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탔는데 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행기를 탔어요. 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대로 죽었으면 좋겠다고요."

12일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로 7개월 만에 돌아온 방송인 조혜련. 지난 4월 이혼 후 국내활동을 접었던 조혜련은 '뜨거운' 복귀를 했다. 그의 눈물이 뜨거웠고 팬들의 응원도 뜨거웠다.

하지만 오랜만에 나타난 연예계 대표 '에너자이저'의 자살 관련 발언에 네티즌의 갑론을박도 뜨거웠다. "그만큼 힘들었다는 걸 이해하자"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도를 넘는 사생활 한탄이었다"는 반박도 있었다.

조혜련만의 문제는 아니다. '힐링'과 '속풀이'를 콘셉트로 한 토크프로그램이 늘면서 허심탄회한 이야기가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요즘이다. 죽음(死)과 성(性)에 관한 연예인들의 발언이 '솔직'을 넘어 위험수위에 다다랐다. 그 나비효과에 '입주의보'라도 발령해야 할 분위기다.

극단적 상황선 충동 유발할 수도
제작진도 편집시 책임 의식 느껴야

■ '생각'만으로도 자살률을 높인다

사업자금 30억 잃었을 땐 자살충동 느꼈죠
방송인 이창명은 지난달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서 30억의 사업자금을 잃고 자살충동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가수 패티김부터 그룹 부활의 기타리스트 김태원, 그룹 빅뱅의 대성까지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를 통해 자살을 이야기했다. 가수 윤복희는 '폭탄발언'으로 충격을 안겼다. KBS 2TV '김승우의 승승장구'(이하 승승장구)에서 7세에 할복자살을 시도한 경험에 자해 낙태 등 순탄치 않았던 과거사를 꺼냈다.

이들의 이야기에 "정말 힘들었구나"라고 다독이는 시청자들이 다수일 터다. 하지만 부모나 교사가 듣기엔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혹시라도 고통스러운 마음상태로 TV를 보던 아이들이 딴 마음을 먹진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한국청소년범죄예방협회의 한 관계자는 14일 스포츠한국과 전화통화에서 "자살은 우발적으로 일어나기도 하지만 사실 '자살하고 싶다'는 수백 만 번의 생각 끝에 나온 결과라고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연예인들이 쉽게 자살관련 이야기를 꺼낸다고 생각하고 싶진 않다"면서 "그렇다면 이를 편집하는 제작진의 책임의식도 필요하다고 여겨진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청소년범죄예방협회에서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자살방지위원회의 1:1 상담에서 연예인의 이야기에 동감해 극단적인 상상을 하는 청소년들이 60%를 넘는다. '연예인도 나와 똑 같구나' 혹은 '저렇게 화려한 삶을 살아도 행복하지 않구나'라고 감상에서 '그럼 나도…'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TV매체는 막강한 파급력을 갖고 있다. 연예인은 TV에 나오는 사람이다. 연예인의 말과 행동은 대중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가수 김장훈은 스포츠한국과 전화통화에서 "'승승장구' 출연을 말리는 분들이 더러 있었지만 그럼에도 고집을 부린 이유 중 하나는 책임감 때문이기도 했다"며 "SNS에 올린 자살시도 글로 어린 팬들이 '아저씨가 그럴 줄 몰랐어요'라는 편지를 보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연예인의 말은 대단한 날개 짓을 일으킨다"면서 "다시 주워 담을 수 있다 해도 말 한 번에 수 만 번의 노력이 수반된다"고 덧붙였다.

네 가슴이 수술하지 않은 거면 영원히 사랑할게
19금 코미디 프로 등 동영상 유튜브 범람
청소년들도 쉽게 접할 수 있어

■ '마음'보다 '머리'가 먼저 사랑을 배운다

지상파와 비교해 시청률이 낮은 케이블TV. 이러한 논리로 케이블채널 예능 프로그램의 소재는 더욱 자극적이다. 최근 '19금(禁)' 개그가 꽃을 피운 곳도 케이블채널이다. 표현 수위가 조절되는 지상파 프로그램이라도 대게 오후 11시를 넘긴 시각에 방송된다. 15세 미만의 시청자들이 이러한 프로그램에 영향을 받았다면 부모에게 책임을 물을 일이다.

하지만 방송환경이 달라졌다. 동영상사이트 유튜브는 하루가 다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유튜브의 한 관계자는 14일 스포츠한국과 이메일을 통해 "하루 최대 1만 명의 새로운 유저(User), 즉 실질적으로 영상을 업로드하는 이용자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방송프로그램이 유튜브로 옮겨지는 양상은 이렇다. 60분 방송 중 일부인 5,6분만 뗀 클립영상이 올라온다. 소위 '알짜'만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뭘 좀 아는 어른들'을 타깃으로 성(性)적 유희를 즐기는 케이블채널 tvN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aturday Night Live)'를 예로 들면 가장 화끈한 코너가 유튜브를 도배한다.

인터넷 기사를 통한 접근도 용이해졌다. 정확한 집계가 어려울 만큼 매체가 늘어나면서 방송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한 기사도 하루 수백 건씩 쏟아진다. 케이블채널 MBC 뮤직 '하하의 19TV 하극상'에서 가수 겸 방송인 하하가 예비신부인 별의 가슴 사이즈를 두고 "수술하지 않은 거라면 '널 영원히 사랑하겠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언급한 내용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 순위를 달궜다.

일각에서는 청소년 성범죄와 방송프로그램에서의 성적발언은 연결시키기 무리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불법다운로드 사이트에 노출된 학교환경이 개선이 더욱 시급하다는 것. 하지만 청소년 성범죄 관련 단체의 시선은 다르다.

서울시립청소년문화센터의 한 관계자는 14일 스포츠한국과 전화통화에서 "연예인의 말 한마디든, 성인동영상 하나든, 그릇된 성 인식을 만드는데 일조하는 건 똑 같다"며 "연예인은 대부분의 청소년에게 영향력 있는 공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오히려 파급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요한 건 청소년들이 사랑을 경험하기도 전에 성적인 관념이 생겨버리는 것이다"며 "마음이 아닌 머리로 사랑을 익히면 성인이 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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