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 돋보이려는 마케팅 전략
4일 개봉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한국 이정현기자]영화 ‘하이힐’이 29일 베일을 벗었다. ‘박수칠 때 떠나라’ ‘아들’ 이후 오랜만에 장진 감독과 차승원이 의기투합한 이 작품은 공개 초기, 화려한 액션이 부각되며 화제가 됐다.

내달 4일 개봉하는 ‘하이힐’은 여자가 되고 싶은 욕망을 숨긴 채 오히려 더 거친 모습으로 위장해 살아가던 강력계 형사 지욱(차승원)이 자신이 진짜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선택을 하려다 범죄 조직과 얽히며 겪는 위기를 담았다. 차승원 뿐만 아니라 오정세, 이솜, 고경표 등이 출연했다.

트랜스젠더가 되기로 결심한 상남자를 담은 내용은 사실 익숙한 소재가 아니다. 성소수자가 겪는 내적 갈등은 사실 성에 관한한 보수적인 우리나라 대중의 시선에 거부감이 들 수 있다. 최근 들어 퀴어 영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상업영화로서 흥행작은 많지 않다.

이 때문일까. 당초 ‘하이힐’ 측은 성소수자 관련 내용을 철저히 함구 했다. 언론시사회 전 열린 제작보고회에서도 제작진은 성정체성에 대한 고뇌 대신 화려한 액션을 펼치는 지욱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전했다. 실제로 영화에 등장한 술집 테이블 액션과 비 오는 날 우산을 쓴 채 벌이는 차승원의 액션은 화려함을 넘어 우아함마저 느낄 정도로 잘 뽑힌 명장면이었다.

‘하이힐’이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기 시작한 것은 시사회 전 가진 차승원의 매체 인터뷰부터. 그의 입을 통해 영화 속 소재가 흘러나오자 롯데엔터테인먼트와 제작사 측은 차승원의 여장 모습을 보도자료로 공개하는 등 ‘하이힐’의 진짜 얼굴을 공개했다. 파격적인 소재는 금방 화제가 됐다.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 홍보 관계자는 스포츠한국에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만큼 자칫 작은 퀴어영화로 오해받을 수 있었다. ‘하이힐’은 60억 원 이상의 제작비를 투입해 화려한 액션을 구사하고 극의 쉼표를 찍어 줄 수 있는 코미디가 첨가 되는 등 일반 관객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구석이 많다. 다른 요소를 먼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지 일부러 감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개봉을 불과 6일 가량 남겨두고 언론시사회를 진행한 것도 이 같은 내용을 감추기 위한 고육지책이라 풀이 가능하다. 액션 요소를 강조해 6월 극장가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트랜스젠더라는 단어에는 선입견이 있다” 언론시사회에서 나온 장진 감독의 말이다. 그는 “성소수자들에 대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 ‘하이힐’을 찍은 것은 아니다. 보편적인 가치관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하이힐’의 출발은 상업영화다. 액션과 코미디 등 다른 부분이 많으니 많은 관객이 즐겨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이힐’은 퀴어영화다. 하지만 지레짐작할 필요는 없다. 천만관객을 기록한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와 유하 감독의 ‘쌍화점’, 그리고 ‘번지 점프를 하다’를 비롯해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역시 비슷한 감성을 건드린다. 중요한 건 이를 어떻게 풀어냈느냐지, 소재 자체가 아니다. 더군다나 충무로 대표 입담꾼 장진 감독과 '유쾌남' 차승원이 합작한 이번 작품은 액션과 묵직한 누아르 요소, 그리고 간간히 터지는 코미디가 더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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