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2' ·'무정도시' 인기몰이
김은희 신작 '쓰리데이즈'
한국판 '24' 재현 기대

OCN '텐2'
대한민국은 매주 지상파에서만 20여편의 드라마가 방송되는 '드라마 공화국'이다. 하지만 다양성은 부족하다. 대부분 드라마의 화두는 '사랑'. 의학 드라마는 의사가 사랑하는 이야기고, 법정 드라마는 변호사가 사랑에 빠진 이야기라는 우스개 소리가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한국 드라마가 달라지고 있다. 미국 드라마들이 일명 '미드'라 불리며 전문직의 이야기를 다룬 장르물을 개척했듯이 한국의 토양에 뿌리를 둔 장르물이 각광받고 있다. 사랑놀음에 지친 시청자들은 점점 장르 드라마로 눈을 돌리고 있다.

"장르물은 안 된다"는 편견을 깨고 25%가 넘는 전국 시청률을 기록한 2011년작 '싸인'은 한국 장르물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싸인'에 이어 이듬해 드라마 '유령'으로 진일보한 장르물의 세계로 시청자들을 초대했던 김은희 작가는 올해 또 한 편의 장르 드라마를 준비 중이다.

김은희 작가의 신작인 '쓰리 데이즈'는 대통령 암살 사건을 둘러싼 3일간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측면에서 '한국판 '24''로 불리고 있다. 아직 촬영을 시작하기도 전이지만 이미 2부까지 대본 집필을 마친 김은희 작가는 '싸인'과 '유령'을 넘어 장르물의 정점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한 방송 관계자는 "'싸인'의 박신양과 '유령'의 소지섭에 이어 '쓰리 데이즈'를 이끌고 갈 주인공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톱배우들의 눈치싸움이 치열하다"고 귀띔했다.

현재 방송 중은 JTBC '무정도시'(극본 유성열ㆍ연출 이정효) 역시 낯간지러운 남녀의 사랑싸움을 걷어내고 언더커버(잠입수사)를 소재로 앞세워 묵직한 이야기를 섬세하게 풀어가고 있다.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마약조직에 잠입한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터라 시청자들이 다소 어렵게 느낄 수 있지만 탄탄한 내러티브와 화끈한 액션 장면 등을 내세우며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JTBC '무정도시'
그 동안 가벼운 소재의 드라마에 주로 출연했던 배우 정경호와 남규리의 연기 변신 또한 '무정도시'를 즐기는 관전 포인트다. 정경호는 "시청자들이 미국 드라마 등 해외 드라마와 영화를 많이 보면서 눈높이가 높아졌다. 예전과 같은 방식·형식의 드라마는 시청자에게 외면받게 되는 것 같다. '무정도시'는 1시간만이라도 보는 이들에게 위로가 되고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고 자평했다.

시즌2에 들어선 케이블채널 OCN '텐2'(극본 이재곤ㆍ연출 이승영) 역시 한국형 장르 드라마를 진일보시킨 드라마로 평가받고 있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진행되는 '텐2'는 매회 웬만한 스릴러 영화 못지않은 물 샐 틈 없는 정교한 이야기와 수려한 영상미로 케이블 드라마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다. 이들 드라마의 성공은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달라졌다는 것과 다양성이 존중되는 풍토가 조성되고 있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장르물은 기획ㆍ개발비뿐만 아니라 회당 제작비 또한 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보다 높다. 게다가 멜로 코드가 상대적으로 덜하고 강력 사건을 다루는 경우가 많아 PPL 등 제작지원을 받기가 수월치 않다.

한 외주 제작사 관계자는 "제작사들이 사랑 일변도로 흐르는 것은 단순히 사랑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통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남녀 주인공의 달달한 사랑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이 간접광고를 받기도 쉽고 제작비도 적게 들기 때문"이라며 "보다 다양한 장르 드라마가 탄생되기 위해서는 방송사 차원에서 더 많은 제작비를 지급하는 등 여러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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