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은 아름다워' 남규리
"씨야땐 그저 예쁘게 보여야만 했어요… 생명력이 없었죠"
"연기에 푹 빠지면서 내가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됐어요"

4년 전 걸그룹 씨야 멤버로 처음 본 남규리는 예쁜 인형 같았다. 감정 없이 그저 웃는 것 외에 아무이 것도 모르는 인형 같았다. 지난해 씨야를 탈퇴할 땐 자신을 방어하기에 급급한 듯 커다란 눈망울을 불안하게 움직였다. 올 겨울 남규리는 환한 웃음과 생기가 넘치는 여자로 돌아왔다.

남규리는 "저, 연기하길 참 잘했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남규리는 막 제주도에서 SBS 주말극 (극본 김수현ㆍ연출 정을령)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왔다. 10개월여의 촬영이 힘들었을 만도 한데 그의 얼굴에는 생기가 가득했다.

# "더는 얼굴마담이 아니에요."

남규리는 "이제서야 남규리라는 이름으로 제 삶을 찾아가는 것 같아요. 제가 이렇게 능동적인 사람이었는지, 이렇게 에너지가 있는 사람이었는지 예전에는 몰랐어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남규리는 씨야로 활동할 때를 회상하며 자신을 '얼굴 마담'이라고 칭했다. 음악보다는 얼굴이나 이미지로 주목 받았기 때문이다. '노래를 더욱 잘해라'보다는 '계속 웃어라' '몇 번 이상 눈을 깜박이지 마라'는 주문을 더 많이 들은 나날이었다.

"얼굴을 웃고 있는데 행복하지 않았어요. 늘 아슬아슬했어요. 점점 사람을 만나는 게 무서워졌고, 돌처럼 몸이 굳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생명이 없는 인형으로 사는 느낌이 들었어요.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죠."

가 그에게 숨을 불어 넣어줬다. '호랑이 작가'로 알려진 김수현 작가, 김용림 김영철 김해숙 김상중 등 노련한 배우와 함께 작업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남규리는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행복한 시간이었죠"라고 말했다.

"매 순간이 긴장이었죠. 대본 리딩을 하다가 혼나서 울고, 시청자 댓글에 의기소침해지고…. 그런데 제가 웃고 있더라고요. 카메라에 한 번이라도 더 나오려고 기를 쓰고 있고, 애드리브를 연구하는 저를 발견했어요. 남규리라는 이름으로 즐겁게 살아가는 느낌, 혼나고 아프고 힘들어도 이런 삶이 제대로 사는 거구나. 제가 원하는 삶을 찾았어요."

# "가수 출신 배우로서 좋은 선례를 남길게요."

'드라마가 끝났는데 무엇을 하고 싶으냐'고 묻자 남규리는 "굉장히 유명한 연기 트레이너를 찾았어요. 곧 수업에 들어가요"라고 말했다. 10개월을 쉬지 않고 달려온 그는 "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남규리는 "초롱이 역할을 한 후에 무척 사랑 받고 있어요. 어머니와 할머니들이 '아이고, 우리 초롱이 어디 가니?' '초롱이 밥은 먹었어?'라며 예뻐해 주세요. 그 느낌이 정말 따뜻하고 좋아요. 힘들었지만 제대로 제 길을 찾을 것 같아요. 멈추지 않고 나아갈 거에요. 연기 공부와 더불어 발레, 보컬 트레이닝, 악기 등을 배우고 있어요. 언제 어떤 캐릭터를 맡을지 모르니까 미리 준비하려고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다음에는 어떤 캐릭터를 하고 싶으냐?"고 묻자 남규리는 눈을 깜박거리며 생각에 잠긴다. 남규리는 "주연이나 조연, 대박이나 쪽박 드라마는 상관없어요. 단지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역이었으면 좋겠어요. '남규리에게 이런 모습이 있구나' '이런 캐릭터도 잘 어울리네' 등 평가를 들을 수 있는 모습을 보여 드리려고요"라고 말했다. 남규리는 이내 "가수 출신 배우로서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어요.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는 선배요. 포부가 크죠? 그래서 제가 멈춰 서서 쉴 시간이 없는 거예요"라며 웃었다. /스포츠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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