극 ‘프라이드’ 프레스콜에서 “다시 한 번 무대에 너무 서고 싶었다. 타 매체에서는 에너지가 고갈된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는데 무대에서 관객들을 마주하다 보면 다시 에너지가 차오르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무대를 다시 찾게 되는 것 같다”라고 솔직한 소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배우들을 주축으로 공연계 속 하나의 브랜드화 된 단체들이 형성됨에 따라 연기자들의 무대 도전 기회가 한층 원활해진 것도 또 다른 이유로 꼽히고 있다.

배우 조재현은 자신이 대표를 역임한 수현재컴퍼니와 연극 저변 확대를 위해 대학로에 건립한 공연장 수현재씨어터를 통해 동료 연기자들을 무대 위로 불러 모으게 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지난해 공효진이 연극 ‘리타’로 무대 위에 처음 오르게 된 것도 조재현의 끈질긴 제안이 한 몫 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일화이다.

이와 더불어 배우 김수로가 공연 문화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11년부터 꾸준히 공연을 선보이고 있는 ‘김수로 프로젝트’도 있다. 김수로는 공연 기획과 제작자 역할은 물론 작품에도 직접 출연하며 활발한 공연 활동에 나서고 있다.

오는 9월 김수로 프로젝트는 연극 '택시 드리벌'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연극 '택시 드리벌'은 1997년 초연 이래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인정받으며 지난 2000년과 2004년 두 번에 걸쳐 앙코르 공연된 바 있는 영화감독 장진의 대표적인 작·연출 극으로 김수로 프로젝트와 만나 11년 만에 부활하게 되었다.

'김수로 프로젝트'로 공연계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배우 김수로(사진=스포츠한국 DB)
게다가 이번 공연은 강성진, 박건형이 합류해 힘을 싣고 있으며 남보라의 첫 연극 도전 작품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배우들의 움직임에 대해 공연계에서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공연 관계자는 “배우들이 점점 더 공연 무대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고 호의적으로 반응하며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라면서 “배우들이 공연 무대를 통해 드라마나 영화 촬영보다 무언가 더욱 직접 부딪치고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들이 직접적으로 자신의 분위기 전환을 노리다 보니 기존 공연전문배우들과도 너무나 좋은 호흡을 보이며 시너지가 좋다” 라며 “공연계에서는 이러한 배우들의 무대 진출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라고 전했다.

반면에 개선되어야 할 문제점도 있다. 한 관계자는 “홍보나 티켓 파워 부분에 있어서는 인지도 높은 배우들의 출연이 도움이 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라면서 “그러나 작은 공연이라도 단순히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막연히 공연무대에 뛰어드는 배우들도 있다. 제작사들도 인지도를 마케팅 수단으로만 사용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캐스팅됐는데도 스케줄 조정이 안되거나 하는 문제 등으로 일정에 차질을 빚는 경우도 있다. 이런 부분들은 향후 발전성을 위해서라도 잘 조율되고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에는 연극무대 출신인 배우들이 무대와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공연계에 계속 몸 담고 있었다면, 최근에는 이른바 스타급 배우들이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만들어진 상업성 이미지를 탈피하고 진정한 배우로서 연기력도 입증받는 하나의 통과의례로 공연 무대에 도전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 평론가는 “배우들이 관객들과의 인간적인 소통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기회도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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