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도] ‘착않여’서 박총무로 열연
“비중 이렇게 커질지 정말 몰랐어요”

“김혜수 언니한테 축하한다는 메시지 받아”

최근 종영한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박총무로 열연한 배우 이미도. (사진=이규연기자 fit@hankooki.com)
[스포츠한국 조현주기자] 기회는 준비된 자와 만났을 때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낸다. 배우 이미도(33)는 자신에게 온 기회를 놓치지 않을 준비된 자였다. 데뷔 11년차, 꽤 늦게 온 기회였지만 그는 감사한 마음으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고 대중들에게 ‘이미도’라는 세 글자 이름을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다.

이미도는 최근 종영한 KBS 2TV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극본 김인영·연출 유현기)에서 안국동 강선생(김혜자)의 요리교실 수제자인 박은실, 박총무로 열연했다. 그는 겉으로는 착해 보이지만 속은 열등감과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친, 이중적인 인물을 입체적으로 연기하며 드라마 속 최고 수혜자로 떠올랐다.

“스토리가 어떻게 진행될지 전혀 알 수 없었어요. 제 비중이 이렇게 커지리라고는 상상을 못했죠. 불우한 어린 시절을 겪었고 욕심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박총무가 이렇게까지 사건을 키울 줄은 몰랐죠. (웃음) 그래서 초반부터 가식적으로 행동하지는 않았어요. 언젠가 선생님의 뒤를 이을 후계자가 될 것이란 욕심은 있었지만 선생님과 가족을 챙기는 것은 진심이었죠.”

극 속 그는 트러블메이커였다. 김현숙(채시라)의 남편인 정구민(박혁권)에게 남몰래 연심을 품고 스승의 요리노트를 빼돌리는 등 배은망덕한 행동으로 질타를 받았다. 그러나 이미도는 그런 상황에서 갈등하는 박총무를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연민이 가는 인물로 그려냈다. 그의 연기 내공이 발휘됐던 순간이었다.

“작가님께서는 박총무가 조금 더 세게 가길 원했어요. 대본 지문 속에 ‘스모키 메이커업을 한 박총무가’ ‘아이라인을 짙게 그린 박총무가’라고 적혀 있더라고요. (웃음) 그런데 김혜자 선생님은 연기할 때 ‘넌 언젠가 나에게 돌아올 아이다’고 말씀해주셨고요. 저절로 수위조절이 됐어요. 그런 과정에서 정말로 생각도 많이 하게 됐고요. 그러면서 조금 더 풍부한 성격을 가진 인물이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시청자들의 욕도 많이 먹었다. 초반에는 김현숙의 선생이었던 나말년(서이숙)이 비난의 대상이었다면 후반에는 박총무가 비난의 집중 대상이 됐다. 그래도 그는 “중간에 욕도 많이 먹었지만 비중도 커지고,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았다”며 기뻐했다.

“많은 선생님들이랑 촬영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그런 행운을 누릴 수 있는 배우가 많지는 않잖아요. 진짜 김혜자 선생님의 수제자로 연기를 배운다는 생각으로 작품에 임했어요. 제가 10년 넘게 연기를 했는데, 그동안 배운 것만큼 이번 드라마에서 배웠어요. 또 이렇게 다양한 감정을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은 처음이었거든요. 저는 감사한 마음뿐이죠.”

인지도가 높아진 것은 물론 이미도 스스로의 태도 역시 달라졌다. 그는 “얼마 전에 지방에 있는 집에 내려갔다. 광주 휴게소에서 핫바를 사 먹었는데 아주머니들이 다 알아보더라”라며 “예전에는 알아보는 것 같아도 굳이 아는 척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한 번 더 웃고 인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말을 걸었더니 좋아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대사 한마디 있는 단역부터 시작했어요. 누구의 친구, 언니 역할로 나오다가 ‘착않여’에서의 제 모습을 보고 ‘잘 돼서 좋다’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많이 받았어요. 김혜수 언니랑 문소리 언니한테도 연락이 왔어요. 너무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고 잘돼서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이미도의 재발견은 또 다른 곳에서도 이뤄졌다. 지난 5월 초 방송된 KBS 2TV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레이디 액션’에서 남다른 눈빛과 운동 신경으로 ‘힘미도’에 등극한 것. “평소 운동을 좋아한다”던 그의 말처럼 그는 무술감독과의 격투 연습과 고공 자유낙하 등 여러 미션들을 수행했다.

“주변 사람들은 제가 운동을 잘하는 걸 알고 있어서 별로 놀라지 않아했는데 많은 분들이 깜짝 놀라 하더라고요. 어떤 운동을 특별히 한 건 아니고, 자전거도 잘 타고 킥복싱, 요가, 폴댄스 등 몸으로 하는 것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제 힘이 많이 넘친 것 같아요. 사실 촬영할 때도 제가 나와서 하면 다들 웃었거든요. 처음에는 왜 그런지 몰랐는데 예고편 보고 깜짝 놀랐어요. 혼자서 너무 진지하게 하고 있더라고요. (웃음)”

이제 주목을 받게 된 이미도. 높아진 관심만큼 다음 작품에 대한 부담감은 없을까? 그는 고개를 저었다.

“단역부터 계속 해오면서 감사한 게 어떤 큰 사건이 와도 이 또한 지나갈 것이란 걸 알고 있어요. 그게 제 장점인 것 같아요. 다음 작품이 잘 되지 않더라도 언젠가 기회가 또 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비중은 상관없어요. 아무리 작은 역할이라도 제가 재미있게 할 수 있다면 드라마든 영화든 예능이든 여러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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