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집 발표 앞둔 서태지 변화의 조짐 보인다
데뷔 20주년 맞아 팬들에 커피 제공 등 '살가운' 이벤트 언론에도 적극적 홍보 이례적
철저히 행적 감추고 수수께끼 이벤트 벌였던 과거와 천지차이

‘신비주의의 대명사’ 서태지의 변화가 새롭다. 우연히 17년 전 팬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커피 대접하는 이벤트를 진행하는가 하면 지난 20년을 기념하는 그림을 그려 홈페이지를 장식하기도 한다.

내년 데뷔 20주년을 맞이해 9집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서태지. 그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서태지의 지난 20년은 신비주의로 요약해도 될 정도다. 2008년 11월 8집 싱글‘휴먼드림’ 발매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그는 데뷔 후 신용카드를 사용한 적 없고 개인 휴대전화도 없으며 필요에 따라 회사에서 마련해 준 걸 일정기간 동안만 사용한다고 밝혔다. “내가 어디서 무얼 하는지 팬들이 알게 된다”는 것이 당시 그의 설명이었다. 작업실에서 거의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그는 병원마저 가지 않을 정도로 은둔 생활을 해왔다.

그랬던 그가 친절하다 못해 살갑게 변했다. 최근 20주년 기념 이벤트 ‘서태지[&]20’은 ‘우리 여기 있어요’라는 부제가 붙었다. 대표적인 것이 커피 이벤트. 9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영등포 CGV 6층에 마련된 서태지카페는 서태지 팬임을 입증할 물건(앨범 기념품 등)을 들고 입장한 팬들에게 커피 한 잔을 제공했다.

물리적 거리의 제약으로 서울에 위치한 카페를 방문하지 못하는 지역 팬들을 위해 대구(3일) 광주(5일) 부산(7일) 지역을 순회하는 커피 버스를 운행한다니 이보다 더 친절할 수 없다.

서태지가 8집 발표 앞서 선보인 미스터리서클
충성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한 그의 팬들의 반응은 뜨겁다. 카페 개장 첫날 1시간 만에 500잔이 나갔다고 서태지컴퍼니 측은 밝혔다. 취재진 입장에서는 그의 행적에 대해 함구로 일관하던 서태지컴퍼니 측이 팬들의 카페 방문 사진을 찍어 일일이 설명과 함께 보내는 진화된(?) 매체 대응 방식도 적응이 어렵다는 반응이다.

서태지는 일언반구 설명 없이 변화를 실천에 옮기지 않았다. 1년4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최근 그의 변화를 이해할 만한 단서가 나온다. 지난해 8월1일 서태지는 정치권의 음모론(?)까지 제기될 정도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지아와의 이혼 소송을 마무리 하고 홈페이지에 심경을 털어놓았다.

서태지는 글에서 “혼란의 시간을 인내하고 기다려준” 팬들에 대한 감사와 미안함을 전했고 “지난 일들을 돌아보면서 완벽한 모습도 좋지만 자연스러운 나를 더 많이 보여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지”라며 신비주의에서 벗어날 것을 암시했다. 글 말미“나로 인해 다친 마음 모두 아물 수 있도록 처음부터 하나씩 내가 다시 노력할게”라고 적은 대목은 최근 등장한 팬들을 위해 벌인 이벤트들과 겹쳐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이 발언이 있은 뒤 1년4개월 만에 진행된 이번 이벤트는 이지아의 옛 연인 정우성이 1년 만에 재개하는 MBC ‘황금어장’의‘무릎팍도사’에 첫 게스트로 등장하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연관 검색어로 서태지의 이름이 다시 떠오르게 했다. 팬들은 묘한 인연의 수레바퀴와 시간의 흐름을 동시에 깨달아야 했다.

서태지의 이 같은 변화는 그의 음악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최근 작인 8집을 발표하기 앞서 서태지는 외계인의 흔적이라 불리는 미스터리 서클을 제작하는가 하면 서울 중심가에서 UFO를 형상화해 게릴라 콘서트를 열었다. 뮤직비디오는 칠레의 모아이 상을 배경으로 세상의 근원을 물기도 했다. 이 모든 과정이 팬들에게 단서를 제공하고 팬들이 이를 맞추는 미스터리 게임을 통해 앨범의 실체를 공개하며 ‘신비주의 끝판왕’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서태지가 8집 발표 앞서 선보인 UFO 프로모션
20주년을 맞아 발표할 9집을 해외에서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서태지가 이 같은 분위기를 고수할지는 의문이다. 모든 음악 활동이 팬들을 위한 것임을 천명한 그가 신비주의를 버리고 친밀감과 친화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최근 이벤트들이 그 방증으로 읽힌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만약 그가 변화를 택한다면 신비주의에 익숙한 기존 팬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도 관심거리다.

20년의 세월을 변화무쌍하게 버텨온 서태지, 변화의 기로에 선 그가 꺼낼 비장의 카드에 대한 궁금증은 커져만 간다.

서태지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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