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배 의기투합 선례남겨
신선함 잃은 업계 자극제 역할 톡톡

비 태진아
한 명은 나이를 잊었고 다른 한 명은 명성을 뒤로 했다. 무게 잡지 않았고 머리를 쓰지도 않았다. 무대 위에서는 흥이 최고이며 즐기는 것이 진리임을 새삼 깨달았다. ‘장안의 화제’ 비와 태진아의 만남 일명 ‘비진아’의 무대가 3일간 대중음악계를 강타했다.24일 KBS 2TV ‘뮤직뱅크’를 시작으로 25일 MBC ‘쇼! 음악중심’을 거쳐 26일 SBS ‘인기가요’를 마지막으로 지상파 3사의 음악 프로그램을 한바탕 흔들어 놓았다. 3개 프로그램에서 모두 1위에 오른 B1A4가 무색할 정도로 화제의 중심에 선 것은 물론이다. 세대를 뛰어넘는 두 사람이 의기투합하게 된 사연과 성사되기까지 무수한 고비를 넘어야 했던 과정 등 후일담도 쏟아지고 있다. ‘비진아’의 무대는 끝났지만 대중음악계는 이들이 던진 화두를 이제 막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세 가지 화두를 짚어봤다.

▲무대는 즐거움이다비는 6집 ‘레인 이펙트’를 공개하며 ‘라송’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회식 후 노래방에서 합창할 수 있는 노래”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자 바람이었다. 그의 무대가 공개되고 반응은 여전했지만 무언가 부족했다. 고난도의 퍼포먼스를 펼쳐왔던 비의 모습은 어쩐지 수수한 회식과는 동떨어져 보였기 때문. 하지만 제 아무리 ‘월드스타’라도 ‘트로트 황제’의 흥겨운 가락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즐거움에 어느새 도취된 비는 동영상 속 본인의 모습처럼 실제 무대에서 태진아의 장단에 즐겁게 춤을 추고 있었다. 두 사람은 내려놓고 편해져야 무대를 즐길 수 있다는 기본을 보여준 셈이다. 비는 “처음에는 주저했던 것이 사실이다. 연습을 하고 실제 무대에 오르면서 확신을 얻었다. 무대 위의 내가 즐겁고 행복해야 보는 이들도 그렇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새로움에 대한 갈망무수한 걸그룹들이 비슷한 시기에 쏟아져 나와 섹시 콘셉트 경쟁을 벌이는 것인 고전이다 못해 이제 진부하기까지 하다. 노출 수위는 파격일 수 있지만 그들의 행보는 대중의 예측 가능한 수준이다. 파괴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이는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콘텐츠가 대중음악계에 자취를 감췄다는 점을 시사한다. 불임이라고 할 정도로 새로운 기획이 사라졌음을 의미하는 것. 언젠가부터 1위를 하는 노래는 있지만 그 인기라는 것이 어디까지나 차트에서 존재할 뿐 대중의 일상과는 거리가 존재했다. 수치상의 인기와 체감하는 것과의 괴리감은 이를 대변한다. 이번 콜라보레이션의 파급력은 남들이 예측 가능한 공식을 반복할 때 현실에서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깨는 것에서 시작됐다. 말 그대로 비현실적인 ‘가상의’ 조합이 현실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충격인 셈이다. 허를 찌르는 반전, 그 새로움에 대한 갈망이 ‘비진아’에 대한 이상열기를 불러왔다는 점은 곱씹어 볼만하다.

▲쇼는 끝나지 않았다3일간 태진아와 비는 대기실을 함께 사용했다. 두 사람의 모습은 실시간으로 SNS를 통해 틈틈이 중계됐다. 의상부터 안무까지 화제가 쏟아졌고 동료 가수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무수한 취재진이 대기실을 찾는 통에 대기실은 기자회견장을 방불케 했다. 업계 전체가 두 사람을 통해 힘을 받는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덕담과 미담이 쉴 틈 없이 이어졌다. 출연 제작진과 스태프가 모두 모여 왁자지껄하게 무대 모니터를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두 사람은 높은 관심에 대한 보답으로 후속 콜라보레이션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 노래는 나보다 선생님(태진아)에게 더 잘 어울리는 노래 같다”면서 “아예 개사를 해서 새로운 버전으로 리메이크를 하는 게 낫겠다”고 비가 말하자 태진아는 주저없이 “오케이”라고 답했다. 내주 바로 녹음해서 흐름을 이어갈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무엇보다 선후배 간의 조합으로 시너지를 발휘하는 선례를 만든 것은 또 다른 ‘비진아’를 기대하게 한다. 또 어떤 의외의 조합이 세상을 뒤집을 반전으로 쇼를 벌일 지 2014년 대중음악계의 출발이 경쾌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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