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포르노급 성행위… 연쇄살인…
■ 낯뜨거운 심야 케이블채널
호스트바 과다노출·불륜·폭력등… 대부분 '19세 이상' 시청 가능
영화채널 베드신 여과없이 방송… '등급제' 세분화 규제 강화해야

#장면 1. 오전 1시. 딸 아이가 물을 마시러 방문을 열고 나온다. 때마침 TV를 보던 아빠는 화들짝 놀라 리모콘으로 TV 전원을 끈다. "케이블 채널을 시청하려던 것 뿐인데…. 왜 낯이 뜨거운 거지?"

#장면 2. 오전 2시. 한 남자 고등학생이 공부를 하던 중 머리를 식힐 겸 TV를 켠다. 자정을 지나자 농도 짙은 화면들이 채널을 가득 메우고 있다. "머리를 식히려 했더니, 더 복잡해졌네…."

호환 마마보다 무섭다.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화면들이 안방극장 시청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과거 비디오 대여점 구석 자리에나 차지했을 법한 낯부끄러운 '19금' 영상물이 TV를 점령하고 있다. 자정 이후, 케이블 채널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 19세 이하는 눈 둘 곳 없다.

최근 케이블 채널에서는 리얼 다큐멘터리를 표방한 몇몇 프로그램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올리브TV의 은 남자친구의 바람기를 의심하는 여자친구의 의뢰를 받고 남자친구를 유혹하는 몰래 카메라 형식의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다.

OCN의 는 호스트바를 염탐하는 과정을 방송하면서 지나친 노출과 가학적인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장면을 내보냈다.

슈퍼 액션 는 자살이나 불륜에 대해 파고 들었고, tvN의 은 연쇄 살인을 다뤘다. 이들은 '19세 이상' 시청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최근 케이블 채널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서울YMCA의 '좋은 방송을 위한 시청자 모임'이 지난 7월10일부터 일주일 간 심야시간대 방송되는 케이블 채널을 모니터한 결과 '19세 이상 시청 가능 등급' 프로그램의 비율이 50%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19세 이상 시청 가능 등급' 프로그램의 편성 비율은 GTV가 94.6%로 가장 높았고, CGV 84.6%, 슈퍼액션 72.4%, tvN 70.2% 등으로 드러났다. 13개 채널을 조사한 결과 50% 미만은 스토리온(26.7%) YTNstar(27.9%) 등 6개 뿐이었다.

조사된 케이블 채널은 '영화 전문' '종합 오락' '여성 버라이어티' '패션' 등 전문성을 표방한 채널이다. 그럼에도 몇몇 케이블채널의 경우 여성의 나체 위에 초밥을 올려 놓는가 하면(ETN), 주부들의 부부생활에 대한 얘기도 여과 없이 방송한다(스토리온). 영화채널도 심야시간에는 남녀간의 베드신을 수시로 방송하고 있다.

40대 가장 K씨는 "심야에 영화를 볼 요량으로 케이블 채널을 돌리다 야한 영상을 보게 된다. 아내로부터 그런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것 아니냐는 눈초리를 받았다"고 말했다.

30대의 주부 L씨 역시 "불륜의 문제를 다룬 프로그램을 보면 불쾌하지만 눈길이 간다. 다른 주부들도 즐겨 본다고 하더라. '내 남편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욕하면서도 자꾸 보게 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SBS 방송국 관계자는 "케이블 채널이 초반 지상파와 경쟁에서 시선몰이를 하기 위해 자극적인 프로그램을 대량 생산하며 방송의 전반적인 질을 떨어뜨렸다. 비단 심야 시간대 방송되는 프로그램만의 문제가 아니다. 청소년과 어린이가 시청을 많이 하는 시간대 조차 비속어와 폭력적인 장면이 화면을 장식하고 있다. 선정성과 폭력성은 수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2008년 집계한 시청자 동향 분석에 따르면 케이블 방송의 선정성과 폭력성에 대한 민원은 2008년 상반기 하반기를 통틀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고 밝혔다.

# 해결책은 있는가.

일부 케이블 채널의 선정성을 규제할 이렇다할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게 가장 큰 문제다. 프로그램 시청 등급의 경우 사전심의제도가 위헌 판결을 받은 이후 방송사가 자체적으로 등급을 정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등급제를 보다 세분화 해 등급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청 등급은 현재 각 방송사에서 자체적인 심의를 통해 결정한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더불어 방송사의 유료 채널을 확대해 선정성과 폭력성을 제어할 수 있는 방어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부적합한 등급의 방송을 견제할 수 있는 시기는 프로그램이 방영된 후다. 일부 문제점이 발견됐다 하더라도 무조건 사전 심의 제도를 부활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각 방송사가 심의를 하더라도 선정성과 폭력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 때문에 방송가에서는 공동의 지침을 마련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향후 지침을 만들 경우 비속어와 성적인 언어 등 비단 화면에만 멈추지 않고 방송 전반을 살펴야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들어 자정 이후에는 비밀번호를 누르거나 성인인증을 해야만 일부 케이블 채널을 시청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도 고려 중이다.

프로그램 사업자들의 열악한 작업 환경도 개선해야 한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프로그램 사업자 200여 개 중 케이블 방송협회에 가입된 곳은 50여 개에 불과하다. 시청률 경쟁에 시달리는 프로그램 사업자들은 자신의 채널을 알리기 위해 보다 자극적인 콘텐츠로 승부를 걸 가능성이 높다.

채널의 성격에 맞지 않는 프로그램의 방영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규정을 마련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YMCA 시청자 모임은 최근 일부 케이블 채널의 문제점에 대해 "유해한 프로그램으로부터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을 지켜야 한다. 음란물 방영의 차단을 위한 법제화 등의 수단이 필수적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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