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토크] 엄정화
"20대 희로애락 담긴 가수생활 소중… 연내 콘서트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다"
"30대 여배우로 산다는 것 너무 좋아^^… 미시들의 대변인? 인생을 즐기자구요~"

‘카르페디엠!’

배우 겸 가수 엄정화의 미니홈피 초기화면에는 ‘현재를 즐겨라’는 뜻의 라틴어가 적혀있다. 엄정화는 별별토크 내내 ‘카르페디엠’이라는 한 꼭지를 향해 대화를 수렴해갔다.

엄정화는 일에 대해서, 사랑에 대해서, 여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 “혼자인 걸 즐기게 된 지 얼마 안 됐어요” “나이 들면서 긴장감 보다는 즐기는 게 좋아요” 등 ‘즐긴다’는 표현을 자주 썼다.

엄정화가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법 한 상황에도 미소를 잃지 않는 것도 그런 철학 때문이리라.

엄정화는 최근 SBS 특별기획 (극본 박혜련ㆍ연출 박형기ㆍ이하 오수정)에서 20대에는 퀸카였지만 조건만 따지다 결혼을 못한 30대의 ‘된장녀’ 오수정으로, 15일 개봉하는 영화 (감독 정윤수ㆍ제작 씨네2000ㆍ이하 지금사랑)에서는 럭셔리한 패션 컨설턴트이지만 친정과 시댁을 먹여 살려야 하는 유나로 열연했다.

유나는 친구 같은 남편(박용우)을 두고 카리스마 넘치는 영준(이동건)에게 끌리며 사랑과 결혼의 의미에 대해 물음표를 던져준다.

엄정화의 필모그라피를 줄줄 꿰고 있는 남자 총각(김성한기자ㆍ이하 김)과 오수정과 유나의 대사에 밑줄을 그어 가면서 열광하는 아줌마(이재원기자ㆍ이하 이)가 밤샘 촬영에 시달리고 있는 그의 짬을 빌어 와인잔을 기울였다.

12일밤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근처의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였다. 엄정화는 레드 와인 한 잔을 마시곤 “아~맛있다”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다음날 새벽 촬영이 있어 비교적 천천히 술을 마셨지만 ‘카르페디엠!’을 내걸기까지 힘들었던 속내만은 숨기지 않았다.

▲술은 좀 하시나요?(김)

=요즘은 샴페인이나 화이트 와인처럼 부드러운 술이 좋아요. 주량은 상황에 따라 매우 다르긴 한데,요즘은 희한하게 소주가 안 받더라구요. 그래도 소맥(소주와 맥주를 섞은 것)은 좋아해요, 오호호~.(특유의 웃음소리,그리고 콧날을 찡긋!) 한 번은 촬영을 마치고 코디네이터 등과 소맥 두 잔을 마시고 잠이 든 적도 있어요.

▲ 등 20,30대 여성 취향의 영화에 자주 등장하시는 것 같아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김)

=제가 여자니까 그렇겠죠. 희망을 던지거나 같이 공감할 수 있는 게 좋아요. 순종적이고 비련한 것보다는요.

▲순종적인 것은 아니지만 유나가 등장인물 중 가장 덜 흔들리는 편이잖아요? 어떤 면에서 그건 의외였어요.(이)

=그러게요, 웬일이래~, 호호. (이내 진지한 눈빛으로) 한채영(소여)과 이동건(영준) 부부는 사랑이 없어서 새로운 사랑이 나타났을 때 금세 흔들린 것이고,저랑 박용우(민재) 부부는 연애 4년,결혼 3년 모두 7년을 지내면서 엮여있어서 스스로 막는 마음들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여자들을 위한 버디무비, 아니면 같이 치명적인 역할도 좋아요." 배우 겸 가수 엄정화는 요즘 '30대 된장녀' 오수정과 결혼 후 사랑에 흔들리는 유나를 넘나들고 있지만 여전히 도전하고 싶은 역할이 많다. 사진=임재범기자 happyyjb@sportshankook.co.kr
▲유나가 영준에게 열 받아 “새파랗게 어린 게…”라며 씩씩대다 영준이 나타나자 “어머~여기서 뵙네요. 같이 술 한 잔 해요”라고 180도로 돌변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이)

=그게 유나인 것 같아요. 일에 있어서는 프로페셔널하죠.

▲영화를 촬영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요.(김)

=감정적으로 힘든 점은 없었어요. 수중신을 촬영할 때 너무 춥고 깊이 들어가야 해서 심장마비 걸리는 줄 알았어요. 호텔신도 신경이 쓰였고요. 영준과 격투하는 장면도 멋있게 나오고 싶었는데 코믹하게 나왔어요.

▲유나나 오수정이나 직업은 럭셔리하지만 생활이 고된 ‘캔디형’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일반 여성들의 공감을 얻는 부분도 있지 않을까요?(이)

=그러고 보면 저는 부잣집에서 세상 물정 모르고 자란 역할은 별로 못 해 본 것 같아요. 늘 힘들고 고생한 캐릭터네요,호호.

