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맨'서 인디 밴드 보컬 역 맡아 연기 변신

영화 '플랜맨'의 배우 한지민(한국아이닷컴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배우는 스펀지다. 한움큼 물을 빨아들인 스펀지가 물을 빼낸 후 또 다시 새 물을 머금듯, 한 배역에서 벗어난 배우는 또 다른 배역에 심취한다.

그럼 의미에서 한지민은 깨나 성능이 좋은 스펀지다. 그 동안 드라마 ‘이산’과 ‘빠담빠담’ ‘옥탑방 왕세자’ 등 일련의 작품을 통해 구축된 그의 이미지는 단아하고 단정했다. 흐트러짐 없는 모습으로 역경을 이겨나가는 한지민의 모습은 현대판 신데렐라라 불릴 만했다.

하지만 영화 ‘플랜맨’(감독 성시흡ㆍ제작 영화사일취월장) 속 유소정은 그가 그 동안 연기한 캐릭터와 괘를 달리 한다. 인디 밴드의 보컬 역을 맡은 한지민은 한결 어깨에 힘을 빼고 자유분방하게 뛰어 놀았다.

노래 부르고, 기타 치며 무대 위에서 뛰노는 한지민에게서는 분명 기존과는 다른 에너기지가 뿜어져나온다. 물론 그 안에는 그가 가진 상처가 살짝 감춰져 있다. 한지민은 '플랜맨'에서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가며 발군의 연기력을 재차 과시했다.

“이런 역할도 참 잘 어울린다”는 말에 “실제 내 모습과 가깝다”며 웃음짓는 한지민. 새로운 연기에 도전한 그의 만족도는 어느 정도일까.

영화 '플랜맨'의 배우 한지민(한국아이닷컴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어떤 작품이든 찍고 나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하지만 ‘플랜맨’은 원래 시나리오가 가지고 있던 따뜻함이 잘 표현된 것 같아 만족한다. 이 작품에서는 지금껏 내가 보여드리지 않았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 그걸 잘 표현했는지는 잘 모르겠다.(웃음)"

‘플랜맨’은 맞춰진 계획표대로 살아가는 남성과 자유분방한 사고방식을 가진 여성이 만나 서로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리는 힐링 무비다. 양극단에 서 있는 듯한 한정석과 유소영은 각각 정재영과 한지민이라는 배우를 만나 생명력을 얻으며 조화를 이뤄나간다.

"결코 섞일 것 같지 않은 두 남녀가 만나 음악을 매체로 하나가 된다.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며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플랜맨’은 새해 첫 한국영화로 적격인 것 같다. 영화를 본 관객이 따뜻한 마음을 안고 극장문을 나설 수 있을 거다."

'플랜맨'에 출연하는 한지민에게는 연기 외적으로 또 다른 숙제가 있었다. 인디 밴드 보컬 역을 소화하기 위해 기타도 치고 노래도 불러야 했다. 그것도 꽤 수준급으로. 반 년 넘게 준비한 한지민은 자연스러운 연주와 기본기가 탄탄한 가창력으로 눈길을 끈다.

"사실 제대로 치기보다는 코드를 짚는 데 집중했다. 영화 속 기타 소리는 내가 연주하는 건 아니다. 그래도 ‘플랜맨’을 촬영하며 기타 다루는 솜씨가 많이 늘었다. 노래 부르는 장면은 후반 작업을 많이 했다.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른다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더라. 기타와 우크렐라는 연습하면 실력이 느는 반면, 노래 연습은 아무리 해도 제자리 걸음이었다. 때문에 노래는 보정 작업을 많이 거쳤고, 기타 연습에 더 집중했던 것 같다."

2003년 드라마 '올인'으로 브라운관에 데뷔한 한지민은 어느덧 12년 중견 배우가 됐다. 게다가 완연한 30대에 접어들었다. 대한민국에서 여배우로 살아가는 한지민에게 30대란 어떤 의미일까.

"처음에는 연기하는 것이 막연히 어렵고 두려웠지만 열정을 갖고 달려들었다. 막상 30대가 되니 더 많은 감정을 알게 되고 표현의 폭이 깊어지는 것 같아 좋았다. 연기를 통해 다양한 캐릭터를 접하면서 나 역시 많이 바뀌게 된 것 같다."

하지만 한지민의 외모에서 세월의 흐름을 찾긴 어렵다. 강산이 변한다는 세월이 한지민은 빗껴간 듯 그는 남다른 동안 외모를 자랑하낟. 하지만 한지민은 10년 전도 지금도 20~4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남자 배우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다. 외모와 실력이 겸비됐을 때 가능한 일이다."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하다. 나이가 들면서 가장 중요한 건 세월의 흐름과 나이가 늘어가는 것을 인정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동안이라고 해도 예전보다 볼살이 많이 빠져 좀 더 나이들어 보인다, 하하."

한지민은 연기력 못지않게 인간성 좋은 배우로 손꼽힌다. 촬영 현장에서 스태프를 일일이 배려하는 그의 됨됨이는 이미 정평이 나 있다.

"데뷔 초기 드라마 ‘부활’에 출연하며 박찬홍 감독님께 막내 스태프들의 이름부터 외우라고 배웠다. 좋지 않은 환경 속에서 고생하는 분들에게 배우들이 먼저 다가가면 작업 현장이 즐거워지고 유쾌하게 돌아가더라. 그래서 적극적으로 이야기가도 하고 함께 밥도 먹으며 친해지려 한다. 신인 시절 좋은 감독님께 좋은 가르침을 받은 것일 뿐이다."

사진=한국아이닷컴 이혜영기자 lhy@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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