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키워드] 폴리테이너 (연예인 출신 정치인)
유인촌 문화부장관 후보 거론 등 'MB라인' 대거 정계 진출 앞둬

폴리테이너가 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스타급 연예인들의 정치 입성이 속속 점쳐지고 있다. 가수 김흥국 아나운서 유정현 등은 4월 총선에 출마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고, 배우 유인촌은 이명박 정부의 행정 관료로 발탁된다는 추측도 대두돼고 있다.

'폴리테이너'란 '정치인'(politician)과 '연예인'(entertainer)의 합성어로 연예인 출신의 정치인을 일컫는 말. 그동안 국회의원을 지낸 연예인들도 있지만 대부분 다시 '엔터테이너'로 돌아왔다.

김한길 등 소설가 출신이 지속적인 정치 활동을 영위하는 것과 비교가 되는 대목이다. 잠시 환경부 장관까지 지낸 배우 손숙은 사업가로 활동 중이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소위 'MB라인'의 연예인들이 폴리테이너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이 나아갈 방향은 무엇일까.

# 'MB테이너'는 누구?

MB 라인의 연예인을 일컫는 'MB테이너'로는 대선 당시 유세 현장에 있던 연예인을 먼저 꼽을 수 있다. 문화 예술계에서는 유인촌 유시어터 대표(중앙대 연극영화과 교수), 배우 이덕화 정흥채 이영후 서인석 배도환 백일섭 등이 지지하며 이명박 당선인를 도왔다.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유인촌이다. 유인촌은 20년 전 드라마 에서 이명박 당선자 역을 맡은 인연으로 'MB라인'이 됐다. 유 대표는 대선 준비 기간 동안 이명박 당선자를 문화예술계와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대선 당시 지지 연설자로 방송 무대에 서기도 했다.

유인촌은 이명박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사회ㆍ교육ㆍ문화분과위원회 자문위원인 동시에 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회 준비위원의 자리를 맡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 문화관광부의 역할을 할 부서의 장관 후보로도 유인촌을 거론할 정도다. 실제로 유인촌은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각료 제안이 온다면 감사히 받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진행자인 이상룡의 경우 이 당선자와 고려대 선후배로 이 당선자를 스스럼없이 "형"이라고 부르는 사이다. 이상룡은 최근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YS 시절 정치에 참여하지 않아 탄압을 받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정치 참여에 대해서는 손사래를 저었지만 가능성은 없지 않다.

반면 이덕화는 제2회 충무로국제영화제의 운영위원장으로 나서며 'MB라인' 중 가장 먼저 진출한 셈이 됐다.

방송인 유정현 역시 한나라당에서 총선에 출마하기로 선언하고 진행하던 프로그램에서 모두 하차하기도 했다. 총선 출마설을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가수 김흥국은 정몽준 라인으로 이명박 당선인을 지지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배우 김성민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자유신당(가칭) 발기인 명단에 이름이 올라 눈길을 끌었다.

# 폴리테이너,그 명암은?

폴리테이너의 장점은 유명세다. 정당이나 정부에서는 다른 홍보 활동을 하지 않아도 이미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연예인을 활용하면 연예인이 갖고 있는 좋은 이미지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예인의 경우 실질적인 예술활동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힘을 지닐 수 있고, 정치라는 새로운 권력과 명예를 얻게 된다.

문화 관련 단체에서 일을 하다 보면 정치적인 힘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 있어도 법적으로 강제력을 띄어야 발효가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연예인의 정치 진출을 권력욕으로만 비난하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화예술인이 직접 참여하지 않은 법안과 정책은 자칫 탁상공론이 되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의견 개진이 이뤄져야 연예계가 정치나 경제에 종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반면 연예인이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폴리테이너로 전향한다면 정치적으로 이용을 당하거나 대중의 외면을 받아 어렵사리 쌓아놓은 명성을 갉아 먹을 위험성도 있다.

미국의 경우 엔터테이너 출신의 정치인의 대표 인물로는 대통령 레이건이나 주지사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꼽을 수 있다. 미국의 경우 한국과 달리 폴리테이너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지는 않는다.

유권자들 역시 그의 유명세를 감안한다하더라도 정치에 진출해서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지 냉철하게 판단한다. 그 때문에 성숙한 자유민주주의 사회를 위해서 우리나라도 제대로 된 폴리테이너의 등장이 필요한 때라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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