▲섹시 가수로 숱한 히트곡을 발표한 데에는 여성 팬의 공감이 큰 몫을 한 듯 합니다.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김)

=제 운이라고 생각해요. 헤어졌어도 다른 사랑을 기다리거나 복수하고 싶은 마음 등 여자 마음을 대변해 줘서 아닐까요. ‘공주과’는 아니라서 편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데뷔 이후 슬럼프는 언제 있었습니까?(김)

=6집(2000년,)때 좀 힘들었고 1집을 내고 2집 발표 전에 굉장히 힘들었어요. 영화를 기다리는 기간 동안 갈증도 컸지만 슬럼프는 두 시기였던 것 같아요. 극복이요? 다음 앨범(7집)이 잘 되어서 극복했죠, 하하.

▲데뷔부터 지금까지 가수로 배우로 성공하고 있어 크게 고생을 하지 않았을 거라고 짐작했는데 지난 5월 발간한 책 에 ‘왜 다른 스타들처럼 수직상승을 할 수 없는지 힘들던 때가 있었다’고 써놓아 놀랐어요. (이)

=작품도 많이 하고 돈도 많이 버는 기회가 나랑 거리가 멀다고 느낀 시절이 있었어요. 잡히지 않는 신기루에 손을 뻗치는 느낌이었어요. 받아들이고, 즐기고, 모든 일에 웃기 시작하면서 나아졌어요. 갑자기 변한 것은 아니고 서서히 바뀌었죠.

▲원래는 지금처럼 밝고 긍정적인 성격이 아니었나요?(이)

=어두운 애였죠. 아빠가 없고 엄마가 우리 형제 4명을 책임져야 했어요. ‘우리는 어렵구나’란 생각, 그리고 주위에서 ‘엄마 힘드시겠다,어떡하니’ 이런 시선들이 제 감정을 지배했어요.

‘슬픈 애’ ‘아빠 없는 애’라는. 서서히 바뀐 것 같아. 내 스스로 과장하는 내 모습을 떠났어요. 밝은 쪽으로 변하니까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고. 어려서 얼마나 꿈꿨는데요. 지금도 꿈꾸는 사람이 많고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천천히) 난,지금, 너무, 좋아.

▲어려서 가수를 꿈꾼 계기가 있나요.(김)

=특별한 건 없었어요. 아바(ABBA)를 너무 좋아했고…무대를 동경했어요. 그런 것들이 내 꿈이었어요. 엄마는 그게 허황된 거라고 생각하셨고요. 지금은 물론 너무나 좋아하시죠.

▲지난해말 9집을 발표하며 가요계의 어려움에 대해 안타까워한 적도 있으시죠. 가수 활동을 계속할 생각인가요.(이)

=그건 내 자신에 대한 약속이에요. 콘서트를 꼭 해 보고 싶어요. 가수는 내 20대의 모든 것, 희노애락과 질풍노도가 담겨 있어요. 치열했고 열심히 했어요. 올해 안에 꼭 콘서트를 해서 나에게, 그리고 팬들에게 선물을 주고 싶어요.

▲팬들은 자주 만나나요. 팬층은 어떤가요.(김)

=변하지 않고 있으니까 너무 고맙죠. 이제 애 엄마 되고,군대도 다녀오고…. 술,한 잔, 할 수도 있고…. 친구 같은 존재에요.

▲에서 메이크업이 지워지지 않게 우는 법을 적어 놓은 게 인상적이었어요. 그렇게 울 일이 많았나요.(이)

=합창단 시절부터 제가 터득한 비법이죠. 그때는 많이 울었어요. 프로그램이 안 주어져서 힘들고 속상할 때 울었죠. 안달도 많이 하고,진짜 어려운 적도 많았구요. 나중에 잘 된 뒤에도 남자친구랑 헤어져서 울기도 하고요. 근데, 요즘은 울 일이 없네.

▲이런, 남자친구가 없다는 거죠? 그래서 뉴욕에 혼자 간 건가요.(이)

=혼자 있어 보고 싶었어요. 진짜 그런 적이 없어서. 한달하고 7일간 뉴욕에 살았어요. 6개월 정도 살고 싶었는데 시간이 많기도 하지만 없기도 했어요. 너무 오래 영화를 하고 싶다 이제 기회가 오는데 포기할 순 없잖아요. 끝나고 또 그런 시간을 가지려고 해요. 그동안은 6개월 이상 쉬어본 적이 없어요.

▲의욕과 기회도 있어야 겠지만 체력이 대단하신가봐요.(김)

=사실 두 달 정도 쉬면 심심해요. 이게 병이죠. 일상적인 것을 해 본 지 너무 오래되었어요. 만약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하고 싶어요.

