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 '명량' 스크린 싹쓸이
한국영화 VS 외화 아닌 대형배급사 및 직배사의 극장 쓸어담기
특정 영화만 선호하는 국내 관객 관람형태도 독과점 부추겨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정현기자] "극장가 다양성 무시한 일방적 독과점이다" VS "걸어 놓으면 매진인데 당연하다".

매해 극장가를 달궜던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지난 여름 1800만 관객을 동원한 '명량'(감독 김한민)에 이어 외화 '인터스텔라'(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이 중심에 섰다.

현재 전국은 '인터스텔라' 광풍이다. '배트맨' 시리즈를 비롯해 '인셉션' 등을 연출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인 이 영화는 위기에 처한 인류를 구하기 위해 우주선을 타고 웜홀을 넘어 미지의 우주를 탐험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전작을 통해 인정받은 놀란 감독의 연출력과 더불어 거대한 우주를 스크린에 녹여낸 볼거리가 화제가 되며 관객 구미를 당기고 있다.

통상 극장가 비수기로 꼽히는 11월이지만 '인터스텔라'는 지난 주말인 14일부터 16일까지 전국 관객 179만여 명을 동원하며 단숨에 480만 관객을 돌파했다. 여차하면 1,000만관객 달성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화제작이었던 것도 있지만 '인터스텔라'가 단기간에 관객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것은 막강한 스크린 동원력이 발했다는 평가다. 주말동안 '인터스텔라'는 전국 1,410개관에서 1만7,684번 상영됐다. 박스오피스 2위작인 '카트'는 544개 관에서 7,909번 상영되는데 그쳤다. '인터스텔라'는 점유율로만 보면 33%에 그치지만 대형 상영관 및 관객이 주로 몰리는 프라임타임에 집중 상영됐다. 황금 시간대에 볼만한 상영관에는 대부분 이 작품이 걸려있었다는 말이다.

독과점 논란을 두고 극장 측의 항변은 간단하다. 개봉 전부터 예매율 80%에 육박하는 등 관객 기대가 컸던 데다 입소문도 좋은 쪽으로 흐르자 추가 상영관을 배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잘 팔리니까, 더 내놓는다"는 지극히 상업적인 논리다. 특히 '인터스텔라' IMAX 티켓은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 웃돈을 줘서라도 구하겠다는 관객이 생기고 있다.

비슷한 사례는 지난 여름 개봉한 '명량' 때도 있었다. 올 7월 30일 개봉한 '명량'은 첫날 1,100여개 상영관에서 시작해 5일 만인 일요일(8월3일)에는 전국 1,586개 관에서 상영됐다. 당시 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2'와 한국 영화 '군도 : 민란의 시대', 외화 '가이언즈 오브 갤럭시' 등이 함께 상영되고 있었지만 극장 측은 '명량'에 상영관을 몰아줬다. 당시도 논리는 비슷했다. "'명량' 관객 수요가 높은 만큼 더 많은 상영관을 배정한다.", 이를 통해 기록적인 흥행 기록이 가능했다.

극장가는 비수기를 깨준 '인터스텔라'의 등장을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계는 이 같은 쏠림현상에 대한 우려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마치 유행하듯 특정 작품에 대한 관객 선호가 집중되고 있다. 이는 한 작품에 상영관을 상대적으로 많이 배정하는 극장 측의 움직임과 맞물린 측면이 크다"며 "단기적으로는 관객 증가라는 효과가 나오겠지만 결국은 이외 작품들의 흥행 가능성을 빼앗는 것으로 이어지게 된다. 결코 바람직하다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스크린 쏠림현상이 국내 대형 배급사 및 외국 직배사에 집중되어 있는 것도 문제다. '명량'은 대기업 CJ E&M의 작품이며 '인터스텔라'는 워너브러더스코리아가 배급한다. 한국영화 VS 외화가 아니라 대형 배급사가 중소 배급사에게 돌아갈 스크린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것. 중소형 배급사 작품이거나 국내 소규모 영화사에서 수입한 작품이 이같이 스크린을 싹쓸이한 사례는 단 한번도 없다.

국내 한 중형 배급사 관계자는 "현재 극장가는 국내 대형배급사와 직배사들이 번갈아 가며 스크린을 싹쓸이하며 관객을 독식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중소 배급사의 자리는 더 좁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것을 배급사 간의 파워게임으로만 볼 순 없다. 다양성이라는 공익을 무시한채 상업적 이익만을 따르는 극장과 특정 영화만을 선호하는 국내 관객의 관람 형태가 이 같은 움직임을 부추기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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