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테일즈’(Wild Tales) ★★★★1/2(5개 만점)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작

재미있고 황당무계하고 고약하며 또 사납고 우습고 괴이한 아르헨티나산 블랙 코미디 드라마다. 각본을 쓰고 감독을 한 다미안 시프론의 데뷔작이다. 대단한 재주꾼으로 할리우드의 부름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현대인의 일상의 좌절감을 통쾌하고 시원하게 풀어주는 설사약 같은 영화로 오는 22일에 열리는 제87회 오스카 시상식의 외국 영화상 후보작이다.

막다른 궁지에 몰린 보통 사람들의 제어할 수 없는 과격하고 무도한 반응과 함께 아르헨티나의 부패와 사회 및 경제적 불공평 그리고 불의를 사정없이 두들겨 패고 있다. 굉장히 어두우면서도 장난끼가 심해 박장대소하게 된다. 보지 않고서는 믿을 수가 없는 희한하고 발칙하고 기발한 영화다.

6개의 에피소드로 엮어졌는데 첫 에피소드 ‘파스테르나크’는 일종의 서막식. 기내에 탄 예쁜 모델과 나이 먹은 음악 비평가가 얘기를 나누다가 이 비평가의 혹평 때문에 음악가로서의 꿈이 산산조각 난 파스테르나크가 모델의 전 애인임이 밝혀진다. 그런데 터무니없게도 기내 승객 전부가 파스테르나크를 알고 있지 않겠는가. 뒤늦게 파스테르나크가 정체를 드러내면서 타고난 실패자의 복수가 벌어진다.

‘쥐약’은 인장 사정 없는 고리대금업자 때문에 박살이 난 집의 딸이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후진 식당에 이 고리대금업자가 저녁을 먹으러 들어온다. 웨이트리스로부터 고리대금업자의 얘기를 들은 아주머니 요리사가 “저런 놈은 죽어 싸다”면서 그의 음식에 쥐약을 섞는다.

‘지옥행 길’은 정장을 한 제 잘난 맛에 사는 오만한 남자가 아우디를 몰고 좁은 산길을 가는데 앞에서 고물차가 길을 막아 추월할 수가 없자 “야, 이 촌놈아”라고 한 마디 했다가 ‘촌놈’으로부터 가혹하고 무자비하며 더러운 보복을 당한다.

‘봄비타’는 주차금지 표지가 없는 도로에 주차를 했는데도 여러 번 차를 견인당한 남자가 시를 상대로 보복행위를 하면서 시민의 영웅이 된다.

‘계산서’는 방자한 부잣집 아들이 차로 사람을 치고 도주한 뒤 아버지가 집의 하인에게 거금을 줄 테니 아들 대신 죄를 뒤집어쓰라고 종용한다. 탐욕과 황금만능주의를 새카맣게 냉소하고 있는데 역시 반격 식으로 끝난다.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는 결혼식 파티에서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 생쥐처럼 조용한 신부 로미나(에리카 리바스)가 남편에 대해 상상을 초월한 복수를 시도한다. 그 행위가 가공하면 가공할수록 로미나가 더 예뻐 보인다. 6편 중 제일 재미있다. 앙상블 캐스트의 연기와 스파게티 웨스턴식의 음악도 좋은 스타일이 멋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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