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너지 효과 노린 아티스트 간의 만남
신선한 조합이 생명
어설프면 안하니만 못해

사진=콜라보레이션 무대를 펼친 '비진아' 비와 태진아
[스포츠한국 이정현기자]최근 컴백한 비의 신곡 ‘라송’은 뒤늦게 주목 받으며 음원 차트를 역주행 했다. 중독성 있는 후렴구가 주목받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태진아와 함께한 콜라보레이션 ‘비진아’가 화제가 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댄스가수인 비와 트로트 가수인 태진아는 왜 한 무대에 같이 섰을까.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공동 출연, 경연, 합작, 공동 작업등을 말한다. 서로 다른 활동을 벌이던 두 명 이상의 아티스트가 함께 곡 작업을 할 때 이 표현을 쓰곤 한다. 패션, 아트, 산업 브랜드에서 주로 쓰이던 이 단어가 최근 음악계 화두가 됐다. 앞서 말한 ‘비진아’와 김장훈, 크레용팝의 ‘크레훈팝’ 등이 대표적이다.

▲ ‘1+1=2’ 아닌 ‘1+1=3’

콜라보레이션의 장점이라면 시너지다. 신선한 조합으로 인해 대중의 이목을 단숨에 끌 수 있으며 아티스트 역시 평소의 모습이 아닌 다른 장르에 도전하는 음악적 성취도 가진다. 피처링으로 간접 참여하는 것과는 다르다.

‘비진아’가 대표적이다. 비는 한국을 대표하는 댄스 가수며 태진아는 트로트계의 거목이다. 두 사람을 한 무대에서 본다는 것은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비 ‘라송’의 후렴구가 태진아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것에 착안해 한 네티즌이 만들었던 영상이 화제가 된 것이 시발점이 됐다. 비는 즉각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제안했고 태진아가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성사됐다. 이후 음악방송 KBS ‘뮤직뱅크’, MBC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 등에 연달아 출연했고 ‘라송’ 음원은 재평가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사진=성공적인 콜라보레이션 사례로 꼽히는 트러블메이커
가수 김장훈과 걸그룹 크레용팝은 소방관의 처우 개선을 위해 콜라보레이션곡 ‘히어로’를 공개했다. 발라드 가수 김장훈은 핫한 아이돌과의 작업을 통해 음악적 영역 확장을, 크레용팝은 ‘기부천사’로 불리던 선배와의 협업으로 ‘선행돌’이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서로 윈윈한 셈이다.

▲ 블루오션을 노려라

뻔한 콜라보레이션은 의미가 없다. 시너지 효과를 위해 신선한 조합은 필수다. H.O.T, 젝스키스, god, NRG의 멤버인 문희준, 토니안, 은지원, 대니, 천명훈이 함께한 일명 ‘핫젝갓알지’가 좋은 예다. 한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결성된 이들은 1세대 아이돌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KBS ‘불후의 명곡’ 등에서 맹활약했다.

걸그룹 포미닛의 현아와 비스트 장현승의 트러블메이커 역시 성공적인 콜라보레이션 사례로 꼽힌다. 큐브엔터테인먼트 소속사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두 사람은 프로젝트 듀엣을 결성해 인기를 끌었다. 최근 음악계 혼성그룹이 기근을 보이는 가운데 파격적인 섹시 콘셉트를 내세운 것이 적중했다.

▲ 잘하면 대박, 어설프면 쪽박

선배 가수와 후배가 선보이는 협업은 콜라보레이션의 대표격이다. 선배 가수는 후배와의 음악적 시너지를, 후배는 선배에 대한 오마주를 담는다. 2008년 MKMF에서 빅뱅 탑과 이효리가 선보인 무대와 키스 퍼포먼스는 지금도 회자되는 명장면. 성공적인 사례는 외국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최근 진행된 ‘그래미 시상식’에서는 일렉트로닉 듀오 다프트펑크와 원로 재즈싱어 스티비 원더의 합동 공연이 전파를 탔다. 반응이 뜨거웠던 건 당연했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무대가 실망으로 돌아서는 건 금방이다. 매해 연말 특집 음악 방송에는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이 선보인다. 그해 활약했던 많은 아티스트이 함께 펼치는 무대는 특별하지만, 바쁜 일정 탓에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았을 경우엔 치명적이다. “안하니만 못한 콜레보레이션이었다”는 평가는 뼈아프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아티스트간 콜라보레이션이 주목 받으며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음악 다양성에도 긍정적이다”며 “하지만 화제성만을 노린 콜라보레이션은 생명이 짧을뿐더러 파급력도 적다. 시너지는 커녕 서로에게 악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다. 신중한 기획이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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