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프로그램 전반적인 침체

[스포츠한국 안진용기자] 2년 전까지만 해도 오디션 프로그램은 예능의 대세였다. 케이블채널 Mnet '슈퍼스타K'를 시작으로 지상파 종편까지 앞다투어 오디션 시장에 뛰어들었다. 가수부터 배우 디자이너 댄서 등 분야별 스타를 뽑는 다양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제작됐다.

하지만 지난해 '슈퍼스타K 5'가 무미건조하게 막을 내리며 '레드 라이트'가 켜졌다. 그 여파는 SBS 예능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 시즌3'(이하 K팝스타 3)로 이어졌다. 솔직하게 말하자. 몇 년 간 예능을 호령하던 오디션 프로그램은 분명 '메이저'에서 '마이너'로 주저앉았다.

'K팝스타 3'는 13일 막을 내렸다. 버나드 박이 샘 김을 물리치고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이 날 'K팝스타 3'의 전국 시청률은 9.5%(이하 닐슨코리아 기준). 동시간대 방송되는 지상파 3사 예능프로그램의 6개 코너 중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함께 공동 4위다. 1위는 '일밤-진짜 사나이'(14.1%)였고 '해피 선데이-1박2일'(13.1%) 과 '일요일이 좋다-런닝맨'(12.0%)이 그 뒤를 이었다.

또한 앞선 'K팝스타' 시즌1과 시즌2의 최종전 시청률이 각각 14.9%, 13.7%였던 것을 감안하면 'K팝스타 3'는 분명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단순히 시청률 비교 만으로 'K팝스타 3'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정작 문제는 따로 있다. 'K팝스타' 시리즈는 항상 화제를 몰고 다니며 다양한 스타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버나드 박과 샘 김의 파괴력은 결코 박지민 이하이(시즌1) 악동뮤지션 방예담(시즌2)를 넘지 못했다.

이는 음원 시장에서도 증명됐다. 'K팝 스타'가 진행되는 동안 악동뮤지션의 자작곡을 비롯해 박지민과 이하이가 각각 부른 '오버 더 레인보우' '머시' 등이 음원 차트 상위권을 장악한 반면 시즌3 출연자들은 기성 가수들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

버나드 박의 우승 소식이 '찻 잔 속의 태풍'인 반면 같은 시기 악동뮤지션의 신곡 '200%'는 각종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13일 오후 공개된 박지민 속한 15& 역시 신곡 '티가 나나봐'로 각종 차트를 석권하고 있다. 시즌3 출연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대해 한 가요계 관계자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올 만한 사람은 다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속성상 스타가 없으면 화제도 없다. 지난 6,7년간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을 거쳐 간 일반인은 족히 1,000만명(중복 출연 포함)이 넘는다. 제작진들이 저인망식으로 '될 성 부른 떡잎'을 건져 올렸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그 동안 자원하는 출연자도 많았지만 제작진이 수소문 끝에 찾아낸 실력자들의 참가를 독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숨은 진주를 찾는 데도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며 "'슈퍼스타K 5'의 우승자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라고 되물었다.

대중이 봇물처럼 터져 나온 오디션 프로그램에 싫증을 느끼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트렌드가 빨리 변하는 연예계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은 6,7년간 생명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형식도, 내용도 그다지 새롭지 않다. 매년 제작되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방전만 해왔을 뿐, 재충전의 시간은 부족했다. 때문에 제작진도,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피로도도 높아졌다.

지난해 일찌감치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을 폐지한 MBC 예능국의 한 PD는 "최근 육아를 소재로 한 관찰 예능이 대세를 이루며 오디션 프로그램은 마이너가 됐다. 이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멀어지는 대중의 관심을 붙잡는 것보다 대중의 새로운 관심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옳은 판단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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