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MBC
[스포츠한국미디어 윤소영기자] 우리 선조들은 축제에서 탈춤을 즐겼다. 서양에서도 가면 무도회가 유행했다. 누구나 탈이나 가면을 쓰면 신분고하에 상관없이 얼빠진 양반도, 당돌한 하인도 될 수 있었다. 가면 뒤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유희'뿐만 아니라 '풍자'와 '일탈'까지 즐겼던 것이다.

이러한 가면놀이가 2015년 브라운관에서 새롭게 변모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설 특집 방송 이후 정규편성돼 지난 4월 5일 첫 선을 보인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연출 민철기 노시용.이하 복면가왕)이 바로 그 주인공.

‘복면가왕’은 가면(복면)을 쓴 8명의 참가자들이 오직 가창력으로 평가받는 경연 포맷으로 화제몰이에 성공했다. 이로 인해 참가자들의 노래 실력이 재조명 받았으며, 3관왕을 노리는 황금락카 두통썼네의 유력 후보자들이 포털사이트 검색어를 장악하는 등 인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비슷한 콘셉트의 음악 경연 프로그램들이 홍수를 이루면서 시청자들의 피로감이 커졌다. 이 가운데 ‘복면가왕’이 노래 경연 프로그램을 새롭게 진화시키며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안방 관객들을 사로잡는 ‘복면가왕’의 인기 요인을 살펴봤다.

# 추리 본능 ‘호기심 UP'

‘복면가왕’ 참가자들은 가면과 장갑으로 온몸을 꽁꽁 싸맬 뿐만 아니라 음성까지 변조해가며 신원 노출을 철저히 방지한다. 이는 시청자들의 가면 속 정체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며 적극적으로 '추리게임'에 동참하도록 이끌게 한다.

시청자들은 무대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를 근거로 인물을 추리해야 한다. 이로 인해 단서를 하나라도 더 찾기 위해 정체가 공개되기 전까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또한 연예인 판정단의 추리를 들은 후 언급된 인물이 가면 속 인물인지 지켜보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 진짜 실력 ‘진정성 UP'

경연 참가자의 '인기'가 판정단의 선택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기존 서바이벌 노래 경연 프로그램의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반면 '복면가왕'의 경우 가수 배우 개그맨 운동선수 등 다양한 스타들이 가면을 통해 신분을 숨기며 자유롭게 기량을 뽐낸다.

이에 시청자들은 참가자의 '팬덤'으로 인한 '선입견'을 배제하고 실력만을 평가한다. 섹시 가수로만 평가됐던 지나 가희의 매력적인 보이스와 아이돌 산들(B1A4)의 풍부한 가창력이 화제를 모았다. 또한 뮤지컬 배우 김예원 김지우 김현우의 예상치 못한 가창력과 리듬체조 선수 신수지의 다재다능함에 시청자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 가면 구경 ‘볼거리 UP’

지난 2월 18일 방송된 파일럿 프로그램 속의 가면들은 다소 초라한 형색이었다. 급조한 티가 역력한 가면으로 인해 눈과 얼굴 윤곽 등이 보이면서 참가자의 정체가 노출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정규편성 이후 특수 제작된 가면은 얼굴을 완벽하게 가릴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됐을 뿐만 아니라 참가자의 '개성' 또한 첨가했다. 이로 인해 참가자들은 가면 속에서 숨겨왔던 '끼'를 맘껏 발휘하고, 시청자들은 ‘듣는 재미’와 ‘보는 재미’ 모두를 충족할 수 있게 됐다.

이와 관련, 제작자는 “제작진이 출연자와 회의를 해서 특수제작업체에 가면을 의뢰한다”며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을 때 누가 불렀는지 궁금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에 목소리만 들을 때의 감동이 더 클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가면 콘셉트의 탄생 비화를 전했다.

이어 그는 “가면을 통해 편견 없이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것과 누가 불렀는지 추리하는 즐거움이 있다. 시청자가 맞히면 맞는 대로의 재미를 느끼고, 틀리면 틀리는 반전에 묘한 쾌감을 느낄 것이다”고 가면 콘셉트의 영향력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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