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배 의기투합 선례남겨
신선함 잃은 업계 자극제 역할 톡톡
▲무대는 즐거움이다비는 6집 ‘레인 이펙트’를 공개하며 ‘라송’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회식 후 노래방에서 합창할 수 있는 노래”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자 바람이었다. 그의 무대가 공개되고 반응은 여전했지만 무언가 부족했다. 고난도의 퍼포먼스를 펼쳐왔던 비의 모습은 어쩐지 수수한 회식과는 동떨어져 보였기 때문. 하지만 제 아무리 ‘월드스타’라도 ‘트로트 황제’의 흥겨운 가락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즐거움에 어느새 도취된 비는 동영상 속 본인의 모습처럼 실제 무대에서 태진아의 장단에 즐겁게 춤을 추고 있었다. 두 사람은 내려놓고 편해져야 무대를 즐길 수 있다는 기본을 보여준 셈이다. 비는 “처음에는 주저했던 것이 사실이다. 연습을 하고 실제 무대에 오르면서 확신을 얻었다. 무대 위의 내가 즐겁고 행복해야 보는 이들도 그렇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새로움에 대한 갈망무수한 걸그룹들이 비슷한 시기에 쏟아져 나와 섹시 콘셉트 경쟁을 벌이는 것인 고전이다 못해 이제 진부하기까지 하다. 노출 수위는 파격일 수 있지만 그들의 행보는 대중의 예측 가능한 수준이다. 파괴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이는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콘텐츠가 대중음악계에 자취를 감췄다는 점을 시사한다. 불임이라고 할 정도로 새로운 기획이 사라졌음을 의미하는 것. 언젠가부터 1위를 하는 노래는 있지만 그 인기라는 것이 어디까지나 차트에서 존재할 뿐 대중의 일상과는 거리가 존재했다. 수치상의 인기와 체감하는 것과의 괴리감은 이를 대변한다. 이번 콜라보레이션의 파급력은 남들이 예측 가능한 공식을 반복할 때 현실에서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깨는 것에서 시작됐다. 말 그대로 비현실적인 ‘가상의’ 조합이 현실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충격인 셈이다. 허를 찌르는 반전, 그 새로움에 대한 갈망이 ‘비진아’에 대한 이상열기를 불러왔다는 점은 곱씹어 볼만하다.
▲쇼는 끝나지 않았다3일간 태진아와 비는 대기실을 함께 사용했다. 두 사람의 모습은 실시간으로 SNS를 통해 틈틈이 중계됐다. 의상부터 안무까지 화제가 쏟아졌고 동료 가수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무수한 취재진이 대기실을 찾는 통에 대기실은 기자회견장을 방불케 했다. 업계 전체가 두 사람을 통해 힘을 받는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덕담과 미담이 쉴 틈 없이 이어졌다. 출연 제작진과 스태프가 모두 모여 왁자지껄하게 무대 모니터를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두 사람은 높은 관심에 대한 보답으로 후속 콜라보레이션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 노래는 나보다 선생님(태진아)에게 더 잘 어울리는 노래 같다”면서 “아예 개사를 해서 새로운 버전으로 리메이크를 하는 게 낫겠다”고 비가 말하자 태진아는 주저없이 “오케이”라고 답했다. 내주 바로 녹음해서 흐름을 이어갈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무엇보다 선후배 간의 조합으로 시너지를 발휘하는 선례를 만든 것은 또 다른 ‘비진아’를 기대하게 한다. 또 어떤 의외의 조합이 세상을 뒤집을 반전으로 쇼를 벌일 지 2014년 대중음악계의 출발이 경쾌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