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짱] 영화 '용의주도 미스신' 한예슬

“오호호호~.”

배우 한예슬을 떠올리면 자동적으로 생각나는 웃음소리다. 막상 실제로 만난 한예슬은 진지한 표정으로 또박또박 말을 이어갔다. 간혹 말꼬리가 특유의 웃음소리가 연상되는 하이 옥타브로 올라가곤 했지만 그때에도 차분한 분위기는 유지하고 있었다. 톡톡 튀는 이미지와 달리 오히려 그 말투가 우아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한예슬은 영화 (감독 박용집ㆍ제작 싸이더스FNH)으로 스크린 데뷔를 앞두고 있다. 한예슬은 자신의 취미로 “집에서 상 차려놓고 무엇인가 먹으며 영화 보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실상 다른 여배우들의 작품 모니터하랴, 화제가 되는 예능 프로그램 챙겨보랴, ‘미드’ 보랴 바쁜 탓이다. 공부하는 배우, 그래서 서서히 진가를 드러내는 배우 한예슬을 다시 보게 만든 에피소드들.

#에피소드 1=속옷 노출, 괜찮아요

“한예슬은 용의주도하다?” 질문을 던지자 한예슬은 또렷한 문어체로 이렇게 답했다. “나는 어리바리하다.” 이어지는 부가설명. “저를 아는 사람들은 제가 싹싹하고 꼼꼼하고 눈치 있을 것이라고 보는데 제가 신경 쓰는 부분이 아닌 것은 관심이 통 없어요. 대신 꽂히는 것은 파고들죠.” 패셔니스타로만 알았던 한예슬은 똑소리 나는 내공의 소유자인 듯 했다. 사진=임재범기자 happyyjb@sportshankook.co.kr
한예슬은 최근 청룡영화제에서 축하무대를 갖던 도중 속옷이 노출되는 사고를 겪었다. 여느 여배우라면 펑펑 울거나 스타일리스트를 원망했을 터. 하지만 한예슬은 다음날 아침 스타일리스트에게 “언니, 혹시 인터넷 보고 속상해 할까봐 전화했어”라고 먼저 전화를 걸었다. 이런 사실은 스타일리스트가 미니홈피에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오히려 한예슬은 “난 언니와 일하게 된 것을 하늘이 준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생각했어”라고 격려할 줄 아는, 속 깊은 사람이다.

“스타일리스트 언니와 워낙 마음이 잘 맞고요 저보다 감각이 있어요. 언니 분야니까요. 영화를 촬영하면서도 80여 벌의 옷을 갈아입었는데 언니가 고른 옷들을 따랐지요.”

한예슬은 영화제 당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춘 데 대해 “망신 안 당하려고 나름대로 준비했어요”라며 웃었다. 한예슬은 클래식부터 재즈 올드팝 록 힙합까지 다채로운 음악을 즐겨 듣는다. 그의 표현대로 수시로 음악을 ‘발굴’하는 것을 좋아한다.

“인터넷에서 음악을 검색해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음악을 찾아내는 것을 좋아해요. 왠지 나만의 것 같아 소중하거든요.”

#에피소드 2=밤 새도 링거는 사절이죠

한예슬은 MBC 드라마 이후 CF 스타로 발돋움했다. 화장품 속옷 등 잘 나가는 여자스타들이 거쳐야 한다는 광고 부문에 당당히 입성했다. 덕분에 밤을 새고 광고를 촬영한 뒤 영화 촬영장으로 바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밤 새고 광고 촬영한 뒤 마침 촬영해야 했던 영화 장면이 절에서 3,000배를 올리는 장면이었어요. 북한산을 등산해 올라가 100배 이상 실제로 절을 하며 촬영을 하는데 정말 힘들더라고요. 해는 뉘엿뉘엿 지는데,내일로 넘어가면 저 뿐 아니라 촬영팀이 무거운 장비를 들고 또 산을 올라야 할 텐데,라는 생각에 부지런히 절을 했죠.”

육체적으로 꽤나 힘들었지만 한예슬은 다른 여배우들처럼 링거를 맞지는 않는다고 했다.

“저는 링거 바늘이 팔에 꽂혀 있는 느낌이 싫어요. 병원에 가서 링거를 맞기까지의 과정도 번거롭고…그 시간에 차에서 편하게 자는 게 낫더라고요. 너무 튼튼한가봐요.”

#에피소드 3=러시아 말 하느냐는 말에 속상했어요

한예슬은 “이번 영화에서 열심히 한 게 제 책략이었다면 책략이었어요”다고 말했다. 책략? 그러고 보니 한예슬은 상당히 문어체적으로 말을 했다. 단어 선택이나 문장의 호응도 무척 신경을 쓰는 듯 했다. 미국에서 자란 한예슬이지만 오히려 한국에서만 자란 사람보다 더 또박또박 국어를 공부한 것처럼 보였다.

“한국에 처음 와서 생방송 MC도 하다 보니 말의 표현력에 대해 신경을 많이 썼어요. 교포 출신이라는 선입견을 주지 않고 싶었거든요.”

한예슬은 “제가 이야기해드릴게요. 언니한테 처음 해 드리는건데요. 그럼 특종? 오호호호~”라며 처음으로 특유의 웃음소리를 냈다. 슈퍼모델에 당선된 뒤 작가와 감독의 미팅 자리에서 대사를 읊어보라는 말에 열심히 연기를 했단다.

한예슬은 “감독님이 저를 지긋이 보시더니 ‘너 소련말 하니?’ 이러시는거에요. 당시에는 심히 상심했죠. 덕분에 부족한가 보다라고 더 열심히 노력했지만요”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한예슬은 “교포 출신에 대한 선입견도 분명히 있긴 있어요.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들도 발음을 흘려 말할 때가 있거든요”라고 지적했다.

#에피소드 4=모델 출신이어도 벼룩시장 쇼핑

한예슬은 최근 방송 촬영을 위해 들른 미국 LA에서 벼룩시장을 들러 귀한 물건들을 샀다.

“오래된 물건을 파는 점포에서 70년은 지난 낡은 가죽 사진첩에 실제 백인 가족의 사진이 담겨 있길래 샀어요. 아이들 옷, 멜빵 등이 당시 문화도 알려줘서 의미가 깊은 것 같았어요. 그 당시 카메라가 있었으면 부자라는데, 그 앨범을 잃은 가족은 어떻게 된 거야. 아휴.”

한예슬은 옷이나 핸드백,구두보다 인테리어 소품과 그림을 더 좋아한다고 했다.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건축이나 인테리어 분야의 일을 해 보고 싶을 정도다.

“배우가 안 되었다면 공부를 마치고 싶어요. 학벌을 갖고 싶다기보다 못 해 본 대학생활을 해 보고 싶거든요. 건축도 하고 싶고, 다양한 호텔 경영도 하고 싶고…. 좋은 사람 만나서 시집가고 싶기도 하고…. 호호. 배우로서 꿈은 어디에 나온 한예슬이 아니라 ‘한예슬’ 이름 하나로 다 평정이 되는 배우이고 싶어요. 후배들이 닮고 싶은 선배로 꼽는 배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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