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짱] 드라마·영화서 이미지 변신 성공 이준기
'화려한 휴가' 시나리오 감동적 출연자청
'개늑시' 선 몸 사리지 않는 액션 선보여
남자니까 남자다운 역할 당연하죠~

“피 범벅이 돼 죽어있는데 파리들이 달려들어서 혼났어요.” 배우 이준기는 영화 에서 더운 여름날 파리떼의 공격을 당했다며 웃었다. 사진=스포츠한국 임재범기자 happyyjb@sportshankook.co.kr
이쯤 되면 ‘이준기의 재발견’이라고 봐야 할까. 이준기가 영화 (감독 김지훈 ㆍ제작 기획시대ㆍ25일 개봉)에서 5.18민주화항쟁을 몸으로 겪는 고등학생으로, MBC 수목미니시리즈 (작가 한지훈,유용재ㆍ연출 김진민)에서는 어린 시절의 아픔으로 복수를 꿈꾸는 국가정보원 요원으로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2005년 영화 에서 여자보다 예쁜 여장남자 공길로 스타덤에 오른 터라 ‘예쁜 남자’라는 시선이 늘 그를 따라다녔다. 굵직한 목소리와 남자다운 모습으로 거듭나고 있는 이준기가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자신의 속내를 풀어냈다.

#똑똑한 이준기=욕 먹어도 좋다

이준기는 이야기 도중 ‘욕’이라는 단어를 몇 차례 먼저 꺼냈다. “욕 먹어도 좋다” “욕 먹자”…. 스태프와 허물없이 지낸다는 설명을 하면서, 의 연기 변신을 언급하면서, 그랬다.

“촬영장에서 조명팀형 등과 허물없이 지내요. 처음에는 ‘어린 데다 스타가 됐으니 거만하겠지’라고 오해하신 분도 이틀이면 마음을 돌려요. 지난해 욕 많이 먹으면서 제가 직접 다가가 사람들을 편하게 대하자고 마음 먹었어요. 이제는 저한테 의자도 안 갖다 줘요. 오히려 제가 담뱃불을 붙여드리죠. 소위 말하는 ‘배우 대접’은 안 해주시던걸요.하하.”

이준기는 에서 남자 얼굴로 비춰지는 데 만족감이 큰 듯 했다. 메이크업도 거의 하지 않고, 찡그리고 괴로워하는 표정까지 담기는 것을 보면서 이미지 변신에 도움이 된다는 느낌을 갖는다.

이준기는 “감독님이 저한테 ‘우리 욕 먹자. 얼굴 못 생기게 나오게 하자’고 하셔요. 연기에 대해 칭찬해주신 글을 보면 ‘남자답다’는 것들이 꽤 돼서 기뻐요. 팬들이 떨어져 나가도 괜찮겠냐는 질문을 간혹 받는데, 괜찮아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준기는 스스로 ‘판타지가 강한 배우’였다. 그 판타지를 깨야 한다고 늘 생각했다. 이준기는 스타가 된 이후 고민이 컸다고 했다.

이준기는 “욕 먹는 건 괜찮아요. 조금 지나면 금세 나아지죠. 연기적인 것, 제 앞길에 대한 것이 더 답답했어요. 오르기 힘든 자리에 갑자기 올랐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더 쌓아갈지, 어떻게 덜 ‘데미지’를 입고 나아갈지 고민이었죠. 욕 먹어도 배우로 자리잡고 싶었어요. 배우라는 생각보다 대중성이 강한 사람이 되어 버렸고,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깨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까일’ 때 ‘까이’더라도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남자 이준기=남자다워진 게 아니다

스타의 자리와 배우라는 정체성에 대한 숱한 고민 중 그를 붙잡은 또 다른 고통이 있었다. 에서 예쁜 남자의 역할이었기에 이후 그가 맡는 작품에 대해 ‘이준기가 남자다워지려고 애쓴다’는 평가가 따랐던 것이다.

“저는 남자니까요. 나 에서 그저 평범한 남자에요. 사실 출연을 더 빨리 결정할 수 있었는데 늦어졌던 게 그런 이유에요. 당연한 남자 역인데 또 특별히 봐주실까봐요. 제가 남자로 출연하는 게 특별히 잘못된 것이 없는데 ‘변하려 한다’ ‘별로다’ 등의 평을 쏟아내는 것, 지겨워요.”

평소 이준기는 자신의 주관을 펼치는 것을 좋아한다. 매일 책과 인터넷 뉴스를 서핑하고 한 가지 주제에 꽂히면 마구 파고든다.

이준기는 “어제도 브라질 여객기 참사에 대한 기사를 접한 뒤 항공기 자료를 다 찾아보고 촬영장에서 열심히 이야기를 했죠. 평소 비행기에 대한 무서움이 있었던 터라 더욱 꽂혔어요”라고 말했다.

이준기는 평창이 동계 올림픽에서 탈락한 전후 이야기, 주식을 활용한 재테크 등 다방면에 대한 이야기를 술술 풀어놨다.

실제 성격이 궁금해졌다. 이준기는 “‘똑똑한 척’을 많이 해요. 사람들과 놀기도 좋아하고요. 쉽게 사람을 믿고 한 번 믿으면 무조건 믿죠. 배신당하면요? 제가 B형이라 금방 툭툭 털어내요. 사람 잘못 봤네, 하고요”라고 시원하게 말했다.

#배우 이준기=스타가 아니어도 좋다

에서 이준기가 맡은 고등학생 진우 역은 ‘의외로’ 작은 배역이다. 이준기의 스타성을 고려한다면 그렇다는 말이다.

김상경의 동생으로 서울대 법대를 지망하려는 똑똑한 고등학생이고 형을 끔찍이 생각하지만 시대를 잘못 만나 안타깝게 스러져가는 역이다.

하지만 이준기는 자신이 이제 스타덤에 오른 지 2년 밖에 되지 않은 신인 배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출연을 자청했다.

“좋은 시나리오가 감동적이었고, 광주의 억울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리고 좋은 선배님들과 함께 연기하고 싶었고요. 그래서 시나리오를 보고 연락드렸지요.”

사실 1982년 부산 태생의 이준기에게 1980년 5월18일의 광주는 다소 먼 곳이었다. 하지만 인터넷을 찾아보고 팬들이 보내준 서적을 읽으며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갔다. 촬영 중간에 5ㆍ18민주화항쟁 묘역도 가봤다.

이준기는 선배들과 연기하며 감정선을 잘 살리려 노력했다고 했다. 실제 진우와 자신이 비슷한 부분이 60% 정도 된단다.

이준기는 “그 친구가 지금의 제 나이가 됐다면 더 성숙했겠죠. 저는 그 나이 때 놀기 좋아하고 철이 없었어요.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해 볼 것 안 해 볼 것 다 해 봤어요”라고 말했다.

이준기는 소시민의 한 모습으로 출연한 보다 이 걱정이라고 했다.

자신이 주도적으로 끌고 가야 하는 데다 시청률도 신경이 쓰이기 때문이란다. 다행히 정경호와 호흡이 잘 맞아 2개월 전부터 액션 스쿨에서 같이 사격을 배웠고 생일 팬미팅에 참석해줄 정도로 친하다.

“저에 대한 판타지를 깨 줬다는 점에서 가 배우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켜봐 주세요.”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