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를 어찌할꼬…

YG와 불화 탓 1위 못한 거 아닌가?
보도프로 출연 횟수는 가산점 낮기 때문

방송 위해 땀흘려 준비한 가수들은 뭔가?
음원 성적 중시… 세계적 화제 무시 못해

생방송에서 왜 과거의 순위를 보여주나?
공정하게 하자고 꼼꼼히 집계한 건데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의 음악방송프로그램 순위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우려와 기대 속에 부활된 순위제가 '국제가수' 싸이의 신곡 '젠틀맨(Gentleman)' 신드롬에 그 한계를 더욱 여실히 드러낸 모양새다. '젠틀맨'으로 바라본 순위제 중심 찾기의 고충을 짚었다.

'뮤직뱅크' 19일 방송 4위
▲음모론과 중심 찾기

KBS 2TV '뮤직뱅크'는 19일 방송에서 '젠틀맨'의 최종순위를 4위로 집계했다. 1위는 가수 케이윌의 '러브 블러썸(Love Blossom)'이 차지했다.

이날 순위 선정에 기준이 된 시기는 8일부터 15일까지. '젠틀맨'은 물론 가수 조용필의 '바운스(Bounce)' 등 대중이 실시간으로 느끼기에 '핫(Hot)'한 곡은 따로 있지만 해당 시기 케이윌이 주요 음원사이트의 정상을 석권하고 있었던 건 사실이다. "12일 '젠틀맨'이 발표됐으니 순위 선정에 절반 정도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는 '뮤직뱅크'의 조성숙 PD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그럼에도 '뮤직뱅크'는 방송 직후 일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사그라지지 않은 'YG엔터테인먼트와 KBS의 불화 음모론'이 또 한번 제기됐다. KBS 측이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를 무대에 세우지 않는 것을 넘어 싸이에게 불리하도록 순위 선정 기준을 바꿨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뮤직뱅크' 제작진은 '방송 횟수'를 점수화하는 과정에서 보도 프로그램 출연 비중을 20%로 줄였다. 지난해 싸이가 타 가수들처럼 KBS 1ㆍ2TV 예능프로그램 등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음에도 뉴스 시사프로그램 등에 집중 보도된 덕에 '강남스타일'이 16주 연속 1위를 차지한 현상을 제지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조성숙 PD는 스포츠한국과 전화통화에서 "외부에서 해석하는 배경이 너무 복잡한 것 같다"며 "'뮤직뱅크'는 그룹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 1년 만에 다시 화제가 된 현상까지 순위 선정에 반영됐을 만큼 있는 그대로를 담으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주를 기점으로 지상파 3사의 순위제가 모두 부활됐고 '젠틀맨'이 워낙 화제인 터라 평가가 더욱 가혹했던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인기가요' 21일 방송 1위
▲형평성과 중심 찾기

'젠틀맨'의 인기를 적당히(?) 반영한 '뮤직뱅크'와 달리 '인기가요'는 제대로 살렸다. 싸이의 '젠틀맨'은 21일 방송된 '인기가요'로 지상파 음악방송프로그램에서 첫 1위에 올랐고, 달성했다.

'인기가요'의 순위집계기준에 따르면 '젠틀맨'은 1위 후보곡 '러브 블러썸'과 그룹 다비치의 '녹는 중'보다 사전합계와 음원 등 두 항목에서 앞섰다. 생방송 문자투표에서 케이윌에게 크게 뒤졌고 시청자사전투표에서도 0점을 받았다. 지상파 3사의 순위집계 기준마다 항목의 비중에 차이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음원 성적에 상대적으로 많은 점수를 매기는 '인기가요'에서 '젠틀맨'이 빛을 본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럼에도 '인기가요'는 이날 일부 음악 팬들의 볼멘소리를 피할 수 없었다. 형평성에 어긋난 결말이었다는 것.

이러한 반응은 '인기가요' 제작진이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그 동안 신예 이하이의 '로즈(Rose)', 그룹 샤이니의 '드림 걸(Dream Girl)' 등을 1위로 선정하고, 인디밴드 페퍼톤즈 등을 무대에 세우는 등 순위제 부활 이후 가장 적은 잡음을 내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새로운 의미의 형평성을 정의해야 한다는 데서 발견됐다. 방송에 출연하지 않은 가수에게 1위를 안긴다는 것이 생방송과 사전녹화를 통해 무대를 꾸민 가수들에게 '역차별'이라는 것. '인기가요'의 한 관계자는 "싸이가 방송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건 제작진도 컨트롤할 수 없는 일이 아니냐"며 "그렇다고 전 세계적으로 활약하고 있는 싸이의 '젠틀맨'을 무시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만약 다른 가수들 입장에서 정말 나오지 않은 가수에 대해 트로피를 안기는 것이 역차별로 받아들여진다면 형평성에 대해 다시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쇼! 음악중심' 20일 방송 순위 밖
▲스피드와 중심 찾기

적당히 넣어도, 제대로 살려도 난리였지만 '쇼! 음악중심'은 아예 반영을 하지도 못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20일 7년 만에 순위제 부활의 첫 선을 보인 '쇼! 음악중심'은 '젠틀맨'을 순위에서 유일하게 빠트렸다.

이유는 시의성이 반영되지 못한 순위 집계 때문이었다. 4월 첫째 주의 음원사이트 차트를 기준으로 성적이 매겨졌다. 12일 음원이 발표된 '젠틀맨'은 기간에 들지도 못한 셈이다. "보여지는 건 생방송인데 보여주는 건 옛날 이야기"라는 오명을 쓸 수밖에 없었다.

타 방송에 비해 늦은 기준을 적용시킨 배경엔 시청자위원회 평가 항목이 있다. 공정함을 기하기 위해 시청자들이 차트를 보고 평가하는 과정을 넣은 '쇼! 음악중심' 제작진은 매주 선정된 2,000명의 일반인들에게 자료를 전달한다. 일정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만큼 즉각적으로 자료를 받고 넘기고 다시 집계하는 구조가 불가능하다는 것.

'쇼! 음악중심'의 조희진 책임프로듀서(CP)는 "공정하게 하자고 기준을 세운 것이 시의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부작용을 낳았다"면서 "제작진도 음원사이트 측을 통해 좀 더 빨리 차트 결과자료를 받아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고 말했다.

'쇼! 음악중심' 측은 '뮤직뱅크'와 '인기가요' 등 모든 음악방송프로그램에서 순위제를 부활시킨 현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가수 별 선의의 경쟁을 자극함은 물론 영상제작 팬이벤트 등 노래를 홍보하는 마케팅전략 역시 다변화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조희진 CP는 "아름아름 섭외로 음악방송프로그램이 유지되는 시대는 지났다"며 "아직은 시작이라 출연진이나 장르편중 부분에서 큰 변화를 주지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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