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교 진구 이영애 송중기.(시계 방향으로. 사진=이혜영기자 lhy@hankooki.com, 최신혜 인턴기자)
[스포츠한국미디어 조현주기자] 사전제작 드라마가 중국 시장과 만나 부흥을 꿈꾸고 있다.

방송가가 사전제작 드라마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완성도를 높이고 드라마 제작환경에 여유를 주기 위해 시도한 사전제작 드라마들이 몇 년 사이 연거푸 고배를 마시며 그 자취를 감추는 듯 보였으나 최근 반(半) 사전제작 드라마의 인기와 ‘중국’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떠오르며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올 하반기 방송 예정인 송혜교 송중기 진구 주연의 KBS 2TV 새 드라마 ‘태양의 후예’와 내년 상반기 SBS 편성을 논의 중인 이영애 주연의‘사임당, the Herstory’(이하 사임당)가 100% 사전제작을 공표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사전제작 드라마의 성공사례가 전무후무하기 때문에 사전제작 발표만으로도 두 드라마는 관심의 대상이 됐다.

두 드라마가 사전 제작을 하는 이유는 비교적 명확했다. 바로 높은 완성도와 중국 드라마 시장의 특징 때문이다.

▲ 무시할 수 없는 중국 시장

‘태양의 후예’와 ‘사임당’ 현재 중국과 동시 방송을 추진 중이다. 최근 1,2년 사이 한류 최대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이 한국 콘텐츠에 대한 사전 심의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의 광전총국(한국의 방송통신위원회)의 까다로운 심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대본 심의가 아닌 영상으로 만든 결과물이 있어야 한다. 현 상황에서 드라마 종영 후 판권 판매 논의를 한다면 현지 시장에서 제값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심의 기간은 최소 6개월이 걸리는데 그 사이 영상이 불법으로 유통되는 문제와 이미 한물 지나가버린 콘텐츠라는 인식이 생기기 때문. 판권을 사가는 쪽에서도 콘텐츠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한·중 동시 방영이 가장 적격이다.

물론 두 드라마가 전적으로 중국에 판권을 넘기기 위해 사전제작 형식으로 드라마를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대규모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중국 시장은 무시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태양의 후예’를 담당하는 함영훈 CP는 “우리 드라마처럼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큰 프로젝트는 중국 시장에 대응하지 않으면 사실상 만들어지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한 방송관계자는 “‘겨울연가’나 ‘대장금’ 등 우리나라 드라마가 일본이나 홍콩에서 큰 수익을 내고 경제효과를 가져오면서 그 전까지는 산업이라 볼 수 없었던 드라마가 산업화된 측면이 있다”며 “우리나라 드라마가 중국 시장에 대응하는 것은 산업화의 한 측면으로 볼 수 있다. 현재로서는 중국이 유일무이한 시장이기 때문에 이러한 움직임은 어찌 보면 당연할 결과”라고 전했다. 중국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 사전제작은 필수불가결한 일이 된 것이다.

▲ 여유로운 제작 환경 VS 그만큼 부작용도 커

사전제작 시스템은 작품의 완성도에도 힘을 보탠다. 함 CP는 “사전제작을 하면 드라마 제작 방식이 많이 바뀐다. 사전제작 드라마는 대본이 거의 다 나온 상태로 시작하기 때문에 배우들이 연기에 몰입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며 완성도 면에서 조금 더 높은 퀄리티의 드라마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사임당’ 제작을 맡은 그룹에이트의 김영배 기획팀장은 “드라마 특성상 여러 계절을 다 담아야 하는데 사전제작으로 시간에 쫓기지 않고 계절감을 다 담아서 시청자들에게 풍부한 볼거리를 전달하고, 높은 완성도로 웰메이드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쪽대본과 생방 촬영. 우리나라 드라마 환경에서 자주 언급되는 단어다. 시간에 쫓겨 드라마를 찍다 보니 완성도는 물론 배우와 스태프들의 촬영 여건 역시 열악하다. 그러나 사전제작을 하게 된다면 시간에 쫓기지 않고 비교적 여유로운 제작환경에서 촬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배우나 스태프들의 처우 역시 당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전제작 드라마는 그만큼 어려움 역시 존재한다. 외주제작사 PD는 “사전제작이 과연 안정적이라고 묻는다면 ‘아니다’라고 답하고 싶다”며 “아직까지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 현실에서 사전제작은 굉장히 조심스럽게 진행 돼야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드라마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협찬을 중요한 문제로 꼽았다.

그는 “광고주나 협찬사들이 제품을 내놓고 싶어 하는 특정한 시즌이 존재한다. 그런데 사전제작 드라마에 협찬을 했다가 외부사정에 의해 방영이 늦어지게 되면 그들이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없다”고 말한 뒤 이는 제작비 증가의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영세한 드라마 제작사들은 사전제작 드라마는 꿈도 꿀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

편성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편성에 대한 권한은 방송사에 있기 때문에 아무리 제작사들이 사전제작으로 웰메이드 드라마를 만들었다 해도 알 수 없는 이유로 편성이 불발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충남대 윤석진 국문과 교수는 사전제작 시스템에 대해 “드라마 방영 당시 여러 여건에 휘둘리지 않고 애초 의도했던 목적대로 드라마를 완성시킬 수 있다는 매력이 있지만 드라마가 완성되는 과정에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시청자의 의견이 원천 봉쇄되는 아쉬움이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100% 사전제작 드라마의 성공사례가 없다 보니 사전제작 시스템의 좋은 면도 묵살되는 면이 분명히 존재한다.

함 CP는 “외부적인 요인으로 사전제작을 감행하게 됐지만 이 자체가 한국 드라마 산업 전체로 본다면 중요한 도전이고 그만큼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한 방송관계자는 “‘태양의 후예’나 ‘사임당’이 100% 사전제작의 성공사례를 남긴다면 분명히 국내에도 사전제작 열풍이 불 것이다. 때문에 두 드라마의 행보에 방송가가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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