▲연애 방식은 어떤가요. 겉으로는 ‘쿨’해 보이지만 혹시 남자에게 집착하는 스타일인가요.(이)

=완벽한 사랑을 꿈꿨어요. 매번 사랑을 확인하지만 결국은 헤어졌어요. 그동안 혼자 있는 법을 몰랐던 것 같아요. 혼자인 걸 즐기기 시작한 게 얼마 안됐어요. 이제는 현명하게 편하게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랑은 너무 고통스럽잖아요. 집착하고,혼자 있기를 두려워하고…. 이제는 서로가 원하는 혼자만의 시간을 기쁘고 주고 받을 수 있어요.

▲어떤 스타일의 남자를 좋아하나요.(김)

=아휴, 너~무 어려워요. 일단, 잘 생겼으면 좋겠고요. 일 똑부러지게 잘하고 긍정적인 사람이요. 스스로 자격지심이나 열등감이 있는 사람은 싫어요.

▲의 영준과 민재 중 고르라면요. 까칠하지만 능력 있고 카리스마 있는 영준과 친절하고 착하고 성실하지만 2% 부족한 민재는 여자들이 늘 갈등하는 두 가지 타입이잖아요. (이)

=둘 다요. 그래서 없나봐, 아휴. 중요한 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택해야 한다는 거죠. 남자가 사랑하고 내가 남자를 크게 사랑하고. 조건만 좋다고 사랑하지 않는데 택할 수는 없다고 봐요.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면 처럼 흔들릴 일은 없을까요.(이)

=결혼해도 신경 써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긴장감이나 상대를 위한 노력이랄까. 살짝 긴장할 수 있는 영화에요. 민재가 연애랑 결혼 포함해서 7년째이니까 여전히 심장이 뛰면 ‘심장병’이라고 하잖아요. 이제 심장이 안 뛰는 상대라고 생각하지만, 또 누군가는 그 사람을 보고 설레죠.

▲전 베이시스 멤버인 가수 정재형이 뉴욕 체류 중 방문할 정도로 돈독하잖아요. ‘형제처럼 친하다’고 할 정도인데 남녀 사이에 우정이 가능한가요.(이)

=아주 가능해요. 평소에는 (눈을 흘기며) 서로 ‘으이구’ 이러지만, 재형이가 내가 너무 좋아하는 음악을 할 때는 멋있어요. 재형이도 제가 작품을 하면 격려해주고요.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에요. 자랑스러워요. 진짜 최고로 믿는 친구죠.

▲뉴욕에서 혼자 호텔에서 브런치를 먹다 빅토리아 베컴을 보고 ‘서른 다섯 넘은 외로운 싱글녀, 엄정화-멋지고 폼 나는 유부녀,빅토리아를 부러워하며 눈물 흘리다!’고 가상 기사 제목을 써 봤다면서요.(이)

= 대사 중에 결혼 잘 한 친구보고 복이 많다며 “쟤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라는 게 있잖아요. 그런 심정인 거죠. 너무 완벽한 커플이잖아요.

▲정선희의 결혼 소식은 진짜 몰랐어요?(김)

=어머, 진짜 놀랐어요. 전화로 결혼한다길래 5초쯤 있다 ‘뭐?’! 그리고 안재환과 한다는 말에 더 놀랬죠. 안재환을 선희가 만날 일이 없다고 생각해서 의외의 인물이었거든요. 그런데, 게스트로 출연했다길래, 아,연결고리가 있었구나 했죠.

▲전에 라디오 진행하신 적 있잖아요. 그 때 게스트도 꽤 있었을텐데요?(김)

=어머! 그땐 남자친구 있었거든요! (웃으며 눈을 흘기며) 제가, 뭐 요즘 없는 거지 맨날 없는 줄 아시나봐.

▲어쨌든 친한 분들이 결혼을 안 해서 덜 외로우시겠어요.(이)

=(이)영자 언니,(최)화정 언니,(이)소라 다들 안 갔어요. 근데 소라는 동갑이니까 소라가 결혼하면 기분이 좀 이상할 것 같애.

▲요즘은 결혼이나 출산과 상관없이 30대 여배우들이 주연을 많이 맡잖아요. 10여년 전만 해도 드문 일이었던 것 같은데 30대에 여배우로 산다는 것은 어떤가요.(이)

=좋아요.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어요. 나이 든다고 긴장이 되기 보다는 즐기게 되요. 멋있는 모습으로 스스로 생각하려 노력해요.

▲몸매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이)

=집이 이태원이라 남산에서 40분씩 조깅하고 명상해요. 집 근처 체육관에서 운동까지 하면 2시간 정도. 너무 재미있어요. 요즘은 못했지만…운동하고 있을 때는 너무 좋아요.

▲작품을 마치거나 앨범 활동을 끝내고 쉬는 기간에는 어떻게 보내세요?(이)

=산책하고, 책 읽고, 집에서 음악 듣고 화분에 물도 줘요. 와인도 마시고요. 음…집에 친구들 초대도 하고,즐겁게 운동하고 마사지도 하죠. 아휴, 할 일이 너무 많아요. 직장인이면 상상할 수 없는 여유죠. 그래서 작품을 할 때는 힘들어도 정말 축복 받은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걱정하면 뭐해요,전 언제나 처럼 즐길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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