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경화 걷는 일본시장 대신 잠재력 큰 중국시장 급부상

2년차 그룹 엑소(EXO)의 기세가 매섭다. 단연 눈에 띠는 것은 음반판매량. 15일 기준으로 올해만 44만4,000장(이하 한터정보시스템 기준)의 음반을 팔아치웠다. 2위 샤이니가 28만8,000장임을 감안하면 독보적인 판매량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의 앨범은 동일한 노래를 한국어버전과 중국어버전으로 나눠서 발매한다는 데 있다. 중국어버전 음반은 1집이 13만장 리패키지앨범이 5만9,000장이 판매돼 도합 18만9,000장이 팔려나갔다. 국내에서 중국어 앨범이 20만장 가깝게 팔려나가는 기이한 현상이 연출된 것.

엑소의 급부상은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중국 경제가 국내 엔터테인먼트업계에도 이제 무시하지 못할 존재가 됐다는 것을 확인시키고 있다. 때마침 우경화 노선을 걷는 일본 정치권의 영향으로 바짝 위축된 일본 시장과 대비를 이루며 K-POP 시장의 전체 판도가 바뀔 수도 있다고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급변하는 K-POP 시장의 내일을 짚어봤다.

▲일본이 심상찮다

일본 시장은 좁게는 K-POP 넓게는 한류 시장의 중심이다. 확실한 배급망과 고른 팬층이 있다. 하지만 권불십년이라 했던가? '겨울연가'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지 10년째 되는 올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연일 일본 정치권의 우경화 발언이 이어지며 적잖은 영향을 받고 있다.

한 한류산업 관계자는 "일본 지상파 방송사를 통해 방송되는 한국 드라마가 손에 꼽힐 정도다. 정치에 무관심했던 젊은 세대도 점차 영향을 받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물론 시장 전체가 고사상태는 아니다. 문제는 가수별 빈익빈부익부가 점차 심화된다는 데 있다. 상위 클래스에 오른 팀들은 대형 공연장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제 진입하는 팀들에게는 까다로운 계약 조건을 받거나 현지 활동의 제약이 늘어나고 있다.

한 기획사 해외사업 담당자는 "일본 시장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나왔다. 더 이상 퍼주기 식으로 계약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심하다 싶을 정도로 계약 조건이 (국내 회사에) 불리하기도 하다"고 귀띔했다.

▲중국이 달라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천문학적인 시장 규모와 유교 문화권의 동질성,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점을 중국 시장의 매력으로 꼽고 있다. 낙후된 저작권관리와 유통망도 최근 개선되고 있으며 무엇보다 팬들의 왕래가 늘었고 해적판 구매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실제로 최근 미국 경제채널 CNBC는 올해 상반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3명 중 1명은 중국인이었다고 보도했다. 일년 전 보다 46%나 급증한 수치다.

한 기획사 중국시장 담당자는 "중국인 관광객으로 가득한 국내 백화점 면세점을 보면 알 수 있다. 워낙 왕래가 많아진 덕분에 자연스럽게 국내에서 음반 구매가 이뤄지고 있다. 경제력이 좋아서 굳이 저가 해적판을 사려는 이들도 확실히 줄었다"고 말했다.

▲선점 경쟁은 시작됐다

엑소는 지난해 데뷔부터 국내 활동을 주로 하는 엑소-K와 중국어권을 기반으로 하는 엑소-M으로 나눠서 등장했다. 물론 엑소-M에는 중국인 멤버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이는 국내 그룹의 중국어권 활동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통한다.

일부 멤버를 중국인으로 구성했던 슈퍼주니어 미쓰에이 에프엑스 등이 시작이었고 중국어권 시장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유닛 슈퍼주니어-M을 론칭한 것이 그 다음이었다. 엑소는 시작부터 중국어권을 겨냥하며 탄력을 받고 있다.

엑소의 급부상을 지켜보며 다른 기획사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중국인 멤버 영입에 보다 적극성을 보이는가 하면 홍콩 대만 등을 통한 중국어권 법인 설립에 착수한 회사도 있다.

한 대형기획사 대표는 "일본 시장에서 인정받아서 중국 시장으로 향하는 모양새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본다"면서 "현지 지사 설립을 통해 재능있는 인재를 확보할 계획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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