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아이닷컴 이규연기자 fit@hankooki.com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정현기자] 일만 시간의 법칙이라고 한다. 노력의 시간이 쌓여 성공을 부른다는 뜻이다. 오늘날의 스타들 역시 하루 아침에 탄생하지 않았다. 부단한 단련의 날들이 그들을 만들었다. 배우 천우희의 10년을 돌이켜봤다.

지난 17일 열린 제35회 청룡영화상 시상식 최고의 화제는 천우희의 여우주연상 수상이었다. 손예진, 심은경, 김희애, 전도연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을 제친 그는 이름이 호명되자마자 눈물을 쏟으며 "작은 영화에 유명하지 않은 제가 큰 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천우희의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은 이변인 동시에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던 충무로 속 여배우의 위상을 다시 끌어올릴 새로운 얼굴의 탄생이자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온 성장형 스타의 등장이다. 그의 수상 소식이 대중뿐만 아니라 업계의 환영을 사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천우희는 이른바 반짝 스타가 아니다. 고등학교 재학시절 연극반 활동을 벌이며 연기 맛을 봤던 그는 권상우, 하지원 주연의 영화 '신부수업'에 불량학생 역으로 단역 출연하며 스크린에 모습을 비쳤다. 이후 '마더' '허브' '사이에서'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 '이파네마 소년'를 통해 차근차근 연기경험을 쌓았다. 대중이 그의 존재를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아마 영화 '써니' 속 캐릭터 상미였을 것이다. 그는 이 작품으로 그 해 대종상과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든든한 후원자가 된 현 소속사, 나무엑터스와 연을 맺게 된 것도 이쯤이다.

눈에 띄는 존재감이었지만 스타 자리에 오르는 것은 시간이 더 걸렸다. 무명기간은 생각보다 길었고 천우희에게는 주연보다는 조ㆍ단역 제안이 더 많았다. 시간은 흘렀고 배우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불안감도 왔다. 그의 인생을 바꿔놓은 영화 '한공주'(감독 이수진)은 2013년이 되어서야 나타났고 국내외 평단의 극찬을 이끌어 냈다.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이라는 값진 열매도 얻었다. 아마 천우희는 올해를 평생 잊지 못하리라.

천우희의 수상에 대해 업계에서는 "받을 상을 받았다"고 말한다. 대중의 시선에서야 '이변'이겠지만 이미 업계에서 가치를 인정받은 배우인 만큼 '여우주연상'이라는 타이틀이 아깝지 않다는 것. 한 관계자는 "천우희 만큼 바닥에서부터 천천히 실력을 갈고 닦아온 여배우는 흔하지 않다. 봉준호, 강형철 감독 등 대표 감독들이 귀하게 여기는 배우가 바로 그"라고 말했다. "이번 여우주연상 수상을 통해 가치를 인정받은 만큼 앞으로 충무로에서의 활약이 기대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천우희는 서둘지 않았고 천천히 자기의 길을 걸었다. 2004년 개봉한 '신부수업' 이후 10년, '써니' 이후 3년 만에 빛을 봤다. 누군가는 그를 두고 '10년차 중고신인'이라 말한다. 하지만 천우희는 '중고'도 아니고 '신인'도 아니다. 그저 10년의 시간을 버텨 만개했을 뿐이다. 오랜 시간을 기다린 만큼 향기도 오래가지 않을까. 배우 천우희의 제35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수상에 다시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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