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와 분장팀 콘셉트 사진 하루 수십장씩 주고받아

29일 개봉한 '차이나타운'은 장르 이름 그대로 검정과 무채색이 어울릴 법한 누아르 영화지만, 색채가 살아있는 영화다.

실제 차이나타운에서 영감을 얻은 한준희 감독과 이목원 미술감독은 일영(김고은)과 엄마(김혜수)에게 그들만의 색(色)을 부여해 이들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확연히 구현하려 했다.

제작진은 차이나타운에서 자라나 자신만의 입지를 굳히지 못한 일영에게 악착같이 살아남아야 하는 생존 본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붉은색을 부여했다.

반면 일영을 비롯한 차이나타운을 지배하는 엄마는 그와 보색관계인 녹색을 상징 색으로 한다.

일영은 녹색에 지배당한다. 일영이 태어나 홀로 버려진 지하철 보관함, 엄마가 이끄는 조직의 근거지인 사진관 등 일영을 둘러싼 모든 것이 녹색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일영이 엄마의 세상을 극복하려 하면서 색채 역시 반전을 시도한다. 녹색에 뒤덮인 사진관이 핏빛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스크린을 채우는 색채에 더해 시각적으로 이 영화의 중요한 관람 포인트는 역시 베테랑 배우 김혜수의 변신이다.

송종희 분장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은 유럽의 히피부터 러시아 여자 마피아, 황학동과 청계천 노숙자들의 스타일까지 샅샅이 자료를 뒤지며 엄마의 분장을 검토했다.

김혜수도 하루에도 수십장씩 콘셉트 사진을 보내 의견을 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엄마'의 모습은 그가 보낸 세월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간직하게 됐다.

빳빳하게 선 머리카락은 비정한 차이나타운에서 쓰러지지 않고 버텨낸 시간을 상징하고 몸에 보형물을 채워 넣어 만든 두둑한 뱃살은 식구들의 중심으로 살면서 견딘 세월의 무게를 보여준다.

김혜수는 "시각적으로 엄마의 존재감을 어떻게 드러낼지가 내게도 중요한 숙제였다"며 "일부러 뻣뻣하게 만든 게 아니라 완전히 방치된 피부, 완전히 방치된 머리카락이었으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몸매는 그냥 살쪘다는 느낌이 아니라 세월을 지나며 완전히 무너져 버린 느낌으로 표현하고 싶었다"며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몸속도 썩었을 거다, 당뇨병, 고혈압, 통풍이 있을 거고 뇌졸중을 조심해야 하는 사람일 거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일영 역을 맡은 김고은은 그와 정반대로 분장을 최소화했다.

남자아이처럼 짧은 머리, 화장기 없는 얼굴은 엄마와 대비되는 젊고 약한 모습인 동시에 또래 보통 소녀들과는 다른 세상을 사는 젊은 여자의 모습이다.

송종희 분장감독은 "일영의 감정이 어떤 것의 방해도 받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려면 그녀의 얼굴은 애써 거칠게 보일 필요가 없었고 최대한 군더더기같이 보일 수 있는 부분을 배제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거친 삶과는 달리 잡티 하나 없던 일영의 얼굴은 채무자를 만나러 가 유리에 베이거나 목숨을 위협받는 격렬한 상황에서 상처가 났을 때 깨끗한 외모와 대비되는 효과를 더욱 크게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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