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스크린은 간첩들로 뜨거웠다. '베를린'의 하정우,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김수현, '동창생'의 최승현 그리고 곧 관객들을 만날 '용의자'의 공유가 주인공이다. 북한에서 온 요원 출신이란 공통점 외에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이들을 분석해봤다.

▲한국형 첩보요원의 탄생, 하정우

관객동원: 716만명 / 특이사항: 먹방 유발자 / 관심인물: 아내

'베를린'(감독 류승완ㆍ제작 외유내강)의 주인공 표종성(하정우)은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북한의 정보요원이다. 타 작품의 북한 요원들이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살인병기'처럼 그려지는 것에 비해 현실적인 설정이다. 조선인민공화국의 영웅이었던 그는 표적이 돼 쫓고 쫓긴다. 배경이 배경인 만큼 뛰어난 어학실력과 지력을 고루 갖췄다. 뛰어난 전투력은 물론이다. 달리는 차에 매달리는 것은 기본이고 잘 훈련된 정교한 액션을 선보인다. 무뚝뚝한 성격 뒤에 숨겨진 아내 연정희(전지현) 대한 마음은 애틋하다. 고작 "씻고 자라우"라는 거친 북한 사투리를 건네지만 눈빛은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한다. 이렇다 할 스킨십이 없지만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장면에서 애절한 멜로의 분위기가 묻어나는 이유다.

▲코믹과 친근을 지닌, 김수현

관객동원 695만명 / 특이사항 노상방변 / 관심인물: '오마니'

'은밀하게 위대하게'(감독 장철수ㆍ제작 MCMC)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는 웹툰의 기발한 설정과 디테일을 그대로 가져왔고, 주인공 원류환(김수현)도 웹툰처럼 친근하고 정겹게 그려진다. 원류환은 동네 바보로 살아갈 것을 명령 받은 남파 간첩. 달동네 슈퍼마켓에서 더부살이하는 그는 계단에서 구르거나 길에서 변을 본다. 실은 실력을 감춘 최고 엘리트 요원의 의도된 행동이란 점이 웃음을 안긴다. 시간이 지날수록 동네 사람들과 정을 쌓아가는 원류환의 모습에선 인간미가 느껴진다. 심각한 후반부에 비해 잔잔하고 아기자기한 전반부가 더 오래 기억되는 까닭이기도 하다. 여기에 허세를 중시 여기는 리해랑(박기웅)과 원류환과 미묘한 브로맨스를 펼치는 리해진(이현우) 등 개성 강한 남파간첩들의 모습이 유쾌하다.

▲소녀들의 판타지, 탑

관객동원 104만명/ 특이사항: 갑자기 질문해도 술술 나오는 과학 실력/ 관심인물: 여동생+동창생

가수 탑이 카리스마를 지닌 뮤지션이라면, 배우 최승현은 애절한 눈빛을 가진 소년이다. '동창생'(감독 박홍수ㆍ제작 더램프)은 가족을 위해 남파 공작원이 된 18세 소년 리명훈(최승현)의 이야기다. 낮에는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살아가야 하는 그는 짝꿍 혜인(한예리)가 자꾸만 신경 쓰인다. 여동생과 같은 이름을 지닌 탓이다. 그는 적재적소에서 나타나 혜인을 구해주고, 때론 그런 아이들을 혼내준다. 그러면서도 수업시간 교사의 질문에 막힘 없이 술술 답하는 모습이나 마지막까지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 등은 10대 여성 관객들의 판타지를 자극한다. 중간중간 선보이는 탑의 강렬한 액션도 볼만하다. 다만 영화 전체적으로 멋진 남자주인공 외에는 특별한 점이 없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비현실과 현실을 넘나드는, 공유

관객동원:? /특이사항: 한 손으로 폭풍 후진 /관심인물: 아내의 복수+딸

'용의자'(감독 원신연ㆍ제작 그린피쉬ㆍ개봉 24일)는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누명을 쓴 남자 지동철(공유)의 이야기다. 공유는 러닝타임 137분 동안 끊임없이 남성미를 발산한다. 거친 그의 얼굴에서 드라마 '커피프린스'나 영화 '김종욱 찾기'에서 보여준 '로코킹'의 모습은 좀처럼 찾을 수 없다. 지동철은 최정예 특수부대 출신 탈북자로 그가 지닌 능력은 거의 완벽에 가깝다. 자신의 어깨를 스스로 탈골시켜 탈출에 성공하고, 차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환상적인 운전 실을 갖췄다. 상체 탈의 장면에서 드러나는 조각 같은 그의 육체는 비현실적이다. 대신 액션 그 자체는 현실밀착형이다. 지동철은 스타일리시한 액션이 아닌 살기 위해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상황에서 길러진 본능적인 액션을 선보여 긴장감을 더한다. 차 추격신은 주택가 좁은 골동에서 이뤄지고, 재킷 등의 소품을 이용해 자신을 방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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