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희의 고교시절부터 해외 유학까지 취재를 하면서 느꼈던 점은 당혹스러움이었다. 한 개인이 꾸민 자작극이라고 믿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치밀하고 견고했다.

사회적인 명망을 누릴 수 있는 학위와 교수직까지 얻고 “학력 이상의 그 무엇이 있다”는 뻔뻔한 해명 앞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학력 위조 파문이 쉽게 잦아들지 않고 있다. 문화 예술계에서 최근에는 연예인으로 대상이 옮겨진 양상이다. 장미희 강석 오미희 주영훈 최수종 등의 연예인이 각종 매체 학력 논란에 이름을 오르내리며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취재과정에서 잇따라 쏟아져 나오는 학력 의혹에 대해 연예인들은 대부분 미필적 고의임을 내세웠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보가 유포되고 사실로 받아들여져 온 인터넷이 지배하는 ‘e 편한 세상’에 발맞춰 살아가지 못한 후회를 토로했다.

연예인에 한정된 학력논란에 대한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는 인상도 지울 수 없다. 일파만파로 확대된 이번 파문에서 모든 책임을 연예인에게만 집중시키고 있다는 인상이 짙기 때문이다.

최근 포털사이트의 오기를 바로 잡았다는 한 중견배우는 “졸업하지 않은 학교를 졸업했다고 스스로 말한 적 없다. 최근의 일들로 바로잡게 됐는데 마치 양심고백을 한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며 당혹스러워했다.

잘못된 정보를 바꾸지 않고 방관해온 교육기관 그리고 포털사이트 관계자들은 슬그머니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밤샘 작업을 통해 잘못을 수정하며 뒤늦게 발빠른 대처를 하고 있지만 반성의 자세나 문제 재발을 막겠다는 의지도 없어 보인다. 폭풍을 조용히 지나가도록 하겠다는 낮은 자세만이 보일 뿐이다.

연예계는 학력이 아닌 실력으로 인정을 받는 대표적인 영역이다. 이런 영역에 때아닌 학력 검증 파동은 학력위주의 사회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촌극이다.

취재과정에서 국민의 아버지 배우로 추앙받고 있는 배우 최불암이나 개성있는 연기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배우 양택조가 학교를 마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하지만 이들이 학교를 마치거나 마치지 못한 것은 현재 그들의 위치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대중도 이들에게 학력의 굴레를 씌우지는 못할 것이다. 학교측도 이들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해 공로를 인정했다.

이번 파문은 사회전반적으로 안일하게 용인해 왔던 경력 관리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의미를 둘 수 있다. 학력 위주의 사회가 보여주는 병폐 단면을 보여주는 측면도 있다.

일각에서는 양심고백을 부추기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력보다 실력이 우선시 되는 사회를 만들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연예계가 학력 파문의 중심에 선 것은 오히려 다행이다.

연예계 안팎에서 학력보다 실력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적극적인 논의가 제기되어야 할 때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