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짱] 발라드앨범 '말랑' 발표 이승환
더 많은 팬과 호흡 위해 록 잠시 접고 발라드로
현실타협? 모두 내 음악

‘어린 왕자’라는 호칭을 한사코 거부한 그에게 ‘동안 몸짱’이라는 수식어를 부쳐주면 어떨까? 자신의 아지트인 일명 ‘꿈공장’에서 만난 가수 이승환은 세월을 거스르며 하고 싶은 음악에 열정을 쏟고 있었다.

집에서 계획적으로 운동을 한다는 이승환, 넉넉한 뱃살은 찾아볼 수 없지만 세월이 주는 여유만큼은 느낄 수 있었다. ‘가뭄에 콩나듯’ 했던 방송 출연마저 특유의 문어체 화법으로 세상에 대한 삐딱한 유머를 작렬 시켰던 것도 옛말이다. 이승환은 라디오 고정 출연만 10개 프로그램이 넘을 정도로 방송인이 다 됐다.

최근에는 빅뱅 멤버 승리의 부친과 동년배라는 사실에 자학 유머로 응수할 정도로 한층 유해졌다. 이런 추세는 최근 이승환이 발표한 미니 앨범 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보다 많은 팬들과 호흡할 수 있도록 대중친화적인 ‘말랑말랑’한 음악을 꺼내 든 이승환을 만났다.

# 시류영합? 타협은 아니다

이승환은 이번 앨범에서 대중친화를 화두로 꺼냈다. 미니 앨범 의 타이틀곡 는 전형적인 ‘이승환 표’ 발라드다. 예전 팬들에게는 향수를, 요즘 팬들에게는 신선함을 주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승환은 5집 앨범부터 록 음악의 비중을 높였다. 대부분의 수록곡을 록 음악으로 채웠던 에서 이런 성향은 극대화됐다.

마니아 팬들은 ‘율동 로커의 출현’‘이승환의 재발견’이라며 반색했다. 등에 열광했던 일반 대중과는 점차 거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승환은 후자의 팬들과의 간극 줄이기에 나선 셈이다.

이승환은 “고정 팬은 항상 있어요. 한 400명쯤.(웃음) 보다 많은 분들이 좀더 쉬운 음악을 듣기 원한다는 느낌을 받았죠. 발표한 지 얼마 안됐는데도 앨범이 많이 나갔다고 해요. 이번 앨범 성공하면 다음에는 다시 록 앨범 내야죠”라고 말했다.

이승환이 대중성에 방점을 찍었다고 해서 허투루 음악을 만들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자신의 발라드는 차별성을 띈다고 강조했다. 는 현악기 반주 시작하는 전주로 시작해 감정을 점차 고조시킨다.

사비 부분에서 응축된 감정을 폭발시키고 만다. 이처럼 명확한 기승전결은 앞서 언급한 이승환이 초기 발라드 히트곡에서 시도됐던 공식이었다. 대중의 기호를 여전히 손에 쥐고 있고 보란 듯이 이번 앨범에서 재현해내고 있다.

이승환은 “굳이 록의 이상과 발라드의 현실이라고 하고 싶지는 않아요. 두 음악 모두 제 색깔이 들어있어요. 이번에 발라드를 했으니 다음에는 록을 하는 거죠. 팬들도 그 정도는 이해해주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한국의 엘튼존? 할 말은 한다

이승환은 종종 영국의 엘튼 존과 비유되곤 한다. 작은 키와 무대 위를 종횡무진 누비는 열정적인 무대 매너는 두 사람의 외양적인 공통분모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음악 회사를 드림팩토리와 로켓을 설립해서 자신의 음악 영역을 구축한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싱어송라이터로 팝 발라드에서 프로그래시브 록까지 다양한 장르의 곡을 직접 만들어서 불렀다.

음악 외적으로도 두 사람은 비슷하다. 엘튼 존은 안경 모자 자동차 수집광으로 유명하다. 이승환은 ‘중년 오타구’를 주창하며 스쿠터 튜닝에 열을 올리다 최근 피규어 수집에 몰입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구하기 힘든 수제 피규어 모으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엘튼존은 우주인이 되겠다고 혹은 마를린 먼로 곁에 묻히겠다는 깜짝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승환은 최근 환경문제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12월22일과 24일 있을 이승환의 단독 콘서트 도 지구온난화를 주제로 만화적인 상상력을 동원한다.

공연 중 유희열과 박신혜와 함께 찍은 그의 표현 그대로 ‘유치찬란한’ 영상도 준비했다. 환경오염으로 2015년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 그의 평소 주장을 공연을 통해 펼치는 셈이다.

수많은 공통점에도 이승환은 ‘한국의 엘튼존’이라는 칭호에 대해서는 몸을 낮췄다. 이승환은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해왔고 팬들에게 서비스한다는 원칙에 충실해 왔다’는 것이다.

이승환은 “엘튼존이요? 음악적인 색깔은 차이가 있지만 소신 있는 말들을 자주 하기는 했죠. (이)적이 (김)동률이 (유)희열이 같이 저와 비슷한 음악을 하는 친구들이 몇몇 있어요. 친분이 두텁다 보니 음악에 대한 고민이나 생각도 비슷해지죠. 이 친구들 가운데 제가 가장 선배예요. 그렇다 보니 사명감에 얘기를 많이 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이승환은 엘튼존이 대서양을 건너 미국시장에서도 통했듯이 현해탄을 건너 일본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이승환은 4,5년 전 우연히 찾았던 일본 소규모 클럽이 갖춘 탄탄한 시스템에 탄복을 했단다.

소규모 클럽에서도 시설이나 스태프 수준이 대단했기 때문이다. ‘작은 곳도 이렇게 좋은데 큰 곳은 어떨까’하는 호기심에 막연한 동경이 생겼다. 이승환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승환은 “그 옛날 최배달 어른께서 일본 도장을 격파하듯이 일본 음악의 고수들을 직접 만나고 싶어요.(웃음) 한국에서는 어느 정도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해요. 일본에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어요. 연말 공연에 일본 관계자들이 직접 와서 지켜본다고 했으니 본격적으로 결실이 곧 있겠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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