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일 개봉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조로증 아들 둔 당찬 엄마 역
중국 활동, 외로웠지만 더 성숙
결혼은 아직… 하지만 당당한 엄마 모습 보여줄 것

사진=한국아이닷컴 이혜영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정현기자] 이정향 감독의 영화 '오늘'에 출연한 이후 꼭 3년 만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로서 중국 영화계에 진출해 왕가위, 오우삼 감독 등 중국 거장들과 호흡해온 송혜교가 오랜만에 한국 극장가를 노크했다. 영화명은 '두근두근 내 인생'. 아름다움을 뽐내는 화려한 메이크업 대신, 젊은 남녀의 풋풋한 멜로 대신 30대 엄마 역이다. 세월이 지난 만큼 송혜교는 훨씬 더 성숙해져 있었다.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감독 이재용ㆍ제작 영화사집) 개봉을 앞두고 송혜교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오랜만에 컴백한 그는 여전히 아름다운 외모를 자랑했다. "변하지 않는 미모를 유지하는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자세히 보면 주름이 많다"고 너스레를 떨며 웃었다. 그리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천천히 이어갔다.

"그동안 중국에서 활동을 하다 보니 너무 오랫동안 쉬는 게 아니냐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사실 그간 거의 쉬지 않고 일했어요. 어렸을 때는 일(연기)하는 게 힘들었는데 요즘에는 계속 더 하고 싶어졌어요. 연기를 시작한 지 17년이 지났는데 서른이 지나서야 '맛'을 알았죠. 욕심이야 있었지만 그만큼 열정은 없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최근 들어 생각이 바뀌었어요. 그동안 제 연기만 고민했었는데, 이제 상대방 연기도 보여요. 조금씩 성숙해져 가는 걸까요?"

화려하게 보이는 중국 진출이지만 사실 속앓이 할 때가 많았다. 영화 촬영 현장에는 매니저 없이 통역과 함께 단 둘이 있었다. 말 안 통하는 그에게 촬영장은 '외로움'이었다. 혼자 있는 시간은 길어졌고 감정의 기복도 심해졌다. 이른바 슬럼프가 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일대종사' 속 역할이 크진 않았지만, 촬영장에서 대기해야 되는 시간이 길었어요. 도시에서 촬영한 것이 아니라 한적한 중국의 시골이라 소일거리도 없었죠. 말이 안 통하는 이들과 작업해야 했기에 힘든 점이 많았어요. 모국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고마움을 처음 느꼈죠. 그랬기에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더 열심히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힘들었지만 소중했고, 저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었어요."

'일대종사'와 '태평륜' 등을 뒤로 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와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에 출연했다. 말하지 못하는 답답함이 지나고 자유롭게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안도감이 돌아왔다. 먼저 선보인 드라마에서는 '역시 송혜교'라는 칭찬과 함께 화려하게 컴백했다. 이제 스크린 도전만 남았다.

"이재용 감독에 대한 신뢰로 '두근두근 내 인생' 출연을 결심했어요. 사실 10년째 팬이거든요.(웃음) 흔한 신파가 아니라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 준 시나리오였어요. 미라 캐릭터 역시 무겁지 않고 가볍고 명랑, 쾌활한 매력이 있었죠. 그동안 우울한 캐릭터를 자주 연기했더니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함께 출연한 강동원에게 기댈 수 있었던 점도 좋았죠."

송혜교가 분한 미라는 철없는 남편 대수(강동원)와 선천성 조로증을 앓고 있는 아들 아름(조성목)을 돌보며 사는 당차고 젊은 엄마다. 한때 아이돌 가수가 되고 싶었으나 17살 때 아이를 갖게 된 후 꿈을 접고 벅찬 현실을 헤쳐나가는 인물. 아직 미혼이지만 몸이 불편한 아들을 둔 엄마, 그리고 철부지 남편을 둔 아내 캐릭터를 소화한 비결이 궁금했다. 송혜교는 "실제 엄마 모습을 보면서 힌트를 얻었다"고 답했다.

"미라는 실제 제 어머니와 비슷해요. 여전히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을 보여주시거든요. 미라와 아름이처럼, 저와 어머니도 친구처럼 지냈어요. 그런 모습을 연상하니 도움이 많이 됐죠. 저 역시 아이를 낳으면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 싶어요. 연예계 생활을 오래 했기에 저는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지 고민이 되곤 해요. 그래서 뭔가 가르쳐주기보다는 친구처럼 함께 하고 싶어요."

연예인의 삶은 마치 온실 속의 화초처럼 24시간 보호받고 관리된다. 송혜교는 "억센 면이 부족해서 미라처럼 강인한 엄마가 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누군가의 아내와 엄마 역할을 잘할 수 있을지 걱정돼 결혼 생각은 아직 없다. 20대 때야 얼른 결혼하고 싶었지만, 이제는 반대다. 송혜교는 "최대한 늦게 결혼하라는 주위 (결혼한)친구들의 충고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웃었다.

"결혼한다고 배우 일을 그만두진 않을 거예요. 남자든 여자든 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태하게 있으면 남편에게도, 아이에게도 좋지 않겠죠. 물론 아이를 가지게 되어 잠시 쉬어갈 순 있지만, 열심히 일하는 엄마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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