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아이닷컴 이혜영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정현기자] 배우 고경표의 대사가 사라졌다. 방송과 영화를 오가며 주가를 올렸지만, 신작 '명량'에서 그에게 주어진 것은 왜군 선단을 바라보는 반응샷 몇몇뿐이다. 고경표의 대사는 어디로 간 것일까.

30일 개봉예정인 영화 '명량'(감독 김한민, 제작 빅스톤)은 임진왜란 당시 12척의 배로 왜군의 대선단 330척에 맞서 승전으로 이끈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 그리고 백성들의 활약을 담은 작품. 150여억 원이라는 제작비가 투입돼 6개여 월의 촬영기간이 소요된 대작이다.

최근 충무로에서 블루칩으로 떠오른 고경표는 '명량' 캐스트 라인업에 올렸지만 대사가 없다. 극 중 그가 맡은 역할은 평범한 수군 병사다. 대선단을 이끌고 명량해협으로 진입하는 왜적을 보고 두려움에 떨거나 달려드는 적을 향해 반응하는 정도가 거의 유일하다. 그의 팬들에겐 아쉬움이 있을 법하다.

캐스팅 당시 고경표가 단역급 인지도였던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카메오 출연도 아니며 촬영 후 편집과정에서 분량이 잘려나간 것도 아니다. '명량'의 배급을 담당한 CJ E&M 관계자는 스포츠한국에 "고경표를 캐스팅할 때부터 일반 병사로 제의했다. 극 중 분량이 그랬던 것 뿐이다"고 했다. 다른 이유가 있어 삭제된 것이 아니라 본래 그 정도의 역할이었던 셈이다.

결국, 메가폰을 잡은 김한민 감독의 연출 의도다. 알려진 것처럼 '명량'은 이순신(최민식)의 영화다. 김 감독은 이순신 한사람에게 모든 초점을 맞췄다. 왜군 장수 구루지마를 연기한 류승룡을 비롯해 조진웅, 김명곤, 진구, 이정현, 권율, 노민우, 김태훈, 오타니 료헤이, 박보검 등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하지만 대부분의 인물들이 이순신을 주축으로 움직인다.

멀티캐스팅의 가면을 쓰고 있지만 사실상 이순신의 원맨쇼다. 그나마 비중이 있는 다른 캐릭터 역시 극 전개를 위해 소모적으로 쓰였다. 적장으로서 카리스마 대결을 펼치는 구루지마 조차도 이순신에 대한 적개심을 불태우는 것 외에는 활약이 없어 아쉽다. 캐릭터가 많이 등장해 버겁다기보다 이순신을 제외한 이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성웅 이순신을 제대로 담으려는 김한민 감독의 의도는 조연 캐릭터의 희생으로 완성됐다. '명량' 속 고뇌하는 충무공은 최민식의 호연과 맞물려 역사책 속에 있던 모습을 그대로 옮겨온 것 마냥 생동감있다. 이순신 장군이 직접 작성한 난중일기를 바탕으로 인간적인 면을 담으려는 김 감독의 시도는 어쨌든 성공이다.

3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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