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우 카드'는 효과가 있을까.

사극의 철옹성을 허물기 위해 KBS가 비장의 무기로 권상우 주연의 2TV 월화드라마 '못된 사랑'(극본 이유진, 연출 권계홍)을 꺼내 들었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못된 사랑'마저 허무하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3일부터 방송되는 정통 멜로 '못된 사랑'이 사극 사이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극의 높은 벽

현재 월화드라마는 MBC '이산'과 SBS '왕과 나'가 양분 구도를 굳게 형성하고 있어 다른 작품이 끼어들 틈이 없다.

KBS 미니시리즈로서는 오랜 시간 MBC '주몽' 등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해왔기에또다시 사극 앞에 맥을 못 추고 있는 현 상황이 답답하기 그지없다. 올해 KBS 월화드라마 라인업 중 1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을 찾기 힘들다. '못된 사랑'에 앞서 방송된 이민기ㆍ예지원 주연의 '얼렁뚱땅 흥신소'도 마니아 층의 지지를 받았지만 3~4%대의 참담한 성적으로 막을 내렸다.

'못된 사랑'의 가장 큰 걸림돌 역시 사극이다. 작품성이나 화려한 출연진을 떠나 이미 탄탄한 시청자 층을 확보한 두 사극에 끼어들어 후발주자가 파이를 나눠 먹기란 쉽지 않다.

오랜 시간 사극에 길든 드라마 팬들의 시청 습관을 바꿀 만한 강력한 그 무언가가 필요하다.

◇정통 멜로로 승부 겨룬다

'못된 사랑'은 권상우, 이요원, 김성수 세 사람을 둘러싼 모진 사랑을 그리는 정통 멜로물이다. 사극의 홍수 속에서 시청자들이 이제 정통 멜로를 찾을 때가 됐다는 것이 '못된 사랑' 측의 기대.

제작사 측은 "겨울은 유독 눈물과 진한 사랑의 정서가 느껴지는 정통 멜로의 강세가 두드러지는 시기"라며 '미안하다, 사랑한다'나 '발리에서 생긴 일' 등 겨울에 방영돼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멜로 드라마를 예로 들었다.

권상우는 "'천국의 계단' 이후 다시 한번 '못된 사랑'으로 멜로 드라마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면서 '못된 사랑'에 대한 의욕과 기대를 드러낸 바 있다. '못된 사랑'은 권상우가 출연했던 SBS 드라마 '천국의 계단'과 같은 날인 12월3일 첫방송된다는 인연도 있다.

하지만 최근 정통 멜로 드라마가 크게 호응받지 못했다는 점은 '못된 사랑'이 극복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다. 김하늘의 '90일, 사랑할 시간', 이미연의 '사랑에 미치다', 고소영의 '푸른 물고기', 에릭의 '케세라세라' 등 최근 방송된 멜로 장르 드라마들은 줄줄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다.

◇권상우의 남다른 각오

그럼에도 '못된 사랑'은 '이름값'을 하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권상우는 거의 3년 만에 드라마에 출연한다. 그동안 개인적인 악재에 시달려온 그로서는 오랜만에 연기자의 모습으로 팬들 앞에 서기 때문에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는 톱스타로는 이례적으로 아침 토크쇼에 출연하며 주부 시청자 모으기에 나서는 등 홍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권상우의 소속사가 이번 드라마에 공동 제작으로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그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한다.

여기에 이요원, 이유진 작가, 권계홍 PD 등 세 여성의 힘도 한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SBS 드라마 '외과의사 봉달희'와 영화 '화려한 휴가' 등으로 흥행 행진을 이어온 이요원은 여주인공을 맡았으며 권계홍 PD는 여성 특유의 감성적인 연출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불새' 등을 집필한 이유진 작가의 '못된 사랑'은 과거 비와 고소영 주연으로 제작이 추진되다가 무산되는 등 몇 년간 방송가에서 회자되던 작품이다.

이와 관련해 권상우는 "제작이 무산됐던 작품인데 이 드라마가 세상에 나오면 한번 사고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과연 '못된 사랑'이 사극 열풍을 잠재우는 사고를 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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