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 공연 '설령, 아프더라도' 오른 한예리
격정적 몸사위에 관객 감동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정현기자] "브라보!"

절정에 달한 한예리의 몸짓이 지난 후 객석에서 단발의 외침이 들렸다. 그리고 박수가 터졌다. 2시간여에 이르는 무대를 소화한 뒤 한예리는 환하게 웃었다. 스크린에서 펼치지 못했던 아름다운 몸짓, 보는 이들의 마음을 흔드는 격렬함이었다. 무대 위에서 한예리는 더 아름다웠다.

지난 19일과 20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정신혜 무용단의 2014 정신혜 무용단 창작품 레퍼토리 '설령 아프더라도'(예술감독 정신혜ㆍ대본연출 조주현) 무대가 열렸다. 황순원 작가의 동명소설을 모티브로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죽음과 이별을 담은 '소나기', 그리고 무당굿의 현대적 해석으로 평단의 극찬을 이끌어 냈던 '굿'을 하나의 주제 하에 펼쳐낸 공연이다.

영화 '코리아'를 비롯해 '해무' '스파이' '동창생' 그리고 최근의 '해무'까지 스크린에서 활약해온 한예리가 오랜만에 무용 무대에 올랐다. 배우로 먼저 이름을 알렸지만 사실 그는 국립국악중ㆍ고등학교를 거쳐 한예종 전통예술원 한국무용과에 재학하며 무용수로서 이름을 먼저 떨친바 있다. 카메라 앞 '배우'가 아닌 '무용수' 한예리를 보기 위해 객석은 가득 찼다. 정윤철 감독을 비롯해 많은 영화계 인사들이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물의 이미지를 몸으로 표현한 한예리의 몸짓은 신비로웠다. 가느다란 팔과 다리를 이용해 무대 곳곳을 누볐다. 소나기라는 가느다란 이미지를 표현하는 한예리는 아름다웠고 때로는 위태로웠다. 대사 한 줄 없었지만 상대역(배강원)과 나누는 러브스토리의 정서가 그대로 전달됐다. 그는 대사뿐만 아니라 몸짓으로 감정을 전달하는데도 능숙했다.

'소나기'가 정적이고 신비로웠다면 '굿'에서의 한예리는 뜨거웠다. 극에 달한 에너지를 동료 무용수들과 다 같이 흩뿌리는 신에서 정점에 달했다. 땀 구슬이 사방으로 흩어졌고, 한예리는 광기에 사로잡힌 듯 몸을 흔들었다. 아르코 대극장을 채운 에너지에 관객들은 가만있지 못했고 저절로 박수가 터져 나왔다.

'굿' 공연 전반, 한예리는 내레이션에서 "굿은 충분히 아름답다. 겨우내 언 땅에 제 뿌리를 내린 채 오랜 시간을 기다려 활짝 피어난 봄 어느 꽃처럼"이라 했다. 1년여 동안 충무로에서 활동했던 한예리의 무용에의 갈증은 이렇게 꽃이 됐다. 아름답고 격정적이다.

한 달여 전, 한예리는 스포츠한국과 가진 인터뷰에서 "저는 '좋은 얼굴'을 가진 것 같다"며 배우로서 다양한 색깔을 가진 것에 만족감을 표했다. 하지만 그의 무기는 비단 평범한 듯 신비로운 얼굴만은 아닌 듯하다. 격정적이고 위태로운 에너지를 온몸에 담아 낼 줄 아는 능력이 그에게 있다. 보는 이의 박수를 저절로 이끌어 내는 묘함이 한예리의 몸짓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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