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청년합창단이 독도에서 노래를 한다고 했을 때 저는 안 간다 했어요. 제가 나설 일은 아닌 것 같았죠. 하지만 독도와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남북한이 한목소리를 낸다는 점에서 결심을 했어요. 저에겐 중요한 순간이었어요. 노래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위치가 돼있다면 기꺼이 그 책임도 받아들일 수도 있게 된 거죠."

[스포츠한국미디어 조현주기자] 내년 데뷔 30주년을 맞이하는 가수 이승철(48)은 지난 8월 14일 탈북청년합창단 '위드 유'와 함께 독도에 섰다. 그는 이날 합창단과 함께 6개월간 준비해온 평화송 '그날에'를 발표하고, '홀로아리랑'을 부르는 음악회를 펼쳤다.

이승철에게 2014년은 잊지 못할 한 해가 될 듯했다. 많은 일들이 그에게 쏟아졌다. '음악의 힘을 믿고 있는' 그 인만큼 모든 행동은 음악으로 나왔고 음악으로 행해졌다. 25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은 이승철은 최근 이슈를 모은 일본 입국 심사 거부와 탈북청년합창단과 함께한 사회 캠페인, 갑작스레 떠나보내야 했던 故 신해철에 관한 이야기 등을 풀어냈다.

▲ "독도 입도지원센터 건립 추진돼 기뻐"

이승철은 지난 9일 일본을 방문했으나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일본 공항에 4시간가량 억류됐다 귀국했다. 당시 출입국사무소의 한 직원은 이승철의 억류 이유로 "최근 언론에 나온 것 때문"이라고 밝혔다. 독도에서 '위드 유'와 합창한 것을 빌미로 삼은 것이다.

그는 "일본 측이 우리나라에서 독도에 관련된 퍼포먼스나 일을 했던 사람들에 대해 관리를 하고 있는 것은 알겠더라"라며 "입국할 당시 '가수'가 아니라 'CEO'라고 입국신고서에 적었는데 이미 내가 가수라는 것을 알고 출입국 사무소에서 제지를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그날에'의 디지털 음원을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무료로 배포했다. 이승철이 개설한 블로그에는 현재 15만여명의 방문객이 찾아 45만여번 가량 노래를 다운로드 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승철 측 제공 자료)

그는 다음달 3일 홍콩에서 열리는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에서 홍콩 어린이 합창단 50명과도 '그날에' 영어 버전을 부른다. 이와 더불어 세계적인 가수들과 '그날에' 콜라보레이션 역시 기획하고 있다. 이미 U2의 보컬 보노 등 몇몇 아티스트들에게 합동 공연을 요청하는 손편지를 보냈다. '그날에'를 세계 평화를 위한 곡으로 키우겠다는 것.

실제 이승철은 지난 8월 27일(미국 현지시각) 미국 뉴욕에 위치한 UN 본부에서 열린 세계 최대 NGO 행사 '제 65회 UN DPI-NGO 총회'를 찾아 세계 가수를 대표해 '그날에'와 '아리랑'을 열창했고, 같은 달 29일에는 '위드 유'와 함께 미국 하버드대학교를 찾아 재학생 등을 상대로 자선 공연을 열었다.

'그날에'는 이승철과 '위드 유'가 독도 합창에 도전하는 과정을 담은 2부작 다큐멘터리(내년 1월 8일~9일 KBS 1TV서 방영)에 삽입될 곡이었다. 탈북청년들이 자유를 위해 사선을 넘어 한국에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이 그려질 예정이다.

"제가 독도 열사가 돼서 운동을 할 수는 없지만 음악으로 충분히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환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그날에'는 독도와 관련된 노래는 아니에요. 통일과 세계 평화에 관한 노래죠. 하지만 사람들은 '그날에'를 통해 독도사랑에 대한 마음이 생기게 됐어요. 앞으로도 저의 사회적 참여는 음악을 통해 이뤄질 것입니다."

