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소품·세트… 모든 게 궁금해

이젠 '월화??금토일'(?ㆍ'해를 품은 달'의 인터넷 줄임말)이다. 높은 시청률 덕분에 방송국으로부터 1,000만원의 보너스를 받은 MBC 수목미니시리즈 '해를 품은 달'(극본 진수완ㆍ연출 김도훈). 목전에 둔 전국시청률 40%(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 돌파, 매주 완판 행진 중인 광고 매출 때문만은 아니다. 판타지 사극을 표방한 '해를 품은 달'을 완성한 디테일의 정성에 대한 격려이기도 하다. '해를 품은 달'의 판타지는 대본에만 녹아있지 않다. 상상에서 비롯된 가상의 인물들은 가상의 옷을 입고 가상의 액세서리를 단 채 가상의 공간에서 자신을 내비친다.

늠름한 양명은 파스텔톤… 질투의 화신 중전은 강렬한 색으로
# 양명과 민화-낯선 촌스러움

'해를 품은 달'의 의상은 방송 초반 시청자에게 낯설게 다가왔다. 극중 왕 이훤(김수현)의 이복 형 양명(정일우)과 중전(김민서) 등 저고리-치마, 도포-쾌자 등의 배색 조합은 지금까지 사극에서 흔히 본 색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해를 품은 달'의 미술팀 관계자는 "주요 등장인물 의상은 100% 디자인을 새롭게 한 옷이다"며 "원작의 느낌에 각색된 드라마 속 캐릭터 성격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극중 양명의 의상은 연두를 중심으로 짙거나 혹은 연한 배합이 섞이는 편이다. 이 관계자는 "겉으로는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양명의 늠름한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파스텔톤과 원색을 섞어 세련된 이미지를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 정일우(양명) 김민서(중전)
중전의 옷은 화려함의 끝이다. 옷에 수놓아진 무늬도 의상마다 다르다. 노란 저고리에 보라 치마, 황금 치마 등 오묘한 색을 소화했다.

MBC 의상팀 봉현숙 팀장은 "분노 자격지심 수치심에 사로잡힌 중전 캐릭터는 속내를 들켜선 안 되는 인물이기에 다소 강한 느낌을 준 색으로 의상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꽃미남' 염, 화사한 핑크… 운, 어둡지만 은은하게
# 염과 운-빛과 그림자

극중 세자빈에서 무녀로 살고 있는 연우(한가인)의 오빠 염(송재희)은 '해를 품은 달'에서 가장 밝은 톤의 의상을 소화하는 캐릭터다. 여자보다도 미색을 자랑하는 캐릭터 덕분이다. 어느 여자보다도 러블리한 분위기의 의상으로 이어졌다.

꽃무늬 수가 놓아져 있거나, 분홍색 계열의 도포를 입는 것이 대표적. 염과 혼인한 민화공주(남보라)의 의상에 그 보다 진한 분홍 계열이 섞여있는 이유도 그와 어울려 보이기 위한 의도였다.

▲ 송재희(염) 송재림(운)
극중 옹 이훤(김수현)의 호위무사인 운(송재림)은 '해를 품은 달'의 그림자다. 진남 진검정 등이 운의 색이다. '해를 품은 달'의 한 관계자는 "현장에서 운 혼자 어두운 계열의 옷이라 오히려 제일 튄다"며 웃었다.

색이 어둡다고 칙칙하진 않다. 달빛에 비추면 은은한 자수가 드러난다. 움직임에 따라 빛이 다르게 나는 운검도 있다. 어명에 따라 밤에 움직일 일이 많은 운을 빛나게 하는 디테일이다.

순금으로 제작… 빨간 구슬 '해를 품은 달' 상징
# 어린 연우의 봉잠-플라스틱 비녀?

'해를 품은 달'은 의상에 더해 액세서리까지 자체적으로 디자인했다. 그런데 이것이 플라스틱이었다? 물론 아니다. 비녀 끝에 달린 용의 형상을 한 얼굴에 수염 하나까지 순금으로 제작됐다.

'해를 품은 달'의 한 관계자는 "순금은 원래 광이 없는데 화려함을 더하기 위해 광을 입힐 때가 있다"며 "우리는 순금 그대로 사용해서 화면에 비쳐졌을 때 금색 플라스틱봉으로 오해를 받는 일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용의 형상에서 눈에 띄는 '입에 문 빨간 구슬'은 드라마의 정체성이다. 극중 의식을 잃어가는 어린 연우에게 어린 훤(여진구)이 쥐어준 봉잠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 관계자는 "고유의 빨간색을 띄는 원석을 다듬어 만든 보석이다"며 "왕을 품은 왕비, 즉 해를 품은 달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해를 상징하는 빨간색 구술을 물고 있는 디자인을 고안했다"고 밝혔다.

위엄 있고도 농염했던… 캐릭터 표현 위해 크기·형태까지 계산
# 훤의 욕조-가상과 현실 사이

'해를 품은 달'의 훤은 역대 왕 중 가장 섹시한 군주일 터다. 극중 훤은 온양행궁을 떠난 당시 반신욕을 즐겼다. 곁을 지키는 운에게 "너도 들어오겠느냐"는 아찔한 하명을 내렸다. 이를 나무란 형선(정은표)에게는 "그럼 네가 들어오겠느냐"며 '위험한 제안'을 건네기도 했다.

이 장면은 배우 김수현의 농염한 연기뿐 아니라 촬영세트로도 관심이 집중됐다. 가로 약 4m, 세로 약 3m의 길이로 제작된 욕조는 원자재가 나무다. MBC 세트팀이 이번 작품을 위해 특별히 제작했다.

온양행궁은 과거 세종 세조 현종 영조 사도세자 등이 즐겼다는 사료가 있다. 하지만 극에 사용된 욕조의 구체적인 크기와 형태는 훤의 캐릭터 특성에 맞춰졌다. 양 팔을 쭉 뻗어 걸쳤을 때 위엄이 느껴질 수 있도록 큰 크기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 포인트. 욕조의 가로변을 기준으로 김수현의 전체 팔 길이보다 약 1.5배 길게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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