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1. '여신의 아픈 과거, 그 사연은?'

14일 KBS 2TV 오락 프로그램 에 출연한 카라의 박규리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손자에게 차였다는 사연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나온 자막이다. 유치원 시절 이야기라 웃고 넘길 에피소드였다. 하지만 미리 '선수'를 친 자막이 기대감을 불러 모아 흥미를 증폭시켰다.

#자막 2. '너무 뚱뚱한 분들은 좀 게으른 사람이라고…'

MBC 오락 프로그램 에서 슈퍼주니어의 예성이 한 말에 친절하게 자막까지 달았다. 함께 출연한 양희은이 "그럼 내가 게으르다는 것이냐"고 반박하자 "젊은 사람에 한해서"라고 눙쳤다. 논란의 소지가 될 만한 말을 굳이 자막 처리까지 해야 했냐는 비난을 받았다.

언제부턴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빠질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자막이다. 자막은 '예능계의 꽃'으로 자리잡았다. 자막은 재미있는 대사를 또 한번 상기시켜주고 재미를 배가한다는 점에서 흥미를 유발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자막으로 인한 피해가 불거져 자막이 주는 그늘의 일면을 엿보게 만들었다. '예능계의 꽃'이자 '천덕꾸러기'를 오가는 자막의 빛과 그늘을 살펴봤다.

'무한도전' 루저 패러디 배꼽

▲ 자막은 즐거워~

'50점도 못 넘는 루저(loser)'. 14일 방송된 MBC 에서 나온 자막이다. 이날 무한도전은 '식객 프로젝트'라는 주제 하에 팀별로 요리대결을 펼쳤다. 유재석팀이 박명수팀에게 100점 만점에 33점을 주면서 이같은 자막이 화면에 채워졌다.

몇몇 시청자가 언론중재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할 정도로 이슈가 된 KBS 2TV 에서 '키가 작은 남자는 루저다'라는 발언을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제작진은 '루저'라는 표현으로 현 사태를 한번 더 꼬집으면서도, 적절한 표기 사용을 지적하는 것처럼 해석됐다. 네티즌은 의 '루저' 자막을 인터넷으로 캡처하며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은 자막으로 또 다른 이야기를 전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풍자, 해학, 패러디 등 자막의 변주 또한 다양하다. 출연진이 하지 못한 이야기를 자막의 힘을 빌어 대신한 적도 많다.

지난달 24일 '벼농사 프로젝트'를 방영하면서 그룹 2PM에서 탈퇴해 미국으로 떠난 재범을 위한 자막이 대표적인 예다. 방송 말미에는 재범의 화면에 '시애틀에도 (쌀을) 보내 드릴게요'라는 자막을 넣었다. 최근엔 에 등장한 자막을 다른 방송사 프로그램이 참조할 정도로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장나라 '돈 벌러 중국행' 오해

▲ 자막은 무서워!

가수 겸 배우 장나라는 지난 달 20일 방송된 SBS 에서 '우리 가족을 살려주세요'라는 주제로 "이번 영화()가 잘못되면 집이 큰일난다. 생각해보니 내가 자꾸 중국을 가더라. 개런티가 안 들어왔다고 하면 또 중국에 갔다" 발언을 했다. 이날 TV화면에는 '돈 벌러...' '제작비가 필요할 때마다 자꾸 중국 방문!'이라는 자막이 씌여졌다.

중국의 몇몇 매체들은 이 자막을 그대로 받아들여 '장나라가 중국에 돈을 벌러 온다'는 식의 기사들을 게재했다. 장나라가 중국에서 한류스타로서 톱스타급 대우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치명적인 기사가 아닐 수 없다.

장나라는 곧바로 중국 베이징의 장나라문화전파유한공사에 '장나라가 돈이 없으면 중국을 찾는다는 보도에 관한 성명서'라는 제목으로 "'제작비가 없을 때면 중국서 공연한다'고 나온 자막은 현장에서 한 말이 아니다. 몇몇 매체들이 자막을 가지고 의미를 곡해해 전한 것"이라며 해명했다. 무분별한 자막의 폐해가 불러온 결과다.

'루저' 논란 역시 에서 한 여대생의 발언으로 촉발됐다. 하지만 이를 부추긴 게 자막이라는 지적이 불거졌다. '키 작은 남자는...loser'라고 영어까지 자막에 쓴 화면은 인터넷으로 급속도로 유통됐다.

한 방송관계자는 "최근 리얼 버라이어티나 토크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많아지면서 자막도 중요한 요소가 됐다. 자막은 리얼한 상황을 돋보이게 해주면서 재미있는 말이나 대사를 곱씹게 만들어 여운을 준다. 잘못된 표기나 오류, 특히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왜곡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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