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탠저린’ (Tangerines) ★★★★(5개 만점)
소련 붕괴 후 조지아-아브카지아 전쟁 배경
아카데미상 외국어 영화상 후보 오른 에스토니아 걸작

유혈 폭력의 전쟁의 무모함을 조용하게 설득시키는 평화롭고 감동적인 작은 반전영화로 올해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올랐던 에스토니아영화다. 증오와 살육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애와 함께 지역과 종교와 인종의 차이를 초월하는 인본주의를 진지하면서도 때로 유머있게 그린 인자한 영화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그림 같은 아름다운 마을을 배경으로 전투가 벌어져 그 참상이 더욱 강렬하게 전달된다. 이런 살벌한 상황 안에서도 결코 꺼지지 않는 인간성을 과묵하고 자비롭게 보여주는 주인공인 베테런 렘비트 울프삭의 연기가 작품을 견실하게 이끌어간다.

1992년. 동계올림픽이 열린 러시아의 소피에서 불과 5마일 밖에 안 떨어진 아브카지아. 소련 공산체제가 무너진 뒤 독립한 국가들의 인종전쟁 중의 하나로 조지아와 아브카지아 간에 치열한 교전이 벌어진다. 소련체제가 붕괴하고 인종전쟁이 일어나면서 아브카지아에 살던 에스토니아인들은 대량으로 옛 조국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목수 노인 이보(렘비트 울프삭)과 이웃인 마구스(엘모 누가넨)는 탠저린을 수확하기 위해 집을 지킨다. 이들은 전투가 바로 자기들 집 문밖에 이르렀지만 결코 평정을 잃지 않고 탠저린 수확에 정성을 쏟는다.

마침내 전투가 두 사람의 마당 앞에서 벌어지면서 서로가 원수지간인 체첸인 용병 아메드(기오르기 나카쉬제)와 조지아인인 니코(미하일 메스키)가 중상을 입고 이보 집 앞에 쓰러진다. 이보는 둘을 자기 집 안에 들여다 놓고 극진히 간호를 하는데 아픈 몸에도 불구하고 아메드와 니코는 몸만 나으면 서로 죽이겠다고 다짐을 한다.

아메드는 죽은 동료들의 복수를 하겠다고 이를 득득 가는데 니코도 이에 맞서 아메드에게 적의를 표하나 니코는 전쟁 전의 직업이 배우여서 용병인 아메드보다는 덜 호전적이다. 이 두 사람 간의 적의와 증오를 연민의 정과 함께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지켜보면서 인자한 아버지처럼 그들을 돌보는 이보의 모습이 구세주 같다.

그러나 두 사람의 건강이 회복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한 집 식구처럼 된 둘 간의 적대감도 서서히 녹아 들면서 내면에 깊이 잠재해 있던 인간성이 서서히 고개를 든다. 그리고 다시 한번 총격전이 이 마을 덮치면서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된다. 마지막 장면이 슬프면서도 속죄와 구원의 아름다움을 가슴 저며 들도록 거룩하게 그리고 있다.

촬영이 매우 아름답고 연기들도 좋은데 특히 울프삭의 전능한 연기가 돋보인다. 시적인 작품으로 다시 한번 전쟁의 어리석음과 흉한 모습을 침묵적 웅변으로 보여 주고 있다. 각본과 감독은 조지아인 자자 우루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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