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출발했지만 동시대 팬 보유한 현재진행형 뮤지션"

1990년대 가요계를 주름잡은 두 가수가 음원차트 1위에 잇달아 오르는 이례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서태지와 김동률이다.

지난 1일 발매된 김동률의 6집 타이틀곡 '그게 나야'가 음원차트 1위를 휩쓴 가운데 2일 서태지가 9집 선공개곡 '소격동'의 아이유 버전을 출시해 김동률을 제치고 1위를 석권한 것.

이처럼 1990년대 뮤지션들이 차트 1, 2위에 나란히 안착한 모습에 음악팬들이 반가움을 나타내고 있다. 둘은 활동 시기가 비슷한 싱어송라이터이지만 각기 다른 장르의 음악으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면서 탄탄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신비주의로 상징되던 서태지는 지난 2011년 사생활이 공개되면서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그의 음악적인 성과는 가요사에서 괄목할 만하다.

1989~1990년 밴드 시나위에서 베이시스트로 활동한 그는 1992~1995년 서태지와아이들을 거쳐 1997년부터 솔로로 나서 지난 20여 년간 서태지 마니아를 이끌었다. 록, 힙합, 국악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컴백홈', '교실이데아', '울트라맨이야' 등을 선보이며 음악 실험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김동률은 1993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2인조 그룹 전람회로 대상을 받으며 데뷔했다.

전람회가 1997년 3집을 끝으로 해체한 뒤 김동률은 1998년 솔로 1집을 시작으로 최근 발표한 6집까지 지난 20년간 '기억의 습작', '취중진담',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욕심쟁이', '아이처럼', '출발' 등 수많은 히트곡을 냈다.

한국적인 발라드의 서정을 팝 사운드에 녹여내 굵직한 음색으로 노래하며 공감을 얻었고 이적과 함께 카니발, 이상순과 함께 베란다프로젝트를 결성해 변화를 주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가요계는 이들의 반향이 음악 시장의 르네상스로 불리는 1990년대 가요계의 저력을 새삼 일깨워줬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이들이 단순히 1990년대에 머물러 있지 않은 현재진행형 뮤지션들이란 점에 주목한다.

대중음악평론가 강태규 씨는 "서태지와 김동률은 단순히 옛 감성, 추억에 기댄 1990년대 뮤지션으로 칭할 수 없다"며 "그 시기에 출발했지만 20년간 시대를 관통하며 음악적인 결과물을 냈고 꾸준히 호응을 얻으며 동시대의 팬층을 보유했다. 그런 점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자신들의 음악을 시대와 공유해온 뮤지션들이다"고 설명했다.

또 이들을 시작으로 11월에는 토이(유희열) 등의 앨범이 출시될 예정이어서 가요계의 허리급인 중추세력이 한층 튼튼해지는 하반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태지 앨범의 홍보대행사인 포츈엔터테인먼트의 이진영 대표는 "가요계가 한층 건강해지려면 이들처럼 음악 내공과 대중적인 영향력을 가진 허리급 뮤지션들의 활약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 20대 후반의 뮤지션도 "조용필 선배님이 45년간 시대와 호흡하며 해외의 폴 매카트니, 롤링스톤스처럼 '평생 뮤지션'의 본보기를 보여줬다"며 "특히 서태지, 김동률 등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관통한 허리급 선배들이 40대에도 음악 커리어를 확장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의미가 크다"고 호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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