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김윤지기자] 1세대 아이돌인 젝스키스 출신 가수 장수원. 젝스키스로 활동하던 시절 그는 눈에 띄는 멤버가 아니었다. 늘 수줍은 미소를 띤 그는 말이 없는 편이었고, 팬들에겐 '까칠한 오빠'로 통했다.

17년이란 세월은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무대 위에서 격한 춤을 추던 그는 멤버 김재덕과 제이워크란 팀을 꾸려 감미로운 노래들을 선사하고 있다.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친근한 이미지도 얻었다. 지금도 카메라가 편하지만은 않다는, 자연스러운 것이 좋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근 지오디(god)나 플라이투더스카이가 컴백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 젝스키스 시절이 떠오를 것 같다.

=옛날 생각이 난다. 우리가 뭉치면 예전처럼 잘될까 하는 생각에 머뭇거리다가 시간이 지났다. 오랜만에 재결성했는데, 잘 안되면 괜히 추억만 건드린 꼴이 되니까 조심스럽다. 생각은 다들하고 있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지만 걱정도 크다. 제이워크로는 올해 가기 전에 앨범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시기적으로 결정된 건 없다.

▲1세대 아이돌 출신이다. 요즘 아이돌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나.

=멤버별 개별적인 능력이 예전보다 월등하다. 당시엔 멤버 수 채우기 급급해서 단기간에 준비를 마친 그룹도 많았다. 요즘엔 가수라고 해서 춤과 노래만 하는 게 아니라 외국어와 연기도 배운다. 그런 시스템이라면 해체를 하더라도 개개인이 연예인으로 활동하기 수월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인기 많은 애들이 인사를 건성으로 하는 건 똑같다.(웃음) 인기엔 장사가 없다.

▲과거의 본인은 어땠던 것 같나.

=지금 생각해보면 딱히 생각나는 건 없다.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조금은 시건방지지 않았을까 싶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때도 아이돌을 할 것 같나.

=그 시대에는 하지 않을 것 같다. 체계적이지 않았다. 그 시절 젝키나 H.O.T. 라고 하면 명예와 부를 다 누릴 것 같지만, 그 시절엔 정산 시스템이 투명하지 않았다. 지금은 해외 공연이나 유닛 활동, 솔로 활동 등 판로가 많지만 그땐 그렇지 않았다. 저에겐 젝키라는 명성만 남아있다. 청춘을 받쳐서 열심히 일한 만큼 보상이 따른다면 당연히 하지 않을까 싶다.

▲당시 팬들과는 아직 연락하고 지내나.

=아직도 집 앞에 와 있는 친구들이 있다. 가끔 문자를 주고 받으며 연락하는 정도다. 예전 같으면 대꾸를 하지 않았을 텐데 이제는 답장한다. 최근에는 결혼한다고 축가를 불러달라고 한 친구가 있었다. 대신 축하 영상을 보냈다. 10대, 20대를 저희에게 바치고 딴 남자에게 간 것 아닌가. '남은 인생은 그 남자에게 충성하라'고 멘트했다. (웃음)

▲젝키와 H.O.T.의 팬덤을 소재로 한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은 봤나.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디테일이 살아 있더라. 콘서트 현수막도 어렸을 때 봤던 그대로였다.

▲그 시절 활동하던 영상을 자발적으로 다시 본 적은 있나.

=없다. 그때는 비디오로 녹화를 하지 않으면 볼 수 없던 시절이었다. 집에 오자마자 메이크업도 지우기도 전에 형이나 어머니가 녹화해준 비디오로 모니터링을 했다. 창고에 당시 비디오와 잡지 등이 엄청 쌓여 있다. 솔직히 버렸으면 좋겠다. (웃음) 출연했던 영화 '세븐틴'도 시사회 때 보고 보지 않았다.

▲젝키 멤버였던 고지용이 지난해 12월 결혼해 화제가 됐다. 10대였던 젝키 멤버들이 20대가 되고, 30대가 됐다. 결혼 계획은 없나.

=아직 없다. 마흔이 되면 할까 싶다. 아직까진 자유로운 생활이 좋다. 안정적인 것도 좋지만 제 몸하나 건사하기 힘들다. 좀 더 책임감이 생기면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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