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애 김남주 김성령 등 엄마와 유부녀의 개념을 다시 쓰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미디어 최재욱기자] #사례1=2000년 '아줌마' 열풍을 불러일으킨 MBC 드라마 '아줌마'의 주인공 원미경. 평범한 가정주부였다가 남편의 불륜으로 자아를 되찾아가는 삼숙을 연기한 그의 나이는 마흔이었다. 1980년대 최고의 미녀스타로 군림했던 원미경은 드라마 속에서 맨얼굴에 수수한 옷차림으로 '대한민국 아줌마의 파워'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처녀 시절 인형 같은 미모는 사라졌지만 모성애로 다시 일어서는 '아줌마'의 모습을 잘 소화해내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사례2=2014년 봄. JTBC 드라마 '밀회'의 주인공 김희애. 스무살 연하의 제자와 사랑에 빠지면서 허상뿐이었던 자신의 삶에서 자아를 되찾는 혜원을 연기한 그의 나이는 47세다. 청순한 미모와 탄탄한 연기력으로 30년 넘게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 김희애는 이 드라마에서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여전히 아름답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여자임을 과시했다. 극중에서 유부녀지만 아이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엄마'라는 수식어는 더 이상 필요 없다. 평생 '여자'로 살고 싶은 것이다.

예쁜 엄마들이 연예계를 호령하고 있다. 김희애 김성령 김남주 고소영 유호정 염정아 박주미 정혜영 등 20대 못지않은 미모를 지닌 40대 미시 배우들이 현실과 드라마 속에서 40대 여배우의 위상을 바꾸고 있다.

과거 선배 김미숙은 불과 38살 나이에 후배 심은하의 엄마 역할을 연기해야만 했다. 그보다 어린 전인화도 빨리 결혼해 아이를 둘이나 낳은 아줌마가 됐단 이유만으로 30대 초반에 4~5살 어린 이영애의 엄마를 연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아이를 낳아도 55사이즈를 입을 수 있는 이 후배들은 불혹은 인생의 성대한 잔치쯤으로 여긴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여전한 아름다움으로 승부하며 한 가정의 아내와 엄마뿐만 아니라 2014년을 살아가는 40대 여성의 의미를 바꿔가는 중이다.부스스한 파마머리에 기미가 드러나는 맨얼굴, 10년째 입은 낡은 티셔츠의 '아줌마'는 이들에게 해당되지 않는 단어다.

예쁜 엄마들의 가장 큰 특징은 철저한 자기관리로 결코 놓치지 않는 '여성성이'다. 2014년을 살아가는 40대 여성은 아무리 가정에 속해 있더라도 부속물로 전락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철저히 가꾼다. 운동으로 다져진 다부진 몸매와 나이를 더할수록 더욱 세련된 패션 감각으로 무장해 20대 못지않은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밀회'가 방송될 당시 김희애의 패션과 물광 메이크업 못지않게 우아한 아름다움은 단연 화제의 중심이었다. 명실상부한 '트렌드세터' 김남주가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 '역전의 여왕' '내조의 여왕' 등에서 입거나 들기만 하면 무조건 완판이었다. 그 어떤 20대 인기 여배우도 패션계에서 김남주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한다.

여성성을 결코 잃지 않기에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연하의 남자들에게 경쟁력이 있다.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만한 존재임을 분명히 한다. '아내의 자격'에서 또래의 이성재와 불륜에 빠졌던 김희애는 '밀회'에서 20살 어린 유아인과 불같은 사랑에 빠져들었다. 성별이 뒤바뀐 연상연하 커플에 중년 여성 시청자들이 부러움과 함께 대리만족감을 느꼈다.

나이를 더할수록 업그레이드되는 연기력도 인기요인. 온 국민이 대중문화평론가가 된 현재의 상황에서 연기에 소질이 없고 얼굴만 예쁜 20대 배우는 살아남기 힘들다. 아름다운 외모에 연기력까지 더한 40대 배우들이 더욱 조명받을 수밖에 없다. '칸의 여왕' 전도연은 영화 '협녀' 촬영이 끝나자마자 신작을 계획을 연이어 밝히며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잘생긴 두 아들을 둔 김성령은 40대 아줌마들에게 '희망의 아이콘'과도 같은 존재. 결혼 전부터 꾸준히 활동했지만 관심을 받지 못했던 그는 꾸준히 역할의 크기에 상관없이 성실히 배우의 길을 걷다보니 40대 중반을 넘긴 나이에 미모뿐만 아니라 연기력도 인정받으며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예쁜 엄마들의 또 다른 특징은 자녀들이 더 이상 짐이 아닌 자산이다. 과거 몇몇 미시 여배우들은 배우로서 이미지와 엄마로서의 모습 사이의 괴리감을 보여주기 싫어 아이들을 밖에 드러내는 걸 꺼려했다. 그러나 최근 예쁜 엄마들은 다르다. 아이들의 응원이 일을 더욱 열심히 하는 원동력임을 밝힌다. 또한 자신만의 육아법을 공개하며 또래의 엄마들과 공감대를 형성해 또 다른 시장을 형성한다.

예능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 등에서 스타들의 2세들이 주목을 받듯이 예쁜 엄마들의 아이들은 관심의 초점이 된다. 고소영이 아들 민준을 실고 다니는 유모차나 아기 옷은 아무리 고가의 명품이어도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간다. 이영애가 다큐 프로그램에서 공개한 쌍둥이가 입은 티셔츠 하나도 대중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며 완판됐다. 무려 아이를 넷이나 낳은 정혜영은 남편과 함께 육아법에 관련된 책을 출간했다.

이렇게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예쁜 엄마들은 엄마의 개념을 새로 만들고 있다. 이들이 대중에게 어필하는 이미지는 한 가정의 엄마이면서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현대 여성이다. 과거 여자 나이 마흔이라 하면 모성애로 점철된 자기 자신은 없고 가정만이 삶의 전부인 '어머니' 이미지였다. 그러나 최근 예쁜 40대 유부녀들의 모습은 남편과 아이들을 너무 사랑하지만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주체적인 여성상이다.

드라마는 현실의 반영이면서도 현실을 잊게 하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 수많은 돈과 노력이 들어간 최근 '40대 예쁜 연예인 엄마'들의 모습은 일반인들이 흉내 낼 수 없는 신기루 같은 허상일 수 있다.

현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슈퍼맘'에 대한 환상을 불러일으킨다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일하느냐 살림하느냐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진짜 40대 엄마들은 그렇게 몸매와 피부를 관리를 할 돈도 시간도 부족하다. 그런 가운데 각광받는 대중문화 속 예쁜 40대 엄마 배우들의 모습은 판타지를 충족시켜줄 뿐만 아니라 신선한 자극이 되기도 한다.

'누구나 다 소중하다. 아내로서 엄마로서 사는 삶도 행복하지만 내 자신을 더욱 사랑하고 아끼자'는 예쁜 40대 여배우들. 후텁지근한 여름날 이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잔잔한 울림을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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