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선] ‘앵그리맘’서 억척스런 엄마 조강자로 열연
“연아 엄마로서 느낀 점 많았다”
“지수와의 케미?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앵그리맘’서 조강자로 열언한 배우 김희선이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규연기자 fit@hankooki.com)
[스포츠한국 조현주기자] 예쁜 얼굴 덕분인지 배우 김희선(38)에 대한 평가는 언제나 야박했다. 배우보다는 스타, 아이콘이라는 단어가 더 많이 따라다녔다. 때문에 최근 김희선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KBS 주말드라마 ‘참 좋은 시절’에서 화려함을 벗어던진 김희선이 이번엔 자식을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는 이 시대의 엄마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김희선은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앵그리맘’(극본 김반디·연출 최병길)에서 딸의 학교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학교로 간 엄마 조강자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진한 모성애 연기를 펼친 김희선을 두고 대중들은 “더 이상 예쁘기만 한 배우는 아니다”며 수두룩한 재평가를 내놓았다. 그러나 김희선은 이러한 평가에 “나는 20년째 재평가를 받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하는 작품마다 재발견이라는 수식어가 붙더라고요. 20년째 그런 말을 들으니까 ‘그전에는 내 연기가 그렇게 형편없었나?’라고 칭찬을 받으면서도 투정을 부리기도 했어요. 그런데 SBS ‘화신’을 함께했던 최영인 CP가 ‘익숙함 속에서 나오는 새로움이 제일 좋다’라고 말씀하더라고요. 좋게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새로운 작품을 할 때마다 잘해서 칭찬해주는 거라고 긍정적으로만 생각하기로 했어요.”

작품 역시 좋은 평가를 얻었다. 학교폭력으로 시작한 드라마는 사학 비리, 종국에는 사회를 뒤흔드는 부정과 부패, 정치 비리로까지 꽤 깊이 있게 들어갔다. 비리의 온상은 학교의 붕괴라는 커다란 사건으로 이어졌다. 부실공사로 붕괴된 학교에 갇힌 학생들의 모습은 1년 전 벌어진 세월호 참사를 연상시키는 등 드라마는 다분히 사회고발적인 내용으로 시청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줬다.

“얻은 것이 많아요. 나 살기 바빴는데 주위를 둘러보게 되는 기회가 된 것 같아요. 뉴스에서 사회면을 보기 시작했어요. 작품을 하면서 연아 엄마로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됐어요. 아이를 키우는 게 쉽지만은 않아요. 그런데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겠다는 계획도 드라마를 찍으면서 세워지더라고요.”

엄마로서 적당한 선을 찾는 것이 힘들다고 했다. 현재 일곱살 딸 연아를 둔 그는 “청담동에 사는데 모든 엄마들이 하는 걸 다 따라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런데 또 안하면 우리 애가 뒤처지고 소외될 것 같다”며 “과외를 무시할 수는 없다. 아이한테 필요한 것은 배우게 하고, 여행도 다니고 싶다. 아이를 잘 서포트하는 것이 엄마로서의 역할인 듯 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얻은 것이 많았다고 한 그지만 김희선은 최병길 PD가 한 달 이상 캐스팅에 목을 매달았을 정도로 ‘앵그리맘’ 출연에 고심을 거듭했다.

“사람들이 엄마 김희선을 생각했을 때 ‘아이는 도우미가 키우고 김희선은 운동이나 쇼핑하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정말 엄마의 마음은 똑같아요. 엄마를 연기하고 표현하는 것은 정말 자신 있었어요. 그런데 딱 하나 교복이 걸림돌이었어요. 내일 모레 사십인데 보는 사람들이 불쾌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여기에 액션까지 해야 되니까 걱정이 컸죠. 그래서 출연 확정까지 시간이 좀 걸렸어요.”

압도적인 분량 탓에 탈이 나기도 했다. 드라마가 종영하는 날 김희선은 병원에서 링거를 맞은 후 종방연에 참석했다. 병원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그는 “내 잘못”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나만 촬영한 것도 아닌데 괜히 혼자 일한 것처럼 보여서 다른 배우들에게 미안했어요. 그런데 72시간 동안 밤을 새우니 정말 헛소리가 나오고 눈앞에 뿌옇게 되더라고요. 3일 밤을 새웠는데 마지막 촬영이 또 등산이었거든요. 그래서 도저히 종방연을 참여할 수가 없었는데 그래도 강자가 오지 않으면 안 되잖아요. 엄마가 아이들 단속도 해야 하니, 링거를 급하게 맞고 갔죠. (웃음)”

역시 미모의 여배우는 달랐다. 교복이 어색하지도 않았고, 14살 차이가 나는 지수와의 ‘케미’ 역시 설렘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동안 미모에 연기력까지 더해지니 금상첨화였다.

“어떤 배우건 자기 성격이랑 비슷한 역할을 가장 잘 해는 것 같아요. 저는 정말 (조)강자랑 많이 닮았어요. 딸을 가진 엄마라는 점은 물론 ‘무데뽀’같은 면이나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면이 비슷했어요.”

김희선의 교복 연기만큼이나 신인배우 지수와의 티격태격한 모습 역시 호응을 얻었다. 조강자를 학생으로 착각한 고복동(지수)은 그런 그에게 설렘을 느끼고 또 강자가 어려울 때마다 나서서 도와주는 흑기사 역할을 자처했다. 14살 나이차를 뛰어넘는 묘한 기류가 형성되는 순간이었다. 김희선은 지수와의 ‘케미’에 대해 “생각지도 못했다”며 “시청자들이 정말 나랑 복동이 사이를 정말 좋아해주더라. 그래도 너무 가지는 않았다. 포옹신을 그냥 손을 잡아주는 신으로 했다. 당연히 엄마로서 안아주지만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 면은 조심했다. 나랑 복동이의 멜로로 갔으면 이상했을 것 같다”고 했다.

차기작 질문에 김희선은 “신나서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다”고 했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싶은 포부 역시 밝혔다.

“했던 연기를 또 하기는 싫어요. 만날 같은 연기하는 건 지겹잖아요. 저도 재미있어야지 연기가 제대로 나오는 것 같아요. 내가 신이 나서 할 수 있는 걸 찾는 편이에요. 그래서 늘 새로운 걸 하려고 고집해요. 눈물만 흘리는 건 더 이상 안하고 싶어요. 많이 해봤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앵그리맘’은 행운이었어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설 수 있는 자리가 많이 사라졌는데 이런 작품을 할 수 있게 돼서 너무 행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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