▲ "故 신해철 화장 3분 전 부검 결정"

이승철은 지난달 27일 열린 故 신해철의 발인식에서 "(신해철의) 부검을 통해 왜 이렇게 가야만 했는지 물어보고 싶다"고 공식 입장을 밝혀 화제를 모았다. 특히 화장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혀 더욱 눈길을 모았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굉장히 긴박했다. 가수들이 한데 뭉쳐서 뜻을 모은 것은 처음이 아닐까 싶다. 제수씨에게 부검을 하지 않으면 소송도 하지 말고, 소송을 할 거면 부검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모든 것이 밝혀질 것"이라며 "발인을 하고 난 뒤의 소송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우리의 입장은 여기까지였다. 결정은 가족들의 몫이었다. 화장을 11시에 하기로 했는데 3분 전에 부검을 결정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밝혔다.

그는 내년 5월께 많은 가수들과 함께 故 신해철의 추모 공연을 예정이다. 잠실 주경기장에서 추모 공연을 대규모로 열고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수 있는 콘서트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는 것.

"아직 디테일한 부분은 나오지 않았지만 신해철과 관계되는 가수들은 전부 출연할 것 같습니다. 슬픔보다 그가 있어서 행복했다는 내용 아래 진행될 예정입니다. 슬픈 음악만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신나는 음악도 할 예정입니다. 그와 함께 있어 행복했던 시간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 "음악은 모든 사람에게 희망을 줘"

말콤 글래드웰의 책 '아웃라이어'에 따르면 성공한 사람들은 한 가지 결정적 요인을 가지고 있다. 바로 한 분야에서 1만 시간 이상 축적된 노하우가 쌓여 있다는 것이다. 하루에 3시간씩 10년이면 아웃라이어가 된다는 것. 이승철은 음악적인 분야에서 이미 30년이라는 세월이 축적된 인물이다. 이제 그는 음악을 통해 성공하는 것을 넘어서 어떻게 하면 음악으로 다른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연구하는 듯 보였다.

그는 지난해 발매한 11집 'MY LOVE'에 동아방송대 실용음악과 학생들의 곡을 실었다. 내년 발매되는 30주년 기념 앨범에도 실용음악과 학생들의 곡을 넣을 예정이다. 현재 전국 실용음악과 학생들의 150곡 정도를 모은 상태다.

그는 "나한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지만 나의 행동이 그들 음악 인생에 터닝포인트를 만들어주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학생들의 작품은 신선하다. 내가 실용음악학과 학생들의 길을 열어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故 박용하의 뜻을 이어 짓기 시작한 아프리카 차드의 학교 짓기 프로젝트도 한창 진행 중이다. 10년간 차드에 10개의 학교를 짓는 것이 목표로 현재 4곳이 지어졌다. 공사비용은 대부분 그의 공연 수익금에서 나온다. 때문에 공연을 하면서 그는 관객들에게 5분에서 10분간 공연비가 어떻게 쓰이는지 브리핑을 하고 있다.

"부지선정한 곳을 찍어서 관객들에게 보여줘요. 여러분들의 수익금으로 학교가 지어진다고 말하면 관객들이 너무 좋아해요. 예전에는 제 자신을 위한 콘서트였다면 지금은 함께 세상을 만들어가는 콘서트인 것 같아요. 가수 생활이 끝날 때까지 이 프로젝트는 계속 진행될 것 같습니다."

그는 '음악의 힘'을 믿는다. 그가 김천소년교도소 재소자, 대안학교 학생들로 이뤄진 합창단을 지도하고 함께 공연을 하면서 직접 느낀 것이다.

"음악을 통해 그들의 눈빛과 마음이 변하는 것을 봤어요. 체험을 했어요. 음악의 힘은 위대해요. 음악은 모든 사람에게 희망을 줍니다. 내년에는 또 어떤 일을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음악을 통해 또 뜻 깊은 일